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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픽하이 “물 아래 오리의 자맥질, 그 절실함을 담고 싶었어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스스로를 ‘아재그룹’이라고 소개했다. 멤버들 나이가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아재’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단다. “고개 숙인 벼는 베이기만”(‘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한다고 날을 세우는 솜씨는 20대 때와 다르지 않지만 “레드카펫 깔아줘도” 그것이 “너의 피땀으로 붉게 물든”(‘개화’) 것임을 잊지 않는 치열함은 그 때보다 더 심해졌다. “예전에는 펜을 쥐고 있으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종이 앞에 앉으면 무게감과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해요.” (타블로)

에픽하이가 24일 발표한 아홉 번째 정규음반 ‘위브 돈 섬씽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세 멤버의 현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전과 다른 스스로에 대한 상념을 털어놓기도 하고(‘블리드’) 멀어진 인연에 쓸쓸해하기도 한다.(‘어른 즈음에’) 하지만 일견 우울과 좌절로 점철된 것처럼 보이는 이 음반이 도달하는 지점은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다. “소리 아닌 상처 내서 만든 노래들. 피투성이지만 우린 멋진 일을 해내왔어.(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Q. 타이틀곡 ‘연애소설’이 발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타블로:
겸손하게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대하지 않았고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음반 나오면 휴대폰을 꺼놓고 순위는 최대한 보지 말자고 했다. 나는 실제로 전화기를 매니저 분에게 넘겼는데 옆에서 투컷츠가 계속 중계하더라.
DJ 투컷츠(이하 투컷츠): 우리끼리 차트 순위에 신경 쓰지 말고 어떤 결과든 만족하고 받아들이자고 했을 때는 그러겠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기대했다. 기대를 안 할 수는 없다. 뭔가를 발표하는데…. 하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기대는 왜 안 하려고 했나.
타블로:
3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백기가 있었다. 좋은 순위를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예전에 우리 댄서를 해주셨던 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 분이 매우 진지하게 ‘형네 그룹, 해체…하신 거죠?’라고 묻더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가 활동을 안 했다. 사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해외 페스티벌도 많이 다니고 투어도 다녔는데, 우리가 주목 받는 그룹이 아니라서 티가 안 난 것 같다.(웃음)

Q. 피처링 아티스트의 면면이 화려하다. 기대를 안 했다고는 하지만 ‘뭔가 해보겠다’는 욕심이 읽히는 것 같은데.
타블로:
사실 숫자로 비교하면 1집 때보다 피처링 숫자는 줄었다. 개인적으로 가수 토이를 굉장히 좋아했다. 뚜렷한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도 객원 보컬리스트들이 등장해서 듣는 분들에게 다양한 감성을 전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우리도 그러길 바랐다. 오픈 밴드 같은 느낌으로 다양한 초대 손님을 모시고 싶었다. 이번 음반의 경우 노래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이 곡은 이 사람이 부르면 딱이겠다!’ 생각해서 모았는데, 하다 보니까 페스티벌 같은 라인업이 됐더라.

Q. 피처링 섭외는 투컷츠가 전담한다고 들었다.
투컷츠:
회사를 통해 섭외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 가수에게) 우리의 의도를 우리가 직접 설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내가 전화를 한다. ‘연애소설’을 함께 부른 아이유의 경우 몇 년 전 콘서트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무대 위에서 피처링 요청을 해서 즉답을 받아낸 적 있다. 전화 드렸을 때 흔쾌히 받아줬다. ‘빈차’의 오혁은 정말 연락이 힘든 친구다. 문자를 보내면 일주일 뒤에 답장이 온다. 그래서 오혁에게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연락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5분 만에 답장이 왔다. ‘아, 됐다!’ 그날 바로 녹음했다.
타블로: 자이언티와 오혁이 가요계에서 연락하기 가장 힘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끔은 그들에게 그 기술을 배우고 싶다. 특히 양현석 회장님에게 연락이 올 땐 ‘차라리 우리도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답장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다.(웃음)

▲힙합 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힙합 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Q. 타블로는 이 음반을 내기 전 당신이 직접 차린 하이그라운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타블로:
하이그라운드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그런데 3년 동안 에픽하이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시는 팬 분들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멤버들에게도 많이 미안했다. 에픽하이 외에는 아무 일도 안 하는 친구들인데, 에픽하이에게 이렇게 이례적으로 긴 공백이 생기는 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임하게 됨으로써 그 아티스트들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고 회사가 더 잘되기를 바란다.

