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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 ‘복면가왕’과 ‘하현우’를 말하다..음악감독 임현기(인터뷰①)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음악감독 임현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음악감독 임현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예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복면가왕’이다. ‘복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콘셉트는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험난한 예능계에 그 존재감을 제대로 뿌리내리게 했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를 시작으로 한 장기집권 가왕의 인기가 ‘코스모스’ 거미, ‘캣츠걸’ 차지연 등을 넘어 ‘음악대장’ 하현우까지 이어지며 ‘복면가왕’은 ‘무한도전’과 함께 MBC를 대표하는 예능으로 성장했다.

‘복면’을 쓴 출연자의 목소리만 듣고 그의 정체를 맞춰야 하는 ‘복면가왕’.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예능답게 ‘듣는’ 재미가 가장 크다. ‘복면가왕’의 음악은 어떤 방식으로 골라지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복면가왕’의 음악을 총괄하는 14년차 음악감독 임현기와 만나 ‘복면가왕’의 숨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복면가왕’ 뿐만 아니라 ‘슈퍼스타K5’, ‘나는 가수다 시즌1’ 등 다양한 음악예능의 편곡을 맡아오셨다. 애착 가는 프로그램도 많을 것 같다.
임현기:
작곡도 했지만 여러 음악프로그램의 편곡을 담당했었다. 역시나 애착 가는 건 지금 하고 있는 ‘복면가왕’이다. ‘복면가왕’은 정말 0부터 100까지 하나하나 다 만지는 거다. 가수들 보컬 조정부터 듀엣무대 보컬 배분까지 해준다.

Q. ‘복면가왕’을 보다보면 항상 선곡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선곡도 직접 하는 편일까.
임현기:
그렇지 않다. 난 선곡에 대해선 추천 정도로만 하지, 보통은 가수가 직접 고른다. 선곡은 가수들에게 100% 맡기는 게 옳다는 게 지론이다. 가수들이 선곡을 가져오면 난 프로그램 시청 층이 다양한 걸 고려해서 약간의 조율만 해준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2주 만에 3곡을 익힌다는 건 가수들 본인에게도 힘든 일이거든.

Q. 가수들도 힘들겠지만 역시나 라이브 밴드의 역할도 상당하다. 8명의 출연자들이 각각 3곡을 준비하면 24개의 노래들을 연주해야 하는 건데, 연습량이 많을 듯하다.
임현기:
사실 연습은 하루만 한다. 우리 연주 팀은 정말 ‘특A급’들만 모였거든(웃음). 자잘한 실수는 있을 수 있어도 여태까지 틀린 적은 정말 없다. 프로들이니까.

Q. 편곡에 소요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임현기:
8명의 출연자들의 예비곡까지 모두 치면 24곡이니까, 약 48시간 정도다. 일단 가수들의 선곡을 받으면 ‘논스톱’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꽂히면 한 곡으로 날을 새는 경우도 있다. 듣다보면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기거든.

Q. 어떤 곡들에 꽂혔었나.
임현기:
비원에이포(B1A4) 산들의 ‘응급실’ 편곡에 정말 꽂혔었다. 그게, 남들이 들으면 아무도 차이를 모르는데 나 혼자 꽂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에는 이런 화성을 더 쌓아볼까?’, ‘여기엔 좀 더 디테일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으로 하루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임다미의 ‘네버 엔딩 스토리’도 그랬다.

▲음악감독 임현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음악감독 임현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복면가왕’의 성공 이후 음악 예능들이 정말 많아졌다. ‘복면가왕’만이 가진 특징은 뭘까.
임현기:
역시나 추리 코드다. 그리고 ‘복면가왕’은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처럼 노래의 100%를 바꾸진 않는다. ‘복면가왕’의 음악에 대해 내가 가진 원칙은, 원곡에 기반을 두고 ‘원작자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중간마다 포인트를 조금씩 주는 정도로만 편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이유가 있나.
임현기:
음악은 역시 ‘듣는’ 거다. ‘복면가왕’ 방송을 통해 무대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듣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끔 신경 쓴다. 그래서 일부러 고음에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경향도 있다. 처음 들을 땐 좋게 들려도, 그게 듣다보면 금방 익숙해지고 그럼 또 쉽게 질리거든.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원을 목표로 작업한다.

Q. ‘나가수 시즌1’에서 배운 교훈인가.
임현기:
사실 ‘나가수 시즌1’ 당시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너무 욕심을 부려 원작을 훼손시킨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나가수 시즌1’를 겪고 분명히 깨달은 거지. 원곡자 느낌이 살아있는, 오리지널에 입각한 편곡이 가장 좋은 거다.

Q. 치열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셨다. 확실히 느낀 바가 있었겠다.
임현기:
‘나가수 시즌1’도 겪고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겪으며 내린 결론이 있는데, 사람들이 듣고 좋아한 건 그 음악에 담긴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하는 것과 원작자의 의도가 돋보이게 하는 거다. 또 가수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걸 충족시켜줘야 하고, ‘복면가왕’은 여기에 더해서 8명의 무대가 다양해야하고 또 진정성도 담겨야 하고… 편곡의 지향점은 이렇게 완성된 거다.

