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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스기 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비즈엔터 장진리 객원 기자]

(오키나와(일본)=장진리 객원기자)
(오키나와(일본)=장진리 객원기자)
일 년에도 수십 명의 인생을 사는 남자, 오스기 렌이 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이들이라면 친숙한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부터 뒷골목을 헤매는 조직폭력배까지, 가장 비범한 연기로 가장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소화해낸다. 연기 인생 40년을 훌쩍 넘은 60대의 나이, 여전히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배우’의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는 오스기 렌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는 기꺼이 흔들리는 쪽을 택했다. 삶의 속도마저 느려지는 ‘여유의 땅’ 오키나와에서 만난 오스기 렌에게서 역설적이게도 인생과 연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봤다.

Q. 제8회 오키나와 영화제에 참가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오스기 렌 : 출연작 중 오키나와 영화제에 출품된 건 4작품 정도인데, 올해 처음으로 드디어 무대 인사를 했다. 오키나와는 정말로 좋아하는 곳이다. 도쿄와는 다른 속도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곳이라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 정말 좋아하는 장소다.

Q. U-31이라는 영화로 오키나와 영화제를 방문했다. 영화를 소개해준다면.

오스기 렌 :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31살이 된 축구선수가 자신이 직면한 삶에서 지금부터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일까를 그린 작품이다.

Q. 한국 관객은 영화 ‘대호’ 속의 카리스마를 많이 기억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가.

오스기 렌 : 'U-31'에서는 치바를 연고로 한 제프 유나이티드(JEF UNITED)라는 축구팀의 오너를 연기한다. 제프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팀이다.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너란 프로 세계의 냉정함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프로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배우라는 내 직업도 그렇지만, 프로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는 어떤 세계에서도 늘 냉엄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축구 선수보다는 오래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냉엄함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 일본에서 300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고 불릴 만큼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연기 인생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번 방한에서 배우로서 고민이 있을 때 마침 ‘대호’의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고민은 조금이라도 해결된 건가.

오스기 렌 : 배우라는 직업은 ‘내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문제와 굉장히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64살이 됐고, 연극, 영화, 드라마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나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흔들리는 쪽을 선호한다. 안정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연기해나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좀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커리어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씩 하나씩 해나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호’는 정말 큰 작품과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호’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반성도 있었고, 다른 의미로 이런 건 좋았다는 것도 있었지만, (웃음) 무엇보다 ‘대호’를 만나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일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

Q. 작품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오스기 렌 : 나한테 연기라는 것은 뭐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64세의 가능이라고 해야 할까, 이 나이에도 제대로 미래의 가능성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대작이든 작은 역할이든 상관하지 않고 어떤 현장이든 간다. 실제로 7월에 큰 연극을 앞두고 있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후지야마 나오미가 기획한 작품인데, 일본에서 그런 연극은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게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친한 감독님이나 배우가 있어서 날 불러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라는 사람을 보고 ‘오스기 렌 씨와 같이 하고 싶다’고 불러주는 경우도 있다. 7월의 연극은 여러 가지로 정말 긴장되지만 기대도 된다.

Q. 아직도 못할 것 같은 연기가 있나

오스기 렌 : 인간은 정말로 무한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백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600개 정도 했을까.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일부분밖에 안 된다. 건강한 내 몸 하나 있고, 여러 현장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나는 갈 예정이다.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Q. ‘대호’ 출연 이후 오스기 렌에 대한 한국 영화계의 관심이 더욱 커졌을 것 같다. 한국 작품 출연 계획은 있는지.

오스기 렌 : 현재까지는 없다. 언제라도 불러준다면, 일정만 가능하다면 가겠다. 한국 친구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관계가 넓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활동 폭이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키나와(일본)=장진리 객원기자

장진리 객원 기자 ente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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