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마음의 고향, 인천의 식자재와 태어난 고향에서의 그리운 추억이 만나 따스한 내음 나는 한 상이 차려진다.

영흥도에서 많이 해 먹는 갱국을 바지락과 함께 볶아 북한식으로 만들고 기존의 빵과는 모양부터 다른 산둥식 빵을 정성스레 만들며 그간의 고생으로 이룬 맛을 버무린다. 게다가 그 당시 이주민들을 포근히 안아주던 변치 않은 오래된 가게들도 찾아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전경에서 어린 시절 먹었던 맛과 향기에 한껏 취한다.

영흥도 진두마을에서는 선선해진 날씨 따라 굴 캐기가 한창이다. 약 20년 전,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했다는 영흥도 주민들. 바닷길 따라 이곳에 시집온 후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르신 중에는 북한이 고향인 사람이 많다는데. 마을의 김총각, 공복순 어르신은 어렸을 때 피란 나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인천에 정착했다. 어머니들이 눈물로 보낸 고단한 세월을 지나 이제야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음식을 만든다. 제2의 고향에서 만나 어우러진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산둥에서 많은 사람들이 건너와 이곳 인천에 정착했다. 인천에서 산둥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화교 3세 조지미 씨. 빠르게 흐른 세월 덕분에 그녀는 벌써 세쌍둥이의 할머니가 되었다. 지미 씨네 가족은 딸만 네 명이었지만 빵을 만들 수 있는 건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빵 만드는 법을 배운 지미 씨가 유일하다. 사실 지미 씨의 어머니는 짜장면 장사가 지겨워 딸들은 절대 중국집으로는 시집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데. 어찌 된 운명인지 딸들 모두 중국집을 운영하는 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지미 씨는 인천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세월을 떠올리며 오래된 도마를 꺼내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렸을 적 충남 서산에서 아버지와 배를 타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인천으로 바다를 찾아 온양계영 선장과 아내 최은순 씨. 인천 바다에서 꽃게를 잡은 지 벌써 30년이 다 되었다. 은순 씨의 고향 역시 인천이 아닌, 전남 담양이라고 한다. 생선 종류도 잘 모르고 바닷일도 낯선 그녀는 이곳에 정착한 후 두 딸을 키우기 위해 그물 손질을 시작했다. 새벽에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이른 시간부터 시작해 하루에 약 600kg에 육박하는 그물을 손질한다는데. 시원하고 비릿한 바다 내음과 사랑스러운 딸들 덕에 모진 시간을 버텼다. 오늘도 두 딸과 함께 갓 잡은 꽃게로 맛있는 밥상을 만들어낸다.


인천에는 아직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40년간 한 자리에서 생과자를 만드는 강동기 씨 부부와 53년째 한치 보쌈을 만들고 있는 김소자 씨는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었다. 이런 오래된 식당 중 인천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60년 된 복어 전문 식당이 있다는데, 어머니가 차린 식당을 이어가고 있는 김현서 씨는 1·4후퇴 때 평양에서 내려와 이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다. 아내의 고향은 강원도 철원으로 두 사람은 제2의 고향에서 만나 또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며 요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