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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BIFF] ‘유리정원’이 서 있는 묘한 경계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영화 ‘유리정원’ 메인포스터(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유리정원’ 메인포스터(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유리정원’은 문근영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로 ‘유리정원’만이 가진 독특한 정서를 담아낼 수 없다. ‘유리정원’은 단언컨대 참으로 묘하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홀로 숲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다.

“순수함은 오염되기 쉽죠.” 극 중 재연(문근영 분)이 내뱉는 이 말은 ‘유리정원’이 보여주는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영화에서 재연은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인물이다. 사람으로 인해 위로 받지만 이내 상처받는, 그래서 결국 자신의 존재가 기인했다고 믿는 나무에게 마음을 맡기고 의지한다. 이런 모습들을 영화는 밝고 맑은 색감으로 담아낸다. 마치 동화책 세상의 한 순간처럼 ‘유리정원’은 또 다른 세계를 조명한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잔혹하다. 지나친 순백은 단 한 가지의 결점만으로도 순식간에 오염된다. 재연의 상처는 그가 만든 동화적인 세상을 완전히 다른 색상으로 물들여버린다. 관찰자인 지훈(김태훈 분)은 이런 재연을 흥미롭게, 때로는 놀라운 감정을 안고 바라보며 재연의 삶을 자신의 글로 다시금 재창조해낸다.

동화 같은 정서가 극 전반을 지배하나 ‘유리정원’은 단지 그것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작품은 아니다.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은 은은하면서도 잔잔하게, 휘몰아칠 때는 적당한 리듬감으로 관객의 귀를 간지럽힌다.

광활한 숲속 배경과 어우러진 조명은 판타지적인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치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재연 캐릭터의 순수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시각효과와 극명한 색채의 대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장면 전환도 볼만하다. 신수원 감독 특유의 섬세함은 극 전개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다만 호불호는 갈릴 만하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듯싶더니, 영화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한다. 순수함이 더 이상 순수함으로 남지 않게 되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 순백의 깨끗함이 괴기함으로 물드는 경계 위에 선 캐릭터를 문근영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표현해냈다. 잔잔함을 원하는 관객에겐 어쩌면 배신감을 줄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다양성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는 꽤 의미가 있다. 오는 25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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