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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함윤호 감독 “공연, 누군가에겐 일생의 전환점” (인터뷰 ②)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 감독. 2000년대 초반 ‘좋은 콘서트’에서 야광봉 판매 아르바이트로 공연 업게와 연을 맺어 이소라, 싸이, 스윗소로우, 윤하 등 국내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공연 연출을 맡은 인물. 최근 그는 머스트 엔터테인먼트라는 법인 사업체를 출범시키고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는 것”이 먼저란다. 아직 잉크도 다 마르지 않은 듯한 그의 새 명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잘못됨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To live a creative life we MUST lose our fear of being wrong)”

Q. 머스트 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사업을 위한 회사인가.
함윤호:
그렇다. 작년에 시작해서 지금은 사무실에 게임기를 설치하는 단계다.(웃음) 공연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다. 공연 감독들끼리 모여서 더 재밌는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Q. 어떤 비전을 갖고 시작한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함윤호:
각자 작은 규모로 활동 중인 감독들이 많은데, 같이 모여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감독들이 평소엔 눈앞에 닥친 공연을 만드느라 바쁘다. 머릿속에는 늘 ‘좀 더 재밌는 공연을 기획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있지만, 꾸준히 추진하기가 어렵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전문으로 하는 건 대중음악 공연인데, 다른 장르에 있는 콘텐츠도 만들어 보고 싶다.

Q. 다른 장르의 콘텐츠라는 건, 다른 장르의 음악을 말하는 건가.
함윤호:
다른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복합장르가 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태양의 서커스’라는 작품은 무슨 장르라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얘기하는 뮤지컬과는 다르잖아. 단순히 서커스라고 하기엔, 퍼포먼스, 음악 영상, 하이테크놀로지 등 굉장히 많은 콘텐츠가 결합돼 있다. 결국 복합적인 콘텐츠가 들어간 하나의 ‘공연’인 거다.

Q. 외국에서는 하나의 회사에 무용수, 감독, 배우 등이 모두 소속돼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와 비슷한 사례라고 보면 될까.
함윤호:
회사가 무엇을 위한 곳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말씀하신 회사는 감독과 배우가 같은 집단 안에 있어야 시너지가 나는 경우인가 보다. 국내 극단 중에도 감독과 배우가 한 회사에 있는 사례가 많지 않나.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공연을 끝내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Q. 한 때 작곡가들이 중심이 돼서 만든 음반이 많이 나왔었다. 가수에게 곡을 의뢰 받는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가수를 섭외하는 식이었다. 혹시 감독들도 연출이 중심이 되는 공연을 꿈꾸는 건가.
함윤호:
우리끼리 만들고 싶은 공연이 있긴 한데 연출이 중심이 되는 공연은 아니다. 그건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 음악이 먼저고 관객들이 더 중요하다. 관객들 중에 연출이 만족하는 공연을 보려고 티켓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가령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공연이지만, 그걸 굳이 끄집어내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현재 버전의 새로운 공연을 만들 고 싶은 거다.

Q. 감독들은 많이 모였나.
함윤호:
지금은 네 명의 감독이 모였다. 인원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데, 수를 늘리는 데에 집중하진 않을 생각이다.

Q. 국내에 공연 감독들은 많은 편인가. 공연 시장 규모는 꽤 커지지 않았나.
함윤호:
많다, 적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한류가 가장 크게 팽창했을 시기에 공연 연출자들이 많이 늘었다. 해외 공연도 우리가 만들어서 갖고 나가야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팽창의 시기가 지났다. 감독은 늘었는데 공연은 줄었으니, 시장에 비해 연출이 많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한국의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라는 게, 안정적이지 않다. 연말에 공연이 몰려 있고 상반기에는 공연이 많지 않다. 12월에 하는 공연 숫자에 비해 감독이 많으냐, 라고 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평상시에 비해선 많다.

Q. 어떻게 해야 공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까.
함윤호:
제일 중요한 건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 나아가서 공연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많아지려면 사람들이 먹고 살만 해야 한다. 여긴 사람들이 놀아야 돈을 버는 시장이지 않나. 더욱이 한국은 대중음악의 역사 자체가 짧다. 그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확한 솔루션을 갖고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않겠지.(웃음)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Q. 다시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소라 공연으로 연출 데뷔를 했다. 시작부터 대단한 가수와 함께 했지만 혹시 감독이란 직업이 무겁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나.
함윤호:
연출은 늘 무겁다. 관객들에겐 공연 관람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비싼데다가, 관람을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공연이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전환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공연을 끌고 가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일이 무겁고 어려운 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계속 그랬다. 쉽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쉬웠던 적도 없다.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그러면서도 재밌다.

Q. 터닝포인트로 꼽을만한 공연 역시 이소라와의 첫 공연인가.
함윤호:
그렇다. 그 공연이 잘 끝난 덕분에 그 후에도 연출 일들을 잘 할 수 있었다. 가수 싸이가 이소라의 공연을 보러 왔었다. 그 때 내게 공연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나보다. 그 다음에 연출했던 것이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공연이었다. 이소라와 싸이의 공연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 감성의 극단에 있는 공연과 광란의 극단에 있는 공연. 두 공연을 만남으로써 내가 연출할 수 있는 공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Q. 이소라 다음이 싸이라니, 양 극단을 경험한 셈이다.
함윤호:
두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소라는 오직 노래 부르는 일에만 집중한다. 반면 싸이는 하나하나 직접 챙긴다. 오죽하면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와중에도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직접 체크한다.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은 같다.

Q. 공연을 하면서 늘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나.
함윤호:
공연 작업 전, 아티스트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 사람들은 노래를 듣기 위해 공연장에 온다. 그래서 모든 연출을 만들어내기 이전에 음악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래 때문에 내 마음이 움직여본 경험이 있어야,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들을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결국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함윤호(사진=권영탕 기자 sorrowkyt@)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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