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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무로에 제대로 합류한 주지훈의 도약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정우성, 이정재, 하정우 등 한국 영화는 이들이 이끌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대 배우인 이들 사이에서 막내 롤로 함께하는 이가 주지훈이다. ‘공작’의 윤종빈 감독의 “황정민 이성민보다 어린 30대 배우 중 이들과 함께 있을 때 꿀리지 않을, 밸런스가 맞는 사람은 주지훈이 유일”하다는 말은 아마 그를 인정하는 선배들의 최고의 칭찬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여름, 주지훈은 이러한 평가에 제대로 방점을 찍었다. ‘2018 여름 BIG4’라 불리는 대작 중 ‘신과함께-인과 연’과 ‘공작’, 두 작품에서 모두 활약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지훈은 잦은 스크린 출연에도 불구하고 영화 데뷔작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이후 손꼽을 만한 대표작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가 한국영화의 한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그 기점은 2015년 ‘아수라’. 처음으로 굵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사나이픽처스라는 대한민국 대표 영화 제작사와도 연을 맺었다.

‘공작’ 합류 배경도 여기서 시작된다. 주지훈이 ‘신과함께’를 찍고 있는 가운데,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에게 대본을 받고 다음날 윤종빈 감독을 만나면서 ‘공작’의 출연이 성사됐다. 연이어 날개돋힌 듯 자신의 능력을 펼쳐내고 있는 주지훈. “지금 내가 차곡차곡 쌓아야 나중에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하반기 개봉할 ‘암수살인’ ‘킹덤’뿐만 아니라 그의 앞날에 담길 그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기대가 모아진다.

Q. ‘공작’에서 북한 군인 정무택 역을 맡았다. 군인 역할은 처음인데, 그것도 나라(북한)에 충성하면서 주인공 박석영(황정민 분)과 대립하는 캐릭터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A. 군인이라는 점은 일단 내가 군대에 다녀왔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았다. 캐릭터는 우선 사람으로 접근했다. 극중 악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연기를 하는 내겐 선한 역이다. 나라에 충성하는 FM스러울 인물일 뿐이다.

Q.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준다. 극중 인물들 역시 계속 긴장되는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촬영 현장 분위기도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A. 6개월을 찍었는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날 찍는 등장인물이 많으면 많아서 힘들고, 적으면 적어서 힘들었다. 정해져 있는 긴장감을 두 명이든 다섯 명이든 맞춰서 만들어야 하니까. 비율이 달라지면 다들 눈치를 챈다. 밸런스 맞추기가 힘들었다.

Q. 북한 사투리에 어려운 용어가 많았는데, 대사를 소화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렵던가.

A.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투리도 어려웠다. 게다가 대사가 진실일 때도 거짓일 때도 있지 않나. 한 문장 안에 거짓과 진실이 섞일 때도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전달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사실 극중 정무택이란 캐릭터가 분량이 많은 건 아니다. 이 영화에서 본인 캐릭터의 역할을 무엇으로 보았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 ‘이것만큼은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

A.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재미있었다. 실화라서 쑥쑥 잘 넘어가더라. 사실 정무택 역할은 글로 봤을 때 생동감은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 만나서 ‘원래 백(Back)에 서 있는 역할이냐’고 물어봤다. 글로 봤을 땐 그럴 수도 있지만 연기를 하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실화이기도 하고 첩보전이라는 특성상 영화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 메시지가 도달하기 전에 지칠 수 있으니까 내가 긴장감도 유발하고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하는 부분을 잘 살리려고 했다. 다른 주요 배역들은 변주를 줄 수가 없으니까.

Q. 특히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춤을 추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애드리브 같으면서도 영화에 굉장히 잘 녹아든 장면인데.

A. 내가 감독님께 졸라서 찍은 거다. 다른 신 세팅 중이라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쉬면 뭐하겠냐’고 하면서 찍어 달라고 했다. 실제로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춘다더라. 내가 키가 커서 헐렁거려 보이지만(웃음) 각 잡고 추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Q. 진지한데 또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배우 입장에선 캐릭터 중심 잡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정무택이 긴장감을 주면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설정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정무택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결국 혼자 당한다. 자가당착 캐릭터다. 윤종빈 감독에게 물어본 건 아니지만, 거기에 대한 조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한 조소가 아니라 정무택이 가진 잘못된 신념에 대한 조소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사람마다 사건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시선은 다르다. 20대와 30대의 세상도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에 GV에 가서 ‘시강’이란 플랜카드를 봤다. 나는 보고 기분이 좋았는데, (황)정민 형이 ‘시간강사’냐고 물어보더라.(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Q. 주지훈이 소화한 ‘신과함께’와 ‘공작’의 캐릭터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연기하는 범위가 유연해진 것 같다.