Q. 얼마 전 데뷔 14주년을 맞았다. 14년 전 상상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같거나 다른가.
미쓰라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된 것 같다.
투컷츠: 처음에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에픽하이: 첫 음반을 산 몇 안 되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그 땐 회사에서도 망했다는 말을 했었다.
투컷츠: 열네 살이 될 때가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Q. 수록곡 ‘블리드’는 지난 14년에 대한 에픽하이의 감회를 보여주는 노래 같다.
타블로:
정확히 그런 노래다. 어렸을 때는 포부를 얘기하는 곡을 많이 썼다. 가령 5집에 ‘연필 깎기’라는 곡이 있는데, 그 노래에서 ‘펜과 공책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식의 포부를 얘기했다. 그 땐 공책 앞에 볼펜을 쥐고 있으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술봉을 든 것처럼 펜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종이 앞에 앉으면 무게감과 두려움이 생긴다. 그걸 솔직하게 노래로 얘기하기로 했다.

Q. 무게감과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하나.
타블로:
실제로 은퇴나 해체가 얘기된 적도 많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겠다고 느낀 때도 있었다. 이번 음반이 고별 음반 같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렇게 느낄 만하고, 사실 그런 마음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느 순간에 어떤 예측하지 못한 일로 내가 더 이상의 음반을 낼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래서 음반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만든다. 그런데, 오히려 그럼으로써 모든 일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Q. 자의와 타의에 의해 팀을 그만둘 뻔한 했던 때는 각각 언제를 말하나.
타블로:
투컷츠가 몇 번 팀을 해체시킬 뻔한 적이 있다. 무명 시절에 자기는 묵직한 힙합을 하고 싶은데 내가 자꾸 말랑말랑하거나 혹은 대중적인 감성의 노래를 만드니까. 투컷츠가 ‘우리는 힙합하는 팀’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투컷츠: 그건 내가 굉장히 편협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다.(일동 폭소)
타블로: 그 뒤로도 4집 때였나? 심지어 가요대상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인데, 그 때 투컷츠가 아무 이유 없이 나와 (미)쓰라에게 ‘나 이 팀 안 해! 해체하자!’고 했다.
투컷츠: 그때 내가 어깨에 ‘뽕’이 한껏 들어서 실수를 했다. 그 때도 굉장히 많은 사과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타블로: 타의에 의한 건… 다들 예상하시듯 음악을 더 이상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었다.

Q. 타블로가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냈던 음반 ‘열꽃’에서는 당신의 우울한 감성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당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음악은 콧물이다. 아파야 잘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타블로:
이렇게 들으니 내가 약간 미친놈 같다.(웃음) 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창작 활동이든 아플 때 더 진하고 진실한 것이 나온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그걸 위해 아프고 싶지는 않다.

Q. 이번 음반은 어떤가. 지난 3년 동안은 멤버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빈방’과 같은 정서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타블로: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는 편하고 평온하게 보이지 않나. 그런데 물 밑을 보면 (물에 떠 있기 위해) 발을 미친 듯이 절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그 이미지를 항상 생각하며 사람을 대한다. 행복하고 평온해 보이는 사람,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세상이 모르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절실함이나 아픔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해야만 다른 누군가를 조금 더 사람답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음악도 마찬가지로 물 밑에서의 절실한 움직임을 담으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가 부정적이고 절망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을 음악에 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그럼에도 ‘열꽃’ 때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기운이 감지된다.
타블로:
긍정적으로 바뀌었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우리 셋 다 스스로에 대해 워낙 부정적이고 절망에 잘 빠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우울한 가사로 공감을 얻는 와중에도 따스한 한 마디는 해주고 싶다. 가령 ‘본 헤이터(Born Hater)’나 ‘노땡큐’ 같은 노래는 악동 같은 모습이 부각된 곡일 수 있는데,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항상 있다. 자신을 사랑해라. 이겨내자. 이런 얘기를 꼭 담으려고 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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