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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따뜻한 봄날 기다리는 열다섯 살 나호

[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이 열다섯 살 소녀, 나호가 기다리는 따뜻한 봄날을 전한다.

5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아픈 부모님과 막막한 현실을 묵묵히 부딪쳐나가는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굴 캐는 소녀, 나호

봄의 문턱을 막아선 늦겨울 한파를 뚫고 갯벌을 헤매는 열다섯 살 소녀, 나호.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는 간조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는 법이 없다. 바로 제철인 굴을 캐기 위해서다. 그 옆엔 든든한 남동생 규보가 늘 함께한다. 생일도 똑같은 연년생 남매. 서로 의지하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처럼 자랐다. 굴이 돈이 된다는 걸 알면서부터 갯벌에서 굴이며 해산물을 캐고 마을 어르신께 팔아온 남매. 싹싹하고 애교 많은 나호의 사정을 알고 늘 제값보다 웃돈을 쳐주시는 어르신이다.

제철의 귀한 해산물을 먹어도 좋으련만, 늘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나호. 바로, 2년 전 당뇨로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던 아빠를 위해서다. 그때부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온 나호. 항상 곁에 있지만, 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엄마도 나호에겐 가슴 아픈 사람이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후 줄곧 몸이 아파 제대로 생활할 수도 없고, 의사소통마저 되지 않는 엄마를 위해 나호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동행'(사진제공=KBS 1TV)
▲'동행'(사진제공=KBS 1TV)
◆엄마의 가슴앓이

15년 전, 결혼과 함께 한국 생활을 시작한 필리핀 출신의 엄마 세실 씨. 결혼 후 연년생 남매를 낳고부터 엄마는 지금껏 병과 싸워야 했다. 규보를 낳은 뒤 심장판막 수술로 한 차례 고비를 넘겼던 엄마. 이후 뇌출혈과 뇌경색이 번갈아 찾아오면서 잦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갓난아이들을 품에 안을 새도 없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새도 없이 연이어 찾아온 아픔들. 잦은 뇌 질환으로 몸에 마비가 오거나 깜박깜박하는 치매 증상을 보인 적도 여러 번이다.

설상가상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남편까지 2년 전, 요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생활이 더 막막해진 상황. 언제 쓰러질지 몰라 바깥일을 할 수도 없어 답답하지만, 그보다 더 속상한 건 바로 서툰 한국말에 아이들하고의 소통조차도 제대로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엄마 노릇 한 번 못 해준 아이들이 엄마를 위해 차디찬 갯벌을 헤매고 집안 대소사를 챙길 때면 엄마는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줄 수 없어 미안하다.

◆나호가 기다리는 봄날

좁고 노후한 집에 변변치 않은 살림살이. 정리조차 되지 않지만, 엄마가 할 새라 늘 먼저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나호. 한창 놀고 싶은 방학에도 남매가 악착같이 갯벌에 나가 몇천 원이라도 벌려는 이유는 한 달 전 떨어진 가스 때문이다.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동생을 위해 갖고 싶은 것 하나 제대로 챙겨줄 수 없어 가슴 아픈 엄마와 나호다. 그런 엄마의 한숨을 알아채고 헌 교복을 구하는 나호.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장녀와 누나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커갈수록 생기는 엄마와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 2년 전부터 가르쳐드렸지만, 늘 제자리걸음인 엄마의 한국어 실력 때문이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한국 국적을 꼭 갖고 싶다는 엄마. 늘 미안해하며 노력하는 엄마를 볼 때면 나호는 마음이 아프다. 열다섯 살이 헤쳐나가기엔 막막한 현실이지만, 나호는 오늘도 차근차근 따뜻한 봄날을 맞을 준비를 한다.

맹선미 기자 msm@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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