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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디스토피아에서 개인을 꺼내다 ‘인랑’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우린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늑대야”라는 특기대의 리더 장진태( 정우성 분)

“누굴 원망해야 하죠? 누굴 원망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제일 억울해”라는 권력기관 간의 싸움 속에서 희생 되어가는 조직 섹트의 이윤희(한효주 분)

“그 아이를 왜 죽여야 하죠?”라며 늑대(狼)의 임무와 인간(人)의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임중경(강동원 분)

‘인랑(人狼)’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특기대의 암살부대 ‘인랑’이 수면 위에 드러나면서 첨예한 갈등이 펼쳐지는 영화다.

이야기는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이 섹트의 폭탄 운반조 ‘빨간 망토’ 소녀(신은수 분)와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소녀는 그의 눈앞에서 자폭해버리고, 임중경은 트라우마 속에서 소녀의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를 만난다. 서로를 위로하는 사이, 임중경은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윤희에게 끌린다.

‘인랑’의 원작은 일본 SF 고전이자 2차 대전 패전 후 암울한 가상의 과거를 다룬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이다. 한국판 ‘인랑’은 김지운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다는 것과 한국적 상황에 기반해 재창조한 상황, 특히 그것이 통일과 관련한 근미래적 배경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느와르적인 어두운 무드와 스파이물의 혼란스러움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미쟝센으로 표현된다. 지하도의 축축한 습기와 그곳을 찰박거리며 걷는 군화들, 귀를 강타하는 긴장감 넘치는 음향 효과, 인물과 공간을 감싸고 있는 어두운 공기, 그리고 ‘낙원’이란 이름을 가진 낡은 지하철 표지판과 같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암시하는 이미지들이 눈에 밟힌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 영화가 실사로 가장 잘 구현해낸 것은 특기대의 특수 강화 수트다. 제작비를 가장 많이 쓰며 공을 들인 만큼 수트는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으며, 가면 안에서 빛나는 빨간 눈빛은 원작의 전율을 그대로 전달한다. 강동원과 정우성 등은 실제로 40kg에 육박한 이 수트를 입고 액션을 소화했다.

원작과 가장 달라진 점은 결말이다. 원작은 주인공이 강렬하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결정적인 순간에 끝이 난다. 이것과 달리 한국판 ‘인랑’은 후반부가 더 추가되었다. 반전의 경우, 가타부타 덧붙여 설명하지 않고 마무리 지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 더 강조된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접 혼란스러움을 꺼내놓고, 액션신을 통해 갈등을 증폭시킨다. 남산타워에서 펼쳐지는 번지점프 탈출신, 공안부 차장 한상우(김무열 분)과의 카체이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원작과 달리 새롭게 추가된 이 부분은, 화려하기는 하지만 반전이 주는 충격을 흐리게 만들고 오히려 지루한 감을 준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지운 감독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까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은, 짐승이라 불리는 ‘인랑’조차 ‘시대의 산물’이 아닌 ‘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의 해결책은 임중경의 책장에 꽂힌 ‘체게바라평전’과 ‘죄와벌’, 그리고 한효주가 들고 다니는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이 힌트가 될 수 있겠다. ‘타인의 고통’은 대량 복제가 한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말하는 책이다. 다만 임중경의 갈등이 원작처럼 ‘인(人)’과 ‘랑(狼)’ 사이에서의 고민인지, 아니면 이윤희와의 사랑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강동원과 한효주는 혼란을 느끼는 복합적 감정을 잘 표현했으며, 정우성은 분장을 통해 거친 외면과 함께 냉정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한예리ㆍ최민호 등은 원작에 없는 인물로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됐을 법 하지만, 액션 연기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순제작비만 190억 원이며, 15세 관람가다. 오는 25일 개봉.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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