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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가 관객을 설득하는 방법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무자비한 킬러 레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무자비한 킬러 레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기는 그 당시에 에너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경험이 많이 쌓였어도, 다시 '태양은 없다' 시절로 돌아가 홍기를 연기한다고 해도, 그때만큼 잘할 수 있을까요? 전 못할 것 같아요."

배우 이정재는 지금 이 순간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다. 모든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들을 연구하지만, 이정재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그를 캐스팅한 감독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한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인남(황정민)의 뒤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를 연기했다. 두 남자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처음과 끝이다.

레이는 스타일리시한 악역이다. 이정재는 시나리오에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해 킬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비틀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독특한 캐릭터로 내가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던 것은 아니지만, 레이의 묘하고, 독특한 부분들을 잘 구현한다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죠."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레이는 인남을 죽이겠다고 광적으로 집착한다. 인남이 죽인 형제의 복수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자신조차 인남을 쫓는 이유를 잊는다. 이정재는 이처럼 광기에 사로잡힌 레이를 관객에게 설득시킬 방법을 찾았다. 레이가 인남을 계속 압박해야 극의 서스펜스가 강화될 수 있었기에, 이정재는 관객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폭력성과 서늘함을 레이에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스타일링은 레이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정재는 직접 제작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레이의 스타일을 파격적으로 설정했다. 직접 감독과 스태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자신이 상상한 레이를 설명했다. 무색무취의 킬러를 상상했던 감독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컬러풀한 킬러를 생각했어요. 이건 킬러가 입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 것들로 준비를 했죠. 예를 들어 주황색 반바지에 흰 부츠. 이걸 스태프들한테 보여주니까 내가 그 정도로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어요. 내가 더 강하게 파격적으로 가자고 주장했죠. 타투도 한두 개 하면 내 표정이 아닌 타투를 볼 것 같아서 목에 왕창 그렸죠. 하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신세계'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황정민과 7년 만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재회했다. 개봉 전에는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세계'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지 않을까 예상한 관객들도 있었으나 이정재와 황정민은 '신세계'와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신세계'의 이자성(이정재)은 정청(황정민)에게 정체를 감춰야 하는 인물이었죠.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은 그런 거침없는 캐릭터를 제가 맡았어요. 영화가 다르고, 설정이 달라지니까 황정민 배우와 나의 연기도 달라지게 됐죠. '신세계' 팬들이 이번 영화를 볼 때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이번 영화의 액션은 레이 만큼이나 압도적이다. 스톱모션 촬영기법을 사용해 배우들이 서로를 타격하는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냈다. 이정재는 무술감독이 제안한 액션을, 촬영감독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확신을 줘서 본인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액션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선 총격 액션이 많았어요. 몸을 부딪쳐 하는 액션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레이가 태국 마피아들과 싸우는 장면을 찍는데, 현장에서 몸으로 싸우는 액션으로 바뀌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들이 늘어나더라고요. 갑자기 팔 다리를 다 써야하는 상황이 됐는데 갑자기 하려니까 마음 같이 잘 안 되더라고요. 하하."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감독으로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영화 '헌트'로 데뷔 27년 만에 처음 연출에 도전한다. 배우로 정점을 찍은 그가 보여줄 세계는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둑들'을 찍을 때였어요. 어느 자리에서 임달화 배우가 자신은 연출도 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프로듀싱도 한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나 부럽더군요. 그는 '영화인'이다. 나도 영화인으로 더 자유롭게, 여러 파트를 오가면 좋겠다. 이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적었고, 그중 하나를 발전시킨 것이 준비 중인 영화입니다."

특히 '헌트'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태양은 없다'로 함께 했던 배우 정우성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이정재는 연출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았기에, 정우성의 출연이 결정된다면 1999년 '태양은 없다' 이후 21년 만에 두 사람을 한 스크린 안에서 보게 된다.

"'태양은 없다' 이후에 몇 작품은 더 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둘이 의기투합해서 한 번 작품을 만들기로 10년 전에도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어요. '헌트'는 정우성에게 4년 동안 제안했고, 4년간 퇴짜 맞았어요. 지금도 100% 결정난 건 사실 아니에요. 이 정도면 짝사랑 같아요. 하하."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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