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10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아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소개된다.
전남 여수의 한 바닷가. 봄을 가장 기다려온 소년이 있다. 바로 열한 살 재윤이. 봄을 맞는 재윤이의 각오는 남다르다. 6살 무렵부터 해온 낚시. 얼굴엔 햇볕에 그을린 마스크 자국이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날이면 날마다 낚싯대를 드리운 바다다. 열한 살 어린 소년이 이토록이나 애타게 물고기를 낚으려는 건, 바로 홀로 자신을 키워온 아빠와 연로하신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2살 때 떠나버린 엄마를 그리워하기보다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잡아 돈을 만들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큰 재윤이. 없는 살림에 늘 단출한 밥상, 투정 한 번 않으면서도 날로 입맛을 잃어가는 할머니 걱정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냉면 한 그릇을 사는 것이 올 봄,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잡은 물고기가 얼마나 하는지, 냉면값은 얼마나 하는지, 세상 물정은 몰라도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만큼은 바다만큼이나 넓고 깊다.
그런 자식이 안쓰러워 여든이 넘은 연세에 허리와 무릎 통증을 달고 살면서도 금이야 옥이야 손주를 키워온 할머니. 몇 해 전부턴 치매로 자신조차 돌볼 여력이 안 되자, 해줄 수 없는 마음에 안타까움만 쌓여간다. 아침 한 끼를 해결하면 당장 점심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답답하고 기가 막히는 현실. 재윤이에게만큼은 이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흙집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재윤이네 집. 5년 전 어렵사리 구한 이 월세 집마저도 삼대가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이다. 오래돼 손볼 곳이 많고 곰팡이로 가득한 상황이다. 비바람이라도 피해 사는 것이 어디냐 싶어 감지덕지하며 살아온 이곳을 사정상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자 아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떻게든 세 식구가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방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빠.
근심 가득한 아들의 모습에 아픈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뭐든 보태보려는 할머니와 또 그런 아빠와 할머니 걱정에 마음이 쓰인 재윤이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낚기 위해 매일 바다를 찾는다. 하지만, 바다를 가까이하는 아들을 보는 아빠 마음은 편치가 않다. 아들 재윤이만은 자신처럼 고된 바닷일 하며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언제쯤이면 잔잔한 파도가 일지 알 수 없지만, 재윤이네 가족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