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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영주와 ‘란제리 소녀시대’, 찬란한 20대의 시작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서영주, 사실 대중에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여자 배우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동명이인 연기자도 여럿 존재한다. 이름 석 자 제대로 떨쳐 보기 어려운 이 토양에서도 ‘될성 부른 떡잎’ 서영주는 자랐다.

영화 ‘쌍화점’의 아역부터 김기덕, 최동훈, 김지운까지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했다. 첫 주연작 ‘범죄소년’으로는 도쿄국제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았다. 연극 ‘에쿠우스’에서는 조재현, 최민식, 류덕환 등 쟁쟁한 선배들에 이어 역대 최연소 알런 역에 낙점되기도 했다. ‘알차다’는 수식이 어울리는 필모그래피다.

올해 갓 스물이 된 그는 나이에 비해 어두운 느낌의 역들을 맡아 왔다. 그런 서영주가 KBS2 ‘란제리 소녀시대’를 만났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 최근 친구와 전주로 ‘먹방 투어’를 다녀왔다며 웃는 평범한 소년의 얼굴을 드디어 제대로 활용할 때가 온 것이다. 다른 미니시리즈의 반토막 분량인 8부작에 ‘땜빵 편성’이었고, 영화 ‘써니’나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의 유사성도 지적됐다. 게다가 출연진 가운데 이렇다 할 스타 한 명이 없었지만, 화제성은 오히려 동시간대 전작들보다 만발했다.

“종영한 것 같지도 않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추석 연휴 때 쉬었다가 다시 촬영장에 복귀할 것 같은 느낌이예요. 가족 같은 현장이었고, 행복한 기억이 많아 아쉬움이 남네요. 처음에는 8화도 길다고 느꼈는데, 갈수록 짧게 다가오더라고요. 한 주만 더 했으면…, 싶었던 마음도 있고요.”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서영주가 연기한 배동문 캐릭터의 인기가 높았다. 극 중 짝사랑 이정희(보나 분)를 향한 순애보는 눈치 빠른 이들이 먼저 알아 봤다. 1화부터 ‘어남동(어차피 남편은 동문이)’라는 말이 나왔고, 여성 시청자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동며들었다(동문이에게 스며들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종영 후에는 시즌2를 기다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배동문은 순진하고, 단순하고, 심지어는 바보 같기도 하잖아요. 그렇지만 누구보다 용기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이정희에게 ‘너 보고 싶어서 왔다’라고 하는 대목을 보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짝사랑을 할 때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었거든요. 다만 손진(여회현 분)처럼 제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헷갈리게 행동한다면 화를 냈을 것 같긴 해요. 이 캐릭터가 어떻게 이처럼 용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봤어요. 연기 폭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발랄한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 것도 좋습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때문에 서영주도 이를 참고로 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제작진은 서영주에게 책을 덮으라고 말했다. 설정은 같지만, 책과 드라마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영주의 배동문’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순진한 줄만 알았던 배동문이 이정희의 마음을 얻은 후에는 능숙한 스킨십으로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서영주는 이정희 역의 보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합을 맞췄다고 전했다.

“말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정희와의 관계를 뚜렷하게 보여 줄 수 있는 게 스킨십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불가피했던 인공호흡 이후 이정희가 냉랭해졌고, 그 다음 조금씩 관계가 발전하면서 ‘썸남썸녀’처럼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어졌죠. 마지막에는 눈, 이마, 코에 입을 맞추게 되는데 배동문의 성격상 입술에 하지 않는 편이 좋겠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보나 누나와 계속 나눴어요. 계속 대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또래와 연기를 하게 되니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겼죠. ‘이게 케미란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덕분에 여성 팬들이 만만찮게 늘어났다. 연령대도 낮아졌지만, 아주머니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길을 걷다가 드라마 나오는 연예인 아니냐고 알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쑥스러운 마음에 “‘란제리 소녀시대’가 뭐예요”라고 반문했다는 귀여운 에피소드도 전했다.

20대 또래 배우들이 만들어 간 드라마였던 덕에 기자간담회부터 ‘란제리 소녀시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입증된 상태였다. 여회현을 비롯해 주영춘 역의 이종현, 이봉수 역의 조병규까지 남성 출연자들은 특히 사이가 좋아졌다. 드라마 내용으로 상황극을 하며 남고생들처럼놀았다. 상대역인 보나는 말 할 것도 없었다.

“보나 누나와 말이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아이돌의 연기 도전에 편견은 전혀 없었고요. 아이돌이라 친해지기 힘들까 봐 걱정은 했어요. 식단 관리 하느라 밥도 잘 안 먹을 것 같고, 다가가면 매니저 분들이 막으실 것 같았죠. 그런데 보나 누나가 먼저 다가와 줬어요.”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AOF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무 살이 된 서영주를 ‘란제리 소녀시대’의 배동문으로 다시 만난 대중은 그를 ‘잘 커 준 배우’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데뷔가 이른 터라 우연히, 혹은 부모님의 의사가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서영주 나름대로 갖춘 배우로서의 태도만은 분명했다.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후 단역부터 출발했어요. 초등학생 때였던 지라 단순히 학교를 안 가니까 너무 좋았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어요. 카메라 앞에 설 적에, 저는 그저 아무말 없이 걸어 가는데 다른 사람들을 한 마디씩 대사를 하는 걸 보고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죠.”

어렸을 때부터 카메라 앞 승부욕을 불태운 셈이다. 이에 서영주는 “져도 상관 없으니 끝까지 한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악바리 근성이 빛을 발한 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였다. 극 중 ‘아들’로 분한 서영주에게는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었다.

“‘도둑들’의 마카오박 아역 때는 정말 너무 어렸기 때문에 뭘 알고 갔던 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큰 세트장이 있구나’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예요. ‘밀정’ 때는 해외에서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촬영을 했는데, 긴장을 정말 많이 했죠. ‘뫼비우스’는 제 10대 마지막 도전이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데 내가 왜 겁을 내야 하지, 싶었죠. 김기덕 감독님께 ‘왜 대사를 빼셨나’라고 여쭤 보기도 했어요. 그러니 너무 설명적일 수 있다고 하셔서 납득했죠.”

그는 드라마, 영화에 이어서 연극에도 도전 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무대는 ‘란제리 소녀시대’ 촬영과 병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영주는 대찬 연기 철학을 꺼내 놓았다.

“일을 시작했을 때, 네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을 다 해 보고 싶었죠. 그래서 이 모두를 한 배우가 계실까 생각해 보니, 조승우 선배님이시더라고요. 저의 롤모델이예요.”

현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주인공 츠네오 역으로 활약 중인 그는 이 연극을 “어느 세대가 봐도 공감할 법한 사랑의 시작과 끝, 현실과 이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멜로 장르 속 자랑을 했다가도 외로워지는 입체적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그의 포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듯했다.

“배우를 하면서 듣고 싶은 말은 두 가지예요. 연기 잘 하는 배우, 열심히 하는 배우. 열심히도 하고 잘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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