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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박화영’, 방관과 책임 사이에 고립된 '외로움'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명필름랩)
(사진=명필름랩)

외로움이 주어지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괴로움 속을 파고들었다.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은 스스로를 옥죄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결국 현실에 나뒹굴고 만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박화영(김가희 분)이 ‘으하하하’ 웃는 소리와 깜깜한 페이드아웃 화면이 맞물리며 시작된다. 이와 함께 양옆으로 꽉 누른 듯한 스크린 비율이 답답함을 예고한다.

10대 가출팸에서 ‘엄마’로 불리는 박화영. 그의 대사의 팔할은 ‘X발’이다. 담배는 기본, 진짜 엄마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칼을 들고 협박하기까지 충격적인 10대의 모습이다. 하지만 ‘첫 인상’과 달리 박화영은 ‘갑’이 아니다. 가출팸에게 집을 제공하는 만큼 ‘센 척’하며 아이들을 다루지만, 박화영은 “내가 엄마니까”라며 희생당하길 자처한다.

박화영이 가장 집착하는 인물은 오미정(강민아 분)이다. 시소 위에 앉아있는 미정과 아래에서 그를 바라보는 박화영의 모습은 둘의 관계를 잘 나타내주는 장면이다. 다만 예쁜 외모로 여왕처럼 군림하는 오미정 역시 불안한 인생을 전전한다.

일은 늘 벌어진다. 사달이 나면 박화영이 나서고, 개싸움은 또 펼쳐진다. 그렇게 박화영이나 오미정은 스스로가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현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 아이들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 아래 글에는 영화 ‘박화영’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진=명필름랩)
(사진=명필름랩)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 벌어질 때, 박화영은 여전히 “넌 나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말한다. 슈퍼 히어로처럼 모든 일을 다 해결해주는 ‘엄마’ 박화영은 방치된 아이들과 방관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책임’을 지는 인물이다.

난무하는 욕설과 10대들의 성관계 및 원조교제 알몸 동영상 등 충격적인 범죄들, 이런 폭력적인 이야기는 인물들의 외로움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이 아이들의 비뚤어진 애정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중간 중간 박화영과 그의 진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박화영은 엄마를 죽도록 싫어하지만 엄마를 자처하고, 자신과 엄마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는 가족의 품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필요했던 것이다.

박화영은 또 다시 엄마 놀이를 시작한다. 그게 시간이 흐른 ‘미래’인지, 아니면 ‘과거’의 일인지 알 수 없다. 후반부에 가면 영화의 모든 시간 순서가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분석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박화영에게, 그리고 또 다른 박화영'들'에겐 어찌됐든 벗어날 수 없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가출팸을 다룬 국내 영화 ‘꿈의 제인’과 ‘두 남자’에서 주인공을 위로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박화영에게는 그러한 존재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스러운 이야기다.

배우이기도 한 이환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자 ‘눈발’ ‘환절기’에 이은 명필름랩의 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의 장르를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배우들의 실제와 같은 열연이 놀랍다. 김가희는 20kg을 찌우며 박화영을 현실 인물로 만들어냈으며, 강민아, 이재균, 이유미 등은 잊지 못할 연기를 선보인다. 19일 개봉이고 청소년관람불가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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