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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故 최진실, 친근하고 진솔했던 사람 ②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스타 메모리'는 홍성규 대기자가 기억하는 레전드 스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약 30년간 경험했던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최진실(사진제공=KBS)
▲최진실(사진제공=KBS)

힘들고 힘들었던 최진실의 어린 시절

최진실은 1968년 12월 24일 구파발 산동네 ‘물푸렛골’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당시 최진실 본인 표현)에서 태어났다. 그의 둘도 없는 두 살 터울 남동생이 역시 스타가 된 최진영이고, 가슴 아프게도 그 역시 누나처럼 향년 3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최진실은 광고모델로 데뷔하기 전까지 고등학생 때까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연신내 ‘옴팡집’(속칭 여러 가구가 한마당을 공동 사용하며 사는 주택형태)에서 살았다.

한때는 가족 모두가 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엄마, 아빠, 동생(최진영), 최진실 본인이 모두 따로 살았던 적도 있다. 각자도생이었다.

이때 최진실은 먹을 것이 없어 헤매다 약국에서 얻은 ‘쥐약’으로 자살 기도까지 한다. 그러나 그 쥐약은 알고 보니 영양제여서 죽을 수가 없었다. 자살 느낌을 눈치챈 현명한 약사의 배려였다. 최진실은 새 생명을 얻었다는 생각에 “죽기로 살자”며 삶의 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먼저 학생 잡지 표지모델을 하던 동생 최진영을 통해 모델 에이전시에 사진을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재일우의 기회가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으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 VCR 광고였고, 최진실에게는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일생일대 전환점이었다.

당시 빅모델만 쓰던 삼성전자는 새로운 모델이 4개월째 나타나지 않아 모두들 고심하던 중, 다른 광고에서 보조모델로 출연하던 최진실을 발견했다. 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저런 천사를 어디서 찾아냈냐”고 극찬했다.

이 광고는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최진실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진실은 이를 계기로 영화 ‘남부군’, MBC '조선왕조 오백 년' 등에 처음 캐스팅됐고, 그 후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 (이후 최진실이 어느 작품에서 어떤 활동을 해서, 스타덤에 올랐는지는 이 지면을 통해 굳이 서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방 한 칸 제대로 없이 가난에 시달리던 최진실 가족은 지긋지긋한 연신내 옴팡집에서 불광동의 13평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다. 멀쩡한 주택으로 이사하던 첫날밤 어머니와 최진실, 최진영 남매 세 식구는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서 손을 잡고 “이젠 우리 가족 절대 헤어지지 말고, 진짜 잘 살자”고 다짐했다. 최진실에겐 그 후에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하곤 했다.

▲최진실(사진=최진실 미니홈피 )
▲최진실(사진=최진실 미니홈피 )

최진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첫 매니저였던 故 배병수 씨였다. 최진실은 생전에 그를 ”나 대신 악역을 맡아주었던 사람“으로 평했다. 개런티를 올리거나 좀 더 편안하게 일하도록 강변하다 보니, 방송관계자나 언론사로부터 건방지다고 욕을 얻어먹는 등 호불호가 크게 갈리던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 매니저가 되기 전 부기학원을 운영하던 일타 강사 ‘배석봉’이었다. 그런데 군복무하며 알게 된 모 가수를 통해, 연예계에 들어왔다. 그는 90년대 초반까지 최진실 매니저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나중에는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빨간 양복을 입고 다녀 거의 연예인 이상 가는 유명인사가 됐다.

최진실과는 1993년에 계약이 해지됐는데, 당시 언론에서는 ‘돈 문제’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진실은 그의 사후에 내게 ”돈이 넘쳐나는데 무슨 돈 문제겠어요. 그가 연예인처럼 너무 유명해지니, 상대적으로 나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매니저 덕에 떴다는 이야기 듣기 싫었다. 내 힘으로 뛰고 싶었다”라고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최진실은 배병수가 세상을 떠난 뒤 이모가 매니저 역할을 하다가, 대박기획으로 소속사를 옮겼다. 대박기획은 청춘스타로 분류되던 최진실을 ‘아줌마 스타‘로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최진실을 통해 ’줌마렐라‘라는 말이 이때 나오기 시작했다.

