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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성우, 매력적인 배우의 발견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의 초반부를 ‘하드캐리’한 배우를 꼽자면 단연코 전성우다. 극 중 딱지 캐릭터를 맡은 그는 김종삼(윤균상 분)을 각성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극의 기승전결을 이끌었다. 전성우는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이미 연극계와 뮤지컬계에서 10년이라는 굵직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통한다. 지난해 브라운관은 물론 스크린에서까지 신고식을 마친 전성우, 그의 배우인생에 새로운 막이 열렸다.

-비교적 초반부에 하차해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크게 아쉽지는 않았어요. 중간에 바뀐 설정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캐릭터였거든요. 시원섭섭한 마음이 커요. 캐릭터 표현 같은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 캐릭터가 해야 할 역할은 다 한 것 같아요. 더 나왔어봤자 종삼이와 노래방에나 갔을 것 같아요(웃음).”

-이미 연극과 뮤지컬 쪽으로 필모그래피가 탄탄한 편이에요.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진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원래 본질적인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뮤지컬과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사람이다보니 욕심이 더 생겨서 조금 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연기를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무대는 어떤 장소를 상상해서 표현해야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실제 그 공간을 재현해서 연기를 하잖아요. 그런 차이에서 오는 재미가 있는 게 새로웠어요.”

-라이브(LIVE)로 진행되는 무대와 가공을 거치는 드라마 촬영장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기술적인 면이 가장 달랐어요. 무대는 현장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날그날마다 관객들로 인해 제 상태와 감정이 조금씩 달라져서 그 캐릭터에 맞게끔 러닝타임을 채워간다면, 드라마나 영화는 클로즈럽, 바스트샷, 풀샷 등 구도와 각도에 따라 최적화된 컷을 내보내죠. 그런 면이 정말 달랐어요.”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게 드라마 촬영 현장이에요. 힘들지는 않았나요.
“그렇게 고되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배우들을 많이 배려해주셨거든요. 그리고 감독님이 동선과 각도를 머릿속에서 이미 구상해놓으시면 배우들은 그거에 맞게 연기만 하면 됐어요. 배우들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감독님이 시뮬레이션을 잘 해주셔서, 그런 배려 덕에 힘든 걸 느끼진 못했어요. 힘든 게 있었다면 추위였어요. 딱지는 옷이 하나뿐이었거든요(웃음). 그 옷이 감빵 들어가기 전에 입었던 옷이었는데, 처음에 그걸 입을 때만 해도 이렇게 끝까지 입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죠.”

-딱지는 그 자체로 비극적인 캐릭터였어요. 죽음마저 갑작스러웠죠.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공연 때도 그렇지만 캐릭터를 만들 땐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맡은 캐릭터 중에 자폐아나 사이코패스 같은 강한 역할들이 많았거든요. 딱지도 열심히 연기하고, 지금은 잘 빠져나왔어요.”

-딱지 캐릭터에서 가장 부각시키고 싶던 점은 어떤 건가요.
“순수해보이길 바랐어요. 어린애처럼 보였으면 했죠. 단순하고 순수한 아이처럼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작가님은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딱지는 교도소에 나갔을 때 게임 한 판을 하고 싶은 아이’라고요. 그만큼 딱지는 사회나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순수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아이였어요. 저 또한 그런 점들을 더 생각하고자 했죠.”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딱지 캐릭터는 김종삼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죽음까지 임팩트가 큰 편이었는데, 연기를 마친 뒤 얼마만큼 만족했는지 궁금해요.
“만족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찍을 때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방송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표현되는지를 보며 재미는 느끼지만 만족은 쉽지 않더라고요. 항상 모든 것에 아쉬움이 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요. 연기하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표현해서 그걸 보고 좋아해주는 분들께는 감사함을 느끼지만, 제 스스로는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만족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만족을 느낀 장면이 있었다면.
“김종삼과 관계성이 잘 드러난 부분이 좋았어요. 둘이서 비를 맞는 장면도 재밌더라고요. 각자의 마음상태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의 서사가 묻어나오는 장면 같아서 애틋하고 행복해보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복합적 감정을 느꼈어요. 브로맨스적인 느낌이 강해서 이렇게 가는 게 맞나 걱정도 되더라고요(웃음).”