A. 그동안도 유연했지만 망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망하면 안 된다. 작품 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재발견’이란 말을 듣고 있는데, 그래서 자꾸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기억에 없으니까. 내가 사랑했던 작품들이 없어진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

Q. 여름 대작 2편의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나.

A. 책임감은 느끼는데 그리 크진 않다. 내가 독수리 1호는 아니지 않나.(웃음) 원래 2호가 사고치고 1호가 수습한다. 나는 아직 할 만한 포지션인 거 같다. 그래서 황정민ㆍ이성민 형이 우리 영화의 메시지를 말하는데 집중할 때 나는 재밌게 하면 되는 거다. 나는 그걸 담당하겠다.

Q. 동년배 배우들이 탐을 낼만한 매력적인 작품에 줄줄이 참여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A. 다들 2, 3년에 하나씩 하니까 내가 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 ‘아수라’ 때부터 같이 하다 보니까 안정감이 있나보다. 경험이 쌓이기도 하고 ‘저 친구가 선배들에게 어렵지 않게 하더라’라는 말도 나온 것 같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3대가 같이 살아서 선배들이 많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어렵다. 나는 ‘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왜’라고 물어볼 때 힘들다.(웃음)

Q. ‘아수라’ 이후 행보가 돋보이는 건 사실이다. 본인의 연기와 행보를 평가해 보면 어떤가.

A. 비슷한 또래가 아닌 훨씬 경력 많은 분들과 함께하면서 내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나의 것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경험이 늘어나다 보니 현장이 익숙해지고 메커니즘도 알게 되고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과거엔 나 혼자 메소드 하겠다고 나섰는데 갑자기 신이 바뀐 적이 있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신을 날려먹기도 했는데, 현재는 과거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Q. 드라마 ‘궁’ 때를 회상하면서 연기를 못했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지금과 비교를 해보자면?

A. 내가 그때는 풋사과라고 했다. 파릇파릇하고 시큼한 풋사과 말이다. 지금은 잼 정도 내어줄 수 있는 것 같다.(웃음)

Q. ‘공작’에서의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역할을 하려면 조금 더 나이가 들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 미래를 떠올리기도 하나.

A. 생각을 한다. ‘궁’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내가 어린 나이에 데뷔한 게 아니라 그때 25살이었는데, 당시엔 나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래서 교복 입는 게 낯간지러웠고, 다른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 그래서 뮤지컬도 겁 없이 도전도 해보고 그러다가 한계를 느꼈을 때쯤에 드라마에서 멜로도 하고 ‘아수라’ 같이 강렬한 것도 하고 ‘신과함께’처럼 SF판타지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운 좋게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나도 황정민 선배 역 하고 싶어’라는 생각 대신 ‘비슷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황정민과)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으니까’라면서 내가 40대 때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욕심내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할이 너무 하고 싶어서 지금 당겨서 해버리면 안 되는 것 같다. 지금은 ‘궁’ 끝나고 한두 작품 비슷한 것 더 해볼걸 하고 후회가 된다. 그 나이 때의 감성과 얼굴로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못 한 거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

Q. 많이 여유로워진 거 같다.

A. 어차피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내가 당장 60살 배우의 포스를 갖고 싶어 하더라도 가질 수 있겠는가. 지금 내가 차곡차곡 쌓아야 나중에라도 가질 수 있는 거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여름을 보내는 기분에 대해 말해 달라. 여름 대작의 중심이 된 배우로서 기분이 남다를 것이다.

A. 처음엔 두 작품이 한꺼번에 개봉을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개봉일은 배우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 걱정은 했지만 결국 원래 내 성격이 나오더라. 날짜 결정되고 이틀 지나고 나선 ‘그냥 홍보 열심히 해야겠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을 겪는 배우가 얼마 없다. 작년에 하정우가 처음이었고, 올해는 나와 이성민이 두 번째다. 스페셜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의 경험이 또 생긴 거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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