▲최진실 자서전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사진=홍성규 대기자)
▲최진실 자서전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사진=홍성규 대기자)

최진실의 자전적 에세이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는 최진실이 대박기획 소속 당시 나오게 됐다.

내가 잘 알고 지내던 출판사 ’책이 있는 마을‘ 사장이 어느 날 연락 와서 ’당대 최고의 연기자 ‘최진실 책’을 쓸 수 있겠냐고 했다. 기자가 연예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3인칭으로 쓰는 평전이 아니라, 내가 최진실이 되어 쓰는 1인칭 자서전이었다. 스타급 연예인들은 대개 이런 제안에 쉽게 응하지 않는데, 그때 최진실도, 대박기획 김정수 사장도 흔쾌히 수락해 줘서, 고마웠다.

사실 그때 이미지 변신을 노리던 최진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만한 기획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상당수 스타급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자서전을 내고 있었다.

서른 살 최진실의 일생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밖에서 만나기도 뭐해 틈틈이 최진실의 논현동 자택으로 가서 인터뷰를 나눴다.

최진실이 스케줄로 바쁠 때는 그 어머니를 대신 만났다. 오히려 최진실 어릴 때 이야기는 어머니가 더 잘 알았기 때문이다. 최진실의 어머니는 딸의 어릴 때 이야기하며,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렸고, 좋은 일을 이야기를 할 때는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섭섭한 사람들 말할 때는 분을 삭이지 못하는 듯 화를 내기도 해 ”어머니 저 아니에요. 저는 그냥 기자예요. 왜 제게 화를 내세요“라며 달래기도 했다.

책은 출간됐고, 당시 상당히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연예인들은 자서전이 나오면 온갖 방송 나오며 자신의 책을 홍보한데 반해서 최진실은 예능 프로그램 한군데서 사회자가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뭐냐‘하고 묻자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라고 답한 게 전부였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았지만, 최진실의 어린 시절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흑역사와 일부 관련된 분들의 항의가 들어와서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수십만 부를 기대했던 출판사 측은 판매 부수가 미달하자, 초판만 찍고 재판을 찍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후 2008년 10월 최진실이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 재판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유족들과의 동의를 거치지 못한 채 재판이 인쇄됐고, 결국 서점에 풀린 책들은 도로 회수될 수밖에 없었다.

▲최진영(사진=빽가 SNS)
▲최진영(사진=빽가 SNS)

그 후 최진실 동생 최진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진영이에요. 책 회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나가 생전에 습작으로 써놓은 글들이 많아요. 그 글들 다 드릴게요. 이왕 내시는 거 제대로 잘 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조만간 베트남에 봉사활동 가는데 다녀와서 한잔해요”라고 했다.

그런데 그 통화가 최진영과 마지막 대화였다. 최진영은 이후 연락이 잘 안되었고, 그로부터 2년 후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된다.

최진실의 유해는 경기도 양평군 갑산공원에 지금 안치돼 있다. 남동생인 故 최진영의 납골묘도 그 옆에 있다. 이제는 고통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영생의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지난 2018년 4월 JTBC ‘슈가맨’에서는 최진영이 ‘얼굴 없는 가수’ 스카이 프로젝트에서 불러 히트했던 ‘영원’ 편을 방영했다. 최진영이 있어야 할 커튼 뒤엔 노래의 주인공은 없었고, 빈 마이크뿐이었다.

조장혁이 대신 노래했고, 강현수가 랩을 했다. 관객과 패널들 모두가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며, 영원한 오누이 스타 최진실, 최진영 남매를 추모했다.

지금도 ’영원‘의 노래 가사가 귓전을 울린다.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한 없이 사랑했던 추억만은 가져갈게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나 약속해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

한 없이 사랑했던 추억만은 가져갈게

우리 다시 널 만난다면 유혹뿐인 이 세상에

나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나 약속해‘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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