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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 꺾이지 않는 단단함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을 연기했던 고아성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돌아왔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보다 조금 더 말랑말랑한 이야기에, 맡은 역할 역시 명랑해졌지만 거대 권력에 도전하는 단단한 심지는 고아성의 매력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이하 삼토반)'은 1995년 입사 8년 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고졸 출신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아성이 맡은 생산관리3부 이자영은 말단 사원으로 업무 능력은 베테랑이나, 고졸이라는 한계에 남자 상사들의 잔심부름을 한다.

그런데 우연히 외근을 나간 회사 공장에서 폐수를 몰래 유출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회사의 비리를 쫓기 시작한다. 이자영 특유의 '오지랖'과 친구들의 재능이 회사의 부정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지만 회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자영은 시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영의 그런 성격은 사회 구성원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단단한 여성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며, 어느덧 데뷔 17년 차를 맞은 고아성을 만나 '삼토반'을 마친 소감, 촬영 에피소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영화를 연달아 찍었다.

'항거'도 '삼토반'도, 서른명 가까이 규모의 여자 배우들이 있었다. '항거'를 찍을 때는 많은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묵직한 마음을 가졌고, '삼토반'에서는 현장에 있을 때마다 든든한 결속력을 경험했다.

Q. '삼토반'의 이자영이 어떤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나?

이자영에게 '오지랖'은 그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자영이 폐수 유출 현장을 목격하고, 내부 고발까지 사건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오지랖 때문이었다. 여기에 친구들을 비롯한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고, 자영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열련의 과정이 영화에 담기길 바랐다.

Q. 이자영의 오지랖은 고아성에게도 있는지?

이 영화 전까지만 해도 나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웃음) 이 역할을 연기하려면 내 스스로 바꿔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의도적으로 현장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먼저 다가갔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왜 이리 외향적이 됐냐고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Q. 당연히 외향적일 줄 알았다.

영화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성격이 바뀐다. 지금은 자영의 성격이 잘 유지되고 있다. 사람을 되게 좋아하지만, 먼저 관계를 이끄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내성적인 면도 스스로 만든 것 같다. 처음에는 먼저 촬영장 밖에서 만나자고 말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배우들의 마음이 많이 열려있었던 덕분에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자영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이솜, 박혜수 같은 친구들도 있어서 많이 비슷했다.

Q. 박혜수가 고아성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말 박혜수를 좋아했다. 연기를 하는게 매순간의 선택인데 '청춘시대', '스윙키즈'를 보면 박혜수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는 거 같더라. 연기하는 걸 보면서 멋있는 사람인 거 같다는 느낌을 들었다. 매 순간 선택이 담백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느꼈다. 이렇게 만날 줄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 가까이 앉아있었는데 그 눈빛을 숨길 수 없었나 보다.(웃음)

Q. 영화 '설국열차'나 '오피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을'을 연기했다. 평소 '을'의 경험을 많이 해보진 않았을 것 같은데?

계약서상 배우도 '을'이다. (웃음) 배우들은 직급이 없고, 보통 시간 순으로 경력이 정해진다. 스포츠 중에서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도 있는 것이 볼링이라고 하던데, 그런 볼링과 마찬가지로 배우들도 한순간의 작은 판단으로 많은 결과가 바뀐다. 이번 작품을 잘했다고 다음 작품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때그때 작품에 맞게 연기를 잘하면서 작품에 녹아드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1988년의 여경 윤나영 역을 연기했었다. '삼토반'의 이자영과 시대적인 배경과 당시 직업인으로서 여성의 위치 등 비슷한 점이 많아 자칫 유사한 연기를 되풀이 할 걱정도 들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걱정을 했었다. '라이프 온 마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 어떡하느냐 감독님께 말했더니, 며칠 뒤 감독님이 드라마 전편을 다 보고 오셨더라. 글로 리뷰까지 써주셨다. '나영과 자영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자영은 분명 다른 캐릭터다. 혹시 비슷한 연기를 되풀이하더라도 내가 잘 잡아주겠다'고 말해주셨다. 감사했다.

Q. 올해 초 영화를 다 찍은 뒤에도 이종필 감독과 배우들이 꾸준히 교류를 했다던데? 감독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느낌이다.

감독님은 영화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동 받았다. 초 단위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참 드물다. 무한 신뢰감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편지를 많이 쓰신다. 필력이 참 좋다.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알아채고 밤에 메일을 써서 보내주신다. 거기에 힘을 얻었다.

Q. 이번 영화가 어떤 영화로 남겨지길 바라는가.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딱 찾아온 영화다. 사람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꿔준, 선물 같은 영화다. 관객들에게도 어려운 시기 조금이라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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