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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가수 알면 ‘싸클 인싸’라며?” 리햅(Rheehab)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나만 알고 싶은 뮤지션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혹은 ‘이렇게 좋은데 왜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라는 생각을 할 때도. R&B 힙합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 가수 리햅(Rheehab)은 뉴스란보다 지식인이나 SNS에서 더 활발하게 검색이 되는 인물이다. ‘이 노래 제목 좀 알려주세요’로 시작하는 글이 대부분. 정식 음원이 아니라 검색할 순 없지만, 개성 있는 편집숍 등 그의 노래를 가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곳이 꽤 많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언제 뜨냐’와 ‘제발 뜨지 말아라’로 나뉜다. 양극이다,(웃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사실 정 반대의 말이지만 그 마음은 같은 거니까. 지식인에 보면 디테일하게 ‘몇 월 며칠, 제2롯데월드에서 000이란 가사로 시작하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웃음), 또 그걸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감사해서 댓글로 감사하다고 남긴 적도 있다. 첫 앨범도 좋은 반응을 해주시는 분이 많았는데 감사했다. 내 노래를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해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표현해주신 것 자체가 감사하다.”

‘싸클 인싸’(SoundCloud Insider)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리햅은 2015년 사운드클라우드(자신이 개발한 음원이나 허가받은 음원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자신의 작업물을 올리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2017년에 정식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가 된 케이스다. 온라인상에서 유명하던 그의 음원을 이제 정식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리스너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리햅 본인에게 가장 큰 일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원을 올릴 때는 개인 SNS를 하듯 내가 하고 싶은 것 모두를 표현할 수 있었는데, 공식 음원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더라. 일단 이전에는 큰 반응을 얻진 못했지만,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이야기를 남겨주시기 때문에 악플이 없었다. 공식적인 플랫폼을 통해 내는 음원으로는 다양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쉽지 않구나 싶기도 했지만, 대중의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됐다. 참고할 부분도 많이 얻었고 긴장도 많이 하게 되었다.”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지난 16일 발매된 그의 3번째 디지털 싱글 ‘물고기’(feat.마이크로닷) 역시 과거 리햅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원 중 사랑받은 트랙 중 하나로, 래퍼 마이크로닷이 힘을 보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트랩 비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통통 튀는 후렴구의 멜로디 라인이 매력적인 R&B 힙합 곡이다.

“만드는 시간은 짧게 걸렸다. 내가 하고 싶은 주제여서 비트도 아이디어도 순조롭게 잘 나왔다. 훅을 재밌게 해석해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유치한 멜로디인데,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 있다.”

특히 ‘물고기’는 거침없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리햅이 표현한 ‘물고기’는 어린 시절 어항 속에 갇혀 답답하게 사는 듯 보였던 물고기가 지금 보니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평화로이 살고 있어 보여 본인 역시 어항 속 물고기처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부분은 ‘아무 생각 없는 물고기/ 처럼 살고 싶어 (퍼킹) 물고기’를 반복하며 강조되는데, 사실 물고기가 부럽다면서 ‘퍼킹’이라고 표현하는 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은 게 아닌 반어적인 표현이다.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말을 순수하게 전달하고 싶진 않았다. 상대에게 어필하는 강한 표현이다. 그런데 음원은 ‘퍼킹’이 아니라 ‘뻐끔’으로 나갈 것이다.(웃음) 우선 이 노래를 만들었을 당시 나를 고민하게 했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고 자기만의 방어기제도 생겨서 사회에서 부딪치는 데에 익숙해진다. 나는 중ㆍ고등학교 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순탄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더라. 해결되는 일은 없고 심적인 부담감을 갖게 된 것 같다.”

특히 ‘내가 어렸을 땐 가지고 싶은 게 많았지만 / 내가 다 컸을 때도 가지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라는 가사는 그의 고민을 추측하게 한다.

“어렸을 때 가지고 싶었던 것과 지금 가지고 싶은 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분은 다르다. 어렸을 땐 원하는 게 있으면 이루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면 그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나니 그것 자체는 의미가 없더라. 내가 무엇을 원하면 주변사람들이 만류를 하고 헛소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물고기’는 리햅과 마이크로닷이 서로 사석에서 대화하는 듯한 재치 있는 구성으로 이뤄졌다. “‘물고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이크로닷이었다”는 리햅의 독특하고도 귀여운 발상으로 마이크로닷의 참여가 성사됐다고 한다.

“처음엔 나 혼자 할까 생각했는데 마이크로닷이 물고기 이미지에 적합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횟집에서 건너편에서 회를 드시고 계신 것을 보았는데 당시엔 말을 못 걸었다.(웃음) 이번 앨범 작업할 때 그 사연을 말하면서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노래뿐만 아니라 형에게 조언도 많이 얻고 싶었다. ‘물고기’란 노래가 밝은 노래이긴 하지만 내가 사회생활하면서 부딪치는 인간관계를 웃기게 표현한 것이지 않나. 마이크로닷은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선배이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가는 길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현재까지 싱글 앨범만 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리햅이기에 그의 EP도 기다려진다. 리햅은 ‘물고기’ 발매 후 쉬지 않고, 올해 말 혹은 늦어도 내년 초에 EP앨범 2장을 연이어 발매한다. 그동안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됐던 곡들 중 일부를 재편집하고, 다수의 미발매곡들도 수록할 예정이다.

“EP를 2개의 파트로 나누는 이유는 사운드적으로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놔야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everywhere’(리햅의 미말매곡 중 유명한 곡)는 발매하진 않을 것 같다. 너무 예전 곡이라 지금 시기에 맞는 것들만 이사시키려고 한다. 아직 가제이긴 하지만, 첫 번째 노래 제목은 ‘영화’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연애가 다음 시리즈 없는 영화와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는 끝나도 다음 편이 있는데, 연애는 그렇지 않지 않나. 그래서 쓸쓸한 노래다. 이 노래는 사운드클라우드에 한 번 공개한 적이 있어서 편곡을 꼭 거쳐야 한다.(웃음) 두 번째 노래는 재밌는 사운드로, 제목은 ‘뛰어가고 있어’다. 만난지 오래되지 않은 연인에게 그냥 ‘사랑해’라고 할 수 없으니 뛰어가는 마음으로. ‘조금씩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거다.”

소속사 어나더뷰에 자리도 잡고 유명 가수들과도 컬래버레이션을 하며 점점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이저로 올라오고 있는 리햅, 데뷔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에게 어떤 아티스트가 될 것인지 물었다.

“만능이고 싶다. 지코 같은 경우엔 다 잘 한다. 뭘 하든 자연스럽고 프로 같다.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흔들림 없고, 누군가에게 요청을 받았을 때 뭐든 잘 해내고 싶다. 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열려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많이들 다가오셨으면 좋겠다.(웃음)”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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