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 본부 노조원들은 21일 상암 MBC 사옥에 걸린 ‘음수사원 굴정지인’를 커다란 천막으로 가렸다. 천막에는 노란색 리본과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는 내려가고 그 자리를 세월호 추모 문구가 대신했다. 노조는 “권력의 MBC에서 국민의 MBC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새로 했다”고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13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하면서 9월부터 이어지던 언론노조의 총 파업도 잠정적으로 끝을 맺었다. 두 달 여간 결방 혹은 대체 편성되던 라디오 및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정상 방송을 시작했고 드라마국 역시 기존 인력이 현장에 재투입되는 등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작 중단 투쟁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보도 부문과 시사‧교양 부문이다. 김장겸 체제를 이루고 있던 일부 간부들이 보직을 유지한 채 남아 있어 뉴스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다소 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국 위원장은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MBC뉴스를 ‘적폐뉴스’라고 규정한다”면서 “적폐뉴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것이며, 보도국장을 비롯해 현 보도국 간부들이 모두 퇴진하는 것을 목표로 보도국 내 쟁의 행위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2년 파업 이후 비(非)보도국으로 발령 난 PD와 기자들의 복귀 역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새 경영진의 취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BC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파업 전과 마찬가지로 이상현 앵커·배현진 아나운서 체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역시 결방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김장겸 사장 해임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 야권 추천 이사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권혁철, 김광동, 이인철 이사는 이달 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15일에는 해임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해 갈등이 예상된다.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 의결이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야권 추천 이사들을 배제한 채 해임안 의결이 이뤄졌으며 김장겸 사장의 소명을 듣고 논의를 거치는 과정 등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현재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으며 만약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김장겸 사장은 복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