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14일 방송되는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에서는 야성을 잃고 자연에서 쫓겨나 정복욕에 불타는 인간의 제물로 전락한 야수들을 지키고 자연에 함께 살며 인간과 공존하게 할 방법을 찾아본다.
사자, 호랑이, 곰과 같은 대형 포식자들은 먹이 사슬의 정점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동물의 제왕이다. 하지만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야수를 정복과 오락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2015년 야생동물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사건은 ‘세실’이라는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가 미국의 한 관광객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일이다. 트로피 사냥, 즉 스릴을 맛보려는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세실 사건이 터졌을 때 전 세계인이 공분했지만 그뿐이었고 지금도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사자 사냥이 성업 중이다.
처참히 죽은 사자 앞에서 ‘브이’ 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 사냥꾼들, 돈이 되는 사냥 관광객에게 공급할 사자를 가축처럼 대량으로 사육하고 개처럼 길들이는 농장주들. 이 모두가 우리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자 슬픈 자화상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사자보호소를 운영하는 ‘사자 위스퍼러’ 캐빈 리처드슨은 구조된 사자들을 보호하며 야생성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자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은 없다. 지금의 아프리카는 사자가 안전하게 야생에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어린 맹수들을 이용한 사업이 성업 중인 미국에서는 인간에게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가 5천 마리나 된다. 아시아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보다 많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1년 미국 잔스빌에서는 야생동물 40여 마리를 키우던 주인이 우울증으로 야수들을 풀어주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야수가 모두 사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야성도, 생존의 터전도 잃은 야수들은 인간의 제물로 사라질 것인가?
곰사냥이 합법인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는 웨스트버지니아 유일의 야생동물 보호소이자 사냥금지구역인 사설 야생동물보호소가 있다. 생물학자이자 야생동물보호가인 조엘박사가 20여 년 전 만든 ‘포인트 오브 뷰 팜’이 그곳이다. 이곳은 삼면에 강물이 흐르고 뒤편은 숲으로 막혀있는 천혜의 방주다. 그는 이곳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을 돌보는데 그중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하는 것이 흑곰이다. 사냥 기간 동안 어미를 잃거나 보금자리를 잃고 구조된 곰들은 조엘의 방주에서 보호받다가 사냥 기간이 끝나면 숲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돌아간 숲에서 다시 인간의 총구와 맞닥뜨리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이유-그것은 그들이 야생에서 생존해야 할 야수이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은 야수의 야성을 봉인할 권리가 있는가? 인간과 야수는 공존할 수 없는가? 조엘박사가 던지는 화두다.
아프리카 촬영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박환성감독과 고 김광일PD의 유작으로 이번 방송을 통해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고 박환성감독의 메시지가 의미 있는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