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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초점] 김기덕 조근현 이현주 조현훈 등 천재 감독들 '性' 문제로 몰락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비즈엔터DB)
(사진=비즈엔터DB)

한때 ‘천재’로 불렸던 감독들이 몰락하고 있다. 과거 그들의 성추행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스로 만든 함정에 무너졌다. ‘거장’ 김기덕부터 상업영화 판에서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조근현, 그리고 독립영화계의 샛별로 지난해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던 이현주와 조현훈까지.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인정받았던 이들의 숨겨진 두 얼굴에 영화계는 연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건 김기덕 감독의 사건이다. MBC ‘PD수첩’은 지난 3월 6일 방송을 통해 김기덕 감독이 여성 배우들에게 캐스팅을 제안하며 성관계 요구를 했으며, 그중 일부는 영화 촬영 도중 숙소에서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 지난 3월 12일 김기덕 감독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으나, 현재 김기덕 감독이 해외 체류 중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김기덕은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감독 중 한 명이기에 그의 성추행 의혹은 국내외 안팎으로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조근현 감독 폭로 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조근현 감독은 배우 지망생들을 작업실인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1대1로 1시간 넘게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성적인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에 폭로글을 올린 A에게 관련 글을 삭제해달라는 연락을 취해 2차 피해를 입혔다.

당시 그의 영화 ‘흥부’가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제작사 측에서는 조근현 감독을 홍보 활동에서 전면 배제했다. ‘흥부’의 경우 흥행에 실패했지만, 조근현 역시 영화계에 힘 있는 감독 중 하나다. 2012년엔 ‘26년’으로 240만 명을 모아 상업영화 감독으로 안정적인 데뷔를 했고, 2014년 ‘봄’으로는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이유영)을 수상하며 상업영화와 작은영화를 아우르는 감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성추행 논란은 오랫동안 영화판을 좌지우지했던 거장들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동기인 영화인 B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해 ‘연애담’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감독이다. 해당 작품으로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범죄도시’ ‘여배우는 오늘도’ ‘싱글라이더’ ‘꿈의 제인’ 등의 쟁쟁한 감독을 물리치고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특히 동성애 소재의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의 마음을 위로해준 그가 정작 현실에서 동성을 희롱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유죄판결이 드러난 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주최측은 해당 상을 몰수해 수상을 취소했고, 이현주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 보였던 미투 운동은 4월 말에도 이어졌다. 주인공은 지난해 이현주 감독과 함께 주목받았던 신인감독 조현훈이다. 그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을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조현훈 감독은 지난 2013년 영화제 인디포럼의 폐막 뒤풀이 자리에서 여성 감독 C를 성추행했다. 조현훈 감독은 이에 대해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고, 그 자리에서 제가 피해자 분께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다른 지인으로부터 듣고 알게 됐다. 다음 날 연락드리고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려 했고 이후 올해 다시 사과를 드리려 하였지만, 그것 역시 피해자 분께 부담과 고통이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돌이켜보니 내가 사려 깊지 못했다”라고 변명했다.

조현훈 감독이 주목받은 건 1년 전이다.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등 독립영화에서 손꼽히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꿈의 제인’은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녀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을 만나고 그와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조현훈 감독은 연출 및 각본, 제작을 맡아 제17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감독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등을 수상하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놓았다.

유죄를 선고 받은 후 은퇴를 하겠다는 이현주 감독과 달리 조현훈 감독은 “앞으로 일체의 공식 활동과 작업을 중단하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은퇴가 아닌 자숙이기에 언제 그가 새 작품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이 더 권력을 갖기 전에 범죄가 밝혀졌다는 점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앞으로 관객이 이들 작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거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제작 배급사들 또한 감독의 인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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