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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소나무' 중증 뇌병변 손녀의 엄마가 된 할머니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MBN '소나무' (사진제공=MBN)
▲MBN '소나무' (사진제공=MBN)
MBN '소나무'에 뇌병변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4일 방송된 MBN '소나무'에서는 고령에도 손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머니의 애달픈 사연이 소개됐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허름한 집 한 채. 이곳에는 중증 뇌병변 손녀 가희 (23) 씨를 홀로 돌봐온 엄마 같은 할머니 옥례 (77) 씨가 살고 있습니다. 밥을 먹자는 할머니의 손짓에 앙상한 다리로 기어 나오는 가희 씨는 돌 무렵, 병원을 찾아 진행한 정밀검사에서 중증 뇌병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그저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면 건강에 이상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옥례 씨는 먹고살기 바빠 손녀의 건강에 무심했던 것 같아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면서 아픈 손녀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옥례 씨의 몫이 되었는데요. 4남매를 키우고도 또다시 엄마가 된 옥례 씨의 사연은 무엇일까.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손녀 가희 씨를 대하는 옥례 씨의 손길은 흡사 아기를 다루는 듯합니다. 할머니의 부름에도 가희 씨는 아무런 반응 없이 묵묵부답인데요. 중증 뇌병변으로 인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딸 쌍둥이를 낳은 아들 부부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가희 씨를 도맡아 키운 옥례 씨. 그러나 가희 씨와 같이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희소병으로 사망한 후, 머지않아 아들 부부가 이혼하며 불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집 나간 며느리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들을 대신해 가희 씨의 엄마가 되는 것을 자초한 옥례 씨. 23년째 온몸이 강직된 손녀의 손과 발이 되어온 그녀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하는 건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 손녀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80대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면서 허리와 무릎의 극심한 통증으로 밥을 차리는 일조차 고비인데요. 음식을 씹지 못하는 손녀를 위해 된장국을 믹서에 갈아서 아침을 준비합니다. 면역력이 약해 병치레가 잦은 가희 씨의 건강이 늘 신경 쓰이는 옥례 씨. 가희 씨가 먹을 음식에는 정성을 다하지만, 정작 자신의 밥에는 김치 하나만 놓고 초라한 밥상을 차립니다.

옥례 씨의 이러한 노력에도 서툰 손길에 폐렴까지 이어질 뻔했던 위험천만한 상황도 있었는데요. 남들보다 회복속도가 더딘 가희 씨에게 차가운 요구르트를 먹였다가 감기가 찾아와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예쁜 것만 입히고 가장 좋은 것만 먹이고 싶었던 것뿐인데, 손녀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칩니다.

아침마다 가희 씨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옥례 씨의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반찬값이라도 마련하려면 폐지를 하나라도 더 주워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벽부터 폐지를 주운 사람들에게 밀려 일주일에 천 원도 벌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굽어진 허리로는 매번 고물상에 갈 수 없어 집 앞에 쌓아놓은 폐지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옥례 씨. 최근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가희 씨가 다니고 있는 특수학교를 내년까지 다니고 졸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부족한 할머니의 손길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는데, 집에서만 생활하면 답답해할 손녀의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갑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오직 손녀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흔적은 옥례 씨의 몸 곳곳에 통증으로 남았습니다.

23년째 아기 같은 손녀의 엄마가 된 옥례 할머님. 늘 가희 씨의 곁을 지키면서도 팍팍한 형편에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애가 타는데요. 손녀를 위해서라도 굳세게 버텨보려 오늘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폐지를 줍습니다.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먹구름이 걷히고 비 갠 맑은 날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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