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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故 김성재의 마지막인줄 모르고 했던 ‘마지막 인터뷰’①

[비즈엔터 홍성규 기자]

▲故 김성재(사진=이현도 인스타그램)
▲故 김성재(사진=이현도 인스타그램)

고(故) 김성재와 이현도 듀오로 구성됐던 그룹 듀스는 한국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1990년대 최고의 힙합 그룹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하며 랩과 힙합의 맛을 살짝 보여줬다면, 듀스는 1993년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 힙합 시장에 본격 첫 뿌리를 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듀스는 1993년 4월 1일 '나를 돌아봐'로 데뷔해서, 1995년 7월 15일~17일 고별 콘서트를 끝으로 2년 3개월간 너무도 굵고 짧은 활동 기간을 남기고 팬들을 떠났다.

당시 듀스의 활동 중단은 사실 김성재와 이현도가 감행했던 ‘발전적 해체’였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 도상에 있었던 김성재의 솔로 데뷔 뒤에 영원한 이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그 어떤 죽을 이유도 없었고, 절대 죽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김성재의 사망 그날, 그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있었던 댄스팀과 스태프들, 매니저의 증언들이 터져버린 폭탄의 파편처럼 난무했지만, 진실은 묻혔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그렇게 26년이 지났다.

▲필자가 직접 쓴 듀스 라이프 스토리 기사(사진=홍성규 대기자)
▲필자가 직접 쓴 듀스 라이프 스토리 기사(사진=홍성규 대기자)

나는 듀스의 데뷔 기사를 가장 먼저 썼고, 그 이듬해 인기가 수직 상승할 당시에는 '듀스의 인생 스토리'까지 연재했으며, 김성재가 솔로로 데뷔하는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기자다.

11월 20일은 고 김성재의 26주기이다.

지금도 생생한, 마지막인 줄 모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던 ‘마지막 인터뷰’와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숨 가빴던 충격의 4일간 일정을 돌이켜 본다.

1995년 11월 어느 날 듀스의 소속사 김동구 대표가 연락이 왔다. 성재(김성재)가 11월 15일에 귀국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했고,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변신을 했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7월 17일 고별 공연 후 미국으로 떠난 뒤 4개월 만이었다. 나는 김성재가 활동 중단 후 떠날 당시 "컴백할 때 첫 인터뷰는 무조건 나와 해야 한다"라는 약속을 했다.

라이프 스토리 연재를 비롯해 듀스의 기사라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썼던 기자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였다.

듀스는 워낙 많은 팬들이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김성재가 미국에서 컴백 준비하는 상황에 대해 수시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김성재의 솔로 데뷔는 꽤 난해한 작업이어서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실 4개 월만의 컴백은 엄청 앞당겨진 느낌이었다.

나는 김성재의 첫 컴백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에, 아예 귀국하는 날 바로 만나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듀스 매니저는 첫 솔로 데뷔 방송이 11월 19일(일) SBS '생방송 TV가요 20(現 생방송 인기가요)'로 잡혔으니, 될 수 있으면 방송 전보다는 그다음 날인 월요일 오후 판에 기사가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도 좋지만, 사실 그들에겐 첫 무대인 생방송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나를 제외한 모든 매체 인터뷰는 방송 후로 미뤄놓았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방송 출연 사흘 전 인터뷰에 응한 것은 사실 기자에 대한 파격적 배려였다. 마치 ‘마지막 인터뷰’로 남을 줄 알았던 것처럼.

▲故 김성재(사진=이현도 인스타그램)
▲故 김성재(사진=이현도 인스타그램)

김성재는 11월 17일 금요일 오후 댄서 4명과 함께 신문사 편집국을 방문했다. 흑인 남녀를 포함한 댄스팀 W.E.S.T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매니저를 포함, 10명 가까운 멤버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검은 고글에, 아이스 하키복, 복싱 글러브 등 파격적인 차림에 미국 향수 냄새까지 물씬 풍기며, 흑인들과 영어로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들어서는 김성재에게서 거듭 태어난 힙합 거물의 포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데뷔곡에 대한 인터뷰가 주를 이뤘는데,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김성재의 넘치는 자신감과 의욕이었다.

"형님, 이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무대를 하게 되었어요.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김성재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눈을 번득이며 내놓은 첫마디 말이었다.

듀스는 돌연 활동을 중단했을 당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라고 그 이유를 전했지만, 진정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지 못해 성취감이 크지 않았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야말로 김성재만의 음악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미국에서 정말 고민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보컬 트레이닝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기대치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더 다지고 올 수도 있었으나, 빨리 팬들과 만나고픈 마음에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서둘러 돌아왔다고 했다.

김성재는 듀스로 활동하던 시절, 안무와 비주얼 분야를 주로 담당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이었다. 반면 가창력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어 했다.

기자와 노래방에 놀러 간 일이 있었는데, 늘 사석에서의 노래는 극구 사양했다. 그러던 김성재가 '이젠 노래도 자신 있다'라는 것이었고, "현도가 자신의 발라드 적 감성까지 찾아내 주었다"고 흐뭇해했다.

나는 인터뷰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김성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빌었다.

김성재의 솔로 데뷔곡 '말하자면'은 이현도 작사ㆍ작곡으로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다는 얘기야/하루가 또 지나도 난 항상 제자리에'라는 사랑의 고백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남자의 가사이다.

듀스가 데뷔 당시부터 추구하던 '뉴잭 스윙'으로 리듬 앤 블루스(R&B)에 힙합, 고고 리듬까지 가미됐으며, 브레이크 댄스 안무까지 들어가는 최첨단 힙합이었다. ‘말하자면’은 ‘케이팝 시대’인 지금 들어 봐도 전혀 올드한 느낌이 없다.

나는 인터뷰 직후 콧노래를 부르며 기쁜 마음으로 기사 작성을 해, 데스크에 넘겼다. 이 기사는 그다음 주 월요일 오후 가판대에 나오는 스포츠신문 섹션 프런트 페이지에 올릴 예정이었다.

②에서 계속

홍성규 기자 skhong@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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