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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록①] 이소라가 지산에 와서 놀랐나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이소라(사진=CJ E&M)
▲가수 이소라(사진=CJ E&M)
“언니! 존X 멋있어요!” 가수 이소라가 무대에 등장하자 한 여성 관객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관객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소라는 무심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8집 수록곡 ‘너는 나의’였다. 객석은 금세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지난 22~24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지산리조트에서는 ‘2016 지산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밸리록)’이 열렸다. 이소라는 첫 날 그린 스테이지 마지막 주자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조우했다. 야외무대가 낯선 듯 스태프의 손을 꼭 잡고 등장한 그녀는 ‘너는 나의’, ‘나 Focus’, ‘좀 멈춰라 사랑아’를 연달아 부른 뒤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나와서 노래를 하게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변에 벌레들이 많이 날아다니네요. 노래하는 동안 얼굴에 붙은 벌레를 자꾸 떼어내야 해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여러분과 똑같은 조건이니까…. (중략) 제 노래가 축복의 기운을 얹어줬으면 합니다.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제 자신에게 힘이 되길.”

어쩜, 로맨틱하기도 해라. 이소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은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소라는 부끄러웠는지 “얼른 노래하겠다”면서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어차피 얘기 더 안 하려고 그랬쑤어!”라고 하자, 객석에서 한바탕 웃음이 일렁였다.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내 곁에서 날 떠나가지 말아요’, ‘아멘’, ‘제발’,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바람이 분다’, ‘별’ 등 무려 9곡이 연달아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기 전 이소라가 세트 리스트를 미리 일러주자 한 관객은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첫 곡은 ‘처음 느낌 그대로’였다. 느릿한 박자에도 관객들은 용케도 리듬을 타며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노래가 이어질수록 움직임은 잦아들었다. 관객들은 천천히 이소라가 풀어놓은 슬픔 침잠하는 듯 했다.

▲밸리 록 페스티벌(사진=CJ E&M)
▲밸리 록 페스티벌(사진=CJ E&M)

야외에서, 더욱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선 채로 발라드를 감상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소라의 음악은 부르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고도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요구되기에 이소라가 밸리 록에 출연한단 소식을 듣고 다소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이소라의 무대는 고요한 실내 공연장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안겼다. 특히 이소라가 신비로운 목소리로 ‘별’을 부를 때나, ‘듄’ 후반부 뭉근한 기타 소리와 함께 이상민의 드럼이 변칙적인 리듬으로 쏟아질 때에는 마치 우주의 한 복판에서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 목소리가 잘 들리면 더 섬세하게 사랑 노래를 들려드렸을 텐데. 하지만 여러분이 귀 기울여 들어주셔서 좋네요. 초대해주신 주최 측과 스태프들, 무엇보다 세션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른 별에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 생에 이 별에 태어나 제 노랫말을 내려놓게 해준 어떤 힘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작별 인사를 전한 이소라는 ‘트랙11’, ‘트랙9’, 앙코르 곡 ‘난 행복해’를 부르고 자리를 떴다. “노래를 아시는 분들은 함께 불러 달라”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난 행복해’를 힘껏 따라 불렀다. 슬픈 노래지만 부르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휘익, 미련 없이 무대를 떠나는 이소라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나마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언니! 존X 멋있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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