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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칸시네마] ‘곡성’ 나홍진이 인간을 위로하는 방법

[비즈엔터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곡성' 나홍진 감독(사진=권영탕 기자)
▲'곡성' 나홍진 감독(사진=권영탕 기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작들에서는 가해자가 어떤 상황, 심리에서 피해자는 만들어냈냐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왜 가해자에게 피해를 당해야만 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가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영화 ‘곡성’이 언론에 첫 공개됐던 지난 3일, 나홍진 감독이 한 말이다. 의문은 남았다. 피해자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 결정적 이유에 대한 의문이. 이에 대한 부연설명은 이후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됐다. ‘황해’ 직후 접한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곡성’ 탄생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접한 나홍진 감독은 ‘인간이 왜 그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죽음에 대한 고민. 그것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누군가가 죽어야 했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인간이 존재해야 할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그가 품은 의문이었다. 이 의문은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신의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나홍진 감독은 이후 여러 나라의 종교를 찾아다니며 신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6년간의 물음 속에서 탄생한 게 바로 ‘곡성’이다.

그러니까, ‘곡성’을 둘러싼 여러 해석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인간의 불행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인간 본연의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그 속에서 나홍진 감독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위로’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여러 해석들이 증명하듯, ‘곡성’은 여러 겹의 서브 플롯들이 복잡하게 얽힌 수수께끼 퍼즐 같은 영화다. 선/악, 토속신앙/가톨릭, 꿈/현실 사이를 종횡 무진하는 ‘곡성’에서 감독이 심어 놓은 위로의 장치들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생각을 19일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의 한 호텔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나홍진 감독은 ‘곡성’은 “위로의 영화”라고 밝히며 “그런 바람이 있었다. 피해를 당하신 분들, 그 피해가 어떤 피해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하고 싶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나홍진 감독은 “가신 분들에 대한 위로는 무명(천우희)에 얽힌 플롯을 통해, 남아 계신 분들에 대한 위로는 종구의 마지막 엔딩(클로즈업)을 통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는 이를 친절하게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나홍진 감독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 하는 종구의 모습을 통해, “당신에겐 잘못이 없다”고 “그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을 겪는 것”이라고 다독인다.

사실, 영화는 종구의 클로즈업 이후 더 찍어 둔 엔딩이 있었다. 관객들의 이해를 조금 더 쉽게 돕는 엔딩이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그것이 중언이라는 생각에 과감한 편집을 선택했다. “종구의 얼굴을 비추면서 끝내는 그 이상의 마무리는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로인해 (영화적으로) 어떤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독으로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나홍진의 생각이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

그렇다면 나홍진에게 신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를 나홍진 감독은 “영화 후반부, 무명이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통해 구체화 했다. “그 샷이 바로 현재의 신의 모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관객이 무명의 정체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이 영화가 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하는 나홍진 감독은 “신이 인간에게 조금 더 가까이 오기를, 그래서 인간이 존재 가치를 느끼고, 조금 더 인간답게 여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듯 했다.

관객들에게 위로를 던지는 영화를 찍으며 나홍진 감독도 어떤 위로를 받았을까. 나홍진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화를 보든, 드라마 보든 울지 않는다. 내 영화를 보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게 ‘곡성’을 보면서는 눈물이 맺혔다.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그랬다.” 이 말을 전하는 나홍진 감독의 눈빛이 어쩐지, 슬퍼보였다.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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