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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한국영화 새로운 100년의 시작점(종합)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비즈엔터DB)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비즈엔터DB)

오스카상을 품에 안고 한국에 돌아온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국내 취재진들 앞에 섰다.

19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배우들과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미국시각) 개최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전에 없던 쾌거를 거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의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봉 감독은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라며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나와 송강호가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었다"라고 돌이켰다. 이어 경쟁작들이 LA 시내 광고판과 신문 광고에 실리는 동안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CJ와 바른손, 배우들과 함께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고 돌이켰다.

봉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오스카 레이스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한때는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쁜 창작자인데, 왜 일선에서 벗어나서 시간 들여서 캠페인을 하는지, 스튜디오는 왜 많은 예산 쓰는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것이 아카데미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비즈엔터DB)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비즈엔터DB)

봉 감독은 '기생충'이 얻은 영광은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출연진을 치켜세웠다. 봉 감독은 "'괴물'이나 '설국열차'는 SF에 기반한 영화지만 '기생충'은 동시대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한,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여서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의 수상과는 관계없이 차기작도 평소 하던대로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찍으면서 보였던 기조들은 계속 유지할 것이다"라고 차기작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또 화제의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봉 감독은 "(지난 18일 패러디 영상을 올린) 유세윤, 문세윤은 천재적인 것 같다. 최고의 엔터테이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오늘 아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편지를 받았다"며 "영광이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을 테니 쉬어라. 다만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 기다리니까 조금만 쉬고 다시 일하라'고 편지를 보내줬다. 감사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비즈엔터DB)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비즈엔터DB)

'기생충'의 미국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생충'이 애초 가진 주제 의식과 동시대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블랙코미디와 범죄 드라마 형식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 갈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봉 감독은 "시즌제가 아닌 HBO '체르노빌'처럼 5~6편의 밀도 있는 TV시리즈로 만드려고 한다"라며 "틸다 스윈턴과 마크 러팔로를 캐스팅한다고 언급됐는데 공식적인 사항은 아니다. 방향과 구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오는 5월 '설국열차'가 TV시리즈로 방영되는데, 제작 5년 만에 방송되는 것을 보면 '기생충'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영화 '기생충'은 오는 26일 흑백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만들었다"라고 밝힌 봉 감독은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선보였는데, 흑백으로 보니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난다는 평을 들었다"라며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이나 연기 디테일,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컬러가 사라지니까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수상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의 동상이나 생가 복원 작업 등 관광 콘텐츠를 만들자고 밝힌 것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내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생각하면서 그런 기사들은 넘겼다"라며 웃었다.

봉 감독은 마지막으로 "내가 데뷔한 이후 20여년간 한국영화는 눈부신 발전이 있었고,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는 점점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1980~90년대 큰 붐을 이뤘던 홍콩 영화 산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에 대한 기억을 우리가 선명히 갖고 있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더 도전적인 영화들을 산업이 수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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