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극단 연출가, 전문 댄서, 바리스타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세 명의 농인(DEAF)과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청인(聽人) 한 명. 농 댄스팀을 준비하던 2010년부터 이들이 함께 걸어온 십 년의 길을 돌아보며, 농인 청춘으로 살아가는 상큼발랄하면서도 진지한 각자의 일상을 소개한다.
◆농인 셋, 청인(聽人) 하나, 10년간의 기록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농축제. 행사에 참여한 낯선 외국인들과 어울려 수어로 대화하고, 즉석에서 신나게 춤을 추면서 자신들이 경험한 문화를 한국으로 돌아가 알리고 싶다는 세 명, 김희화와 이혜진, 김지연. 이들은 데프(DEAF), 즉 농인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 곁에 늘 함께 하는 한 명의 청인(聽人), 정정윤. 이들은 농 댄스팀을 준비하던 2010년, 담당자와 연습생으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춤을 좋아하는 마음이 같았던 김희화와 이혜진, 김지연은 한때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합숙을 하기도 하고, ‘윙크루’라는 3인조 댄스팀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외국을 오가기도 했다. 이들은 2018년 정정윤과 함께 수어 예술 기획사 ‘핸드스피크’를 창립한, 창립 멤버이자 농인 아티스트다.
10년의 시간동안 서로를 믿고 의지하다가도, 때로는 부딪히고 싸우며 함께한 그들의 다르지만 같고, 같으면서도 다른 삶의 이야기를 그간의 기록을 통해 들여다본다.

김희화, 이혜진, 김지연과 인연을 맺은 후, 지난 10년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걸어온 시간이었다. 정정윤은 세 사람과 함께 홍콩, 일본 등 해외초청공연을 다니면서 한국 농인 청년들의 문화 예술 참여 부족 문제가 비단 지금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2010년 ‘춤을 추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며 찾아온 김희화와 이혜진, 김지연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오던 그는 2018년, 농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소셜 벤처 ‘핸드스피크’를 창립했다. 농인 청각장애인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현재 그의 꿈이다.
◆태권소녀에서 힙합 전사로! 핸드스피크 전문 댄서, 김희화
열세 살 때, 힙합을 처음 접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김희화는 춤을 너무 사랑하는 스트리트 댄서다. 몸과 마음이 아파 농 댄스팀 합숙 생활을 그만두게 됐지만, 춤만이 공황장애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2011년 프리스타일 댄스팀 ‘노마드 G’의 유일한 농인 댄서로 다시 춤을 시작했다. 어릴 적 꿈이었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20대 중반에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2017년 데플림픽(농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힙합전사 김희화는 춤을 통해 마음을 치료받았기에, 힘든 이들에게 춤으로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 꿈이다.
◆핸드스피크의 댄서이자 배우, 힐링 바리스타 이혜진
어린 시절,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춤추는 모습에 반해 춤과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혜진. 그가 사회에서 갖게 된 첫 직업은 미용사였지만, 이혜진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2010년 이혜진은 농 댄스팀 준비를 위해 김희화, 김지연과 함께 합숙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윙크루’를 활동을 중단하고, 2년간 지방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친언니를 따라서 간 제주도 커피 투어에서 우연히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 2015년에는 바리스타 창작메뉴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댄서이자 배우, 미용사, 자신만의 커피를 개발하는 힐링 바리스타 이혜진의 도전은 끝이 없다.
◆핸드스피크 극단 연출가이자 씩씩팔방미인, 수어 래퍼 김지연
어릴 때부터 유치원과 교회에서 배워온 춤을 집에서 매일 췄다는 김지연. 시끄럽다며 때리는 친언니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춤을 추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귀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욕을 하면 그에 맞서 싸우는 씩씩한 그지만, 무용 전공으로 입학한 대학에서 청인(聽人)중심 수업에 좌절하기도 했다. 이혜진과 함께 춤을 배우기 위해 돈을 모아 미국에 다녀올 만큼 춤에 대한 열정이 크다. 핸드스피크 극단의 연출가이자 손으로 노래하는 국내 유일 수어 래퍼. 그의 꿈은 현재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