-윤균상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친구로서 동료로서 많은 생각을 공유했어요. 많이 배려 받고 대화도 나눴죠. 주인공이다보니 신경 쓸 부분이 많았을 텐데도 세세한 걸 다 챙기면서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은 많이 친해져서 지난주에도 만났어요. 만나면 커피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하죠.”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지난해에 뮤지컬, 연극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바쁘게 보냈어요. 되돌아본다면 어떤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반기에 의도치 않게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가 겹쳐서 생각지도 못하게 바쁘게 보냈어요. 상반기는 사실 공백이었거든요. 그렇다보니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도 떨어지고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졌는데, 하반기에는 ‘그래도 내가 뭔가를 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었어요.”

-슬럼프를 겪은 걸까요.
“사실 슬럼프는 항상 느껴요. 연기는 정답도 없고 그저 누군가의 취향인 거잖아요. 기본적인 스킬은 있을 수 있지만 제 감정을 전달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어서요. 배우라는 게 항상 잘할 수는 없으니,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자괴감과 슬럼프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요. 계속 노력해야죠.”

-자괴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딱지의 연기는 정말 좋았어요. 죽음을 맞을 때도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을 만큼.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할 뿐이에요. 하지만 배우 특성상 ‘다음’이 기약된 상태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순간순간에 맞게끔 살아가는 거잖아요. 준비기간, 좋게 말하면 휴식인 그 시간을 줄여나가는 게 곧 과제죠.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 기간이 슬럼프인 건데 생각의 시간이기도 해요. 우울감을 느끼진 않아요. 의욕을 갖고 있다가 일로 이어지지 않으면 힘이 빠지고, 그러다보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고… 그게 지난해 상반기의 제 모습이었어요.”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필모그래피를 보니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것 같아요. 로맨스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요.
“욕심이야 있죠. 그런데 공연을 선택할 땐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자극적인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건 싫었거든요. 로맨스를 안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렇다기보다는 처음엔 누구나 선택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그렇게 작품을 하다가 뒤돌아보니 필모그래피가 이렇게 쌓여있더라고요. 지금은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보거나 제가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또는 인물이 가진 정서 등 제가 원하는 포인트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작품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 굵은 연기도 잘하지만 ‘더 테이블’에서는 일상적인 연기를 정말 그 자체가 돼 표현해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런 색깔의 작품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번에 ‘더 테이블’을 찍으면서 일상적이고 잔잔한 느낌의 영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공연은 1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서사가 응축된, 기승전결이 명확한 작품이어야 하는데 영화는 장소나 다른 부분의 변화가 가능하니까 더욱 잔잔한 이야기도 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욕심이 있죠.”

-특히나 욕심이 났던 작품이 있다면.
“‘나의 소녀시대’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왕대륙이라는 배우가 그 영화로 떴잖아요. 청춘물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옆에 있을 법한 평범한 우리네들의 이야기죠. 어떤 마음의 준비 없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전성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여가도 잔잔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웃음).
“정적인 편이긴 해요. 딱히 뭘 하면서 보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취미가 딱히 있지도 않고, 거의 그냥 집에만 있어요. 사람들과 만나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그냥 집이 편해요. 그렇지만 아예 정적이진 않아요. TV나 영화도 보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웃음).”

-예능에 나오면 신선한 캐릭터일 것 같아요.
“예능 쪽으로는 욕심이 없어요. 남을 웃길 자신이 없거든요. 내성적인 편이기도 하고요. 말을 할 때도 조심하는 편이어서요.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른데 그런 걸 전혀 생각 않고 여과 없이 얘기하는 게 좋게 받아들여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신중하게 말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말을 안 하려는 편이고요. 오해가 생길까봐 걱정되기도 해서요.”

-그렇다면 신중하게 묻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웃음).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그저 재밌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재밌고 알차게’가 가장 중요해요.”

-배우 전성우의 세상이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지향점이 있다면.
“‘이거 하면 이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한 이미지로 국한된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미지를 얻고 싶고, 그 후에는 좀 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마다 보이는 모습이 다 다르고, 그만큼 더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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