Q. 하현우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음악대장’의 9연승, 예상했나.
임현기:
현장에서 들으면 가수와 비가수는 확연히 다르다. 노래도 결국 운동과 똑같거든.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 잘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기도 하고. 이 사람은 노래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거기에 감성도 들었는데 가창력도 있고 호소력도 있다. 만능인 셈이지.

Q. 예상했다는 말로 들린다(웃음).
임현기:
‘몇 연승을 할 거다’고 딱 예상한 건 아니다. 일단 난 편곡자여서 본인의 힘으로 상위 라운드에 올라가면 그 장점을 끌어내주는데, ‘음악대장’은 계속 연습하는 걸 지켜보다보니 장점이 많이 보였다. 단점보다 장점을 끌어내주는 게 중요하고 또 내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하는 쪽으로 균형을 맞춰준 거고, 음악대장이 정말 잘 따라 와줬다.

▲'복면가왕' 9연승에 성공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국카스텐 하현우(사진=MBC 예능연구소)
▲'복면가왕' 9연승에 성공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국카스텐 하현우(사진=MBC 예능연구소)

Q. ‘음악대장’의 경연곡 중 가장 마음에 든 곡이 있다면.
임현기:
고(故) 신해철 원곡인 ‘민물장어의 꿈’이다. 원래는 사실 템포도 더 있고 거친 느낌이었지만 가사를 더 와 닿게 하려고 편곡이 들어갔다. 모두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음악대장님이 신해철 오마주가 있거든. 그걸 좀 더 끌어내고 싶었다. 근데 음악대장은 정말 무서운 게, 그걸 또 소화를 해낸다. 일단 곡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

Q. ‘음악대장’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임현기:
하현우의 본성은 ‘록’이다. 두성 베이스에 샤우팅 창법을 기반에 둔 사람이다. 거기에 감정 포인트를 잡는 균형이 잘 잡혔다. 충분히 지를 수 있는데도 무조건 지르지 않는다. 소화력이 정말 좋다. 무기가 정말 많은 사람이다. 가사전달력도 정말 좋고, 노래를 자기 몸에 흡수를 시켜서 꼭 자기 몸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그대로 해석을 해낸다.

Q. ‘민물장어의 꿈’이나 ‘매일 매일 기다려’에서도 노래와 함께 손짓을 하는데, 꼭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느낌이 들더라.
임현기:
그건 100% 하현우의 해석력이다. 처음에 내가 한 조언은, ‘록은 무조건 시작부터 강하게 뽑아내야 한다’는 거였다. 그게 또 잘 먹힌 거지. 하지만 후반부에서 약 14초 정도 연속 고음을 낸 건 내 의도가 아닌 하현우 본인의 역량이었다. 나도 거기까지 올라갈지 몰랐는걸(웃음). ‘매일 매일 기다려’ 때 하현우와 가왕후보 결정전에 맞섰던 게 양파였는데, ‘나가수’ 때 처음 하현우를 봤다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음역대가 나보다 높아”였다. 솔직히 그 말 듣고 ‘어떻게 여자보다 높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매일 기다려’의 첫 합주 때 그 고음을 듣고 ‘뭐지 저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하현우는 정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화성 체계를 그냥 뛰어넘어버린다. 음역대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Q. 그래서인지, 혹자는 하현우를 ‘괴물 보컬’이라고도 칭한다.
임현기:
이건 정말 하현우가 가왕 자리에서 물러나서 하는 말이다. 괴물보컬이고 뭐고 다 떠나서 하현우는 ‘국카스텐의 보컬리스트’ 아니냐. 순수하게 자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순수하게 ‘팬심’으로.

Q. 팬이 된 건가.
임현기:
처음엔 별 감정이 없었다. 사실 국카스텐이라는 밴드도 잘 몰랐다(웃음). 근데 듣다보니까 팬이 되더라. 내가 ‘복면가왕’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내게 OST 요청이나 콜라보 요청 같은 게 많이 왔는데, 중간에서 그런 이야기도 했다. “이 사람은 순수하게 자기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두고 싶어요.”

Q. 사견이지만, 하현우는 ‘나가수’ 때보다도 더 성장한 것 같다.
임현기:
살 빠진 거 보면 알지 않나. 그럴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 2시간밖에 못 잔다고 한 게 진짜다. 정말 예민한 사람이거든. 가왕이 되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준비할 것들과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이번 주엔 발라드를 했으니 다음 주엔 뭘 하지?’와 같이, 경우의 수도 많아지지. 사실 ‘나가수’는 부담이 7분의 1이지만 복면가왕은 온전하게 100이다. 추리라는 요소도 있지만 결국 포커스는 가왕에게 맞춰지니까.

Q. 하현우는 떠났고, 새 가왕이 올라섰다. 벌써부터 ‘하면 된다’의 정체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임현기:
‘복면가왕’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말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웃음). 스포일러는 자제해 달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추리 음악 예능이니까.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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