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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극장가①]‘변칙→반칙→국뽕→눈치→돌풍’…극장은 혼돈의 도가니탕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상도? 전쟁터일 뿐이다” 최근 치열한 배급전쟁을 두고, 한 배급사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올 극장가 여름 시장은 ‘변칙’에 ‘반칙’에 ‘눈치’에 ‘스포’에 그야말로 혼돈이 따로 없다. 여름은 전통적으로 극장가 최대 성수기에 해당한다. 이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배급사의 1년 농사가 좌지우지된다 해도 무방하다. 대형 투자 배급사들이 여름에 승부를 낼만한 작품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올해에는 ‘부산행’(NEW), ‘인천상륙작전’(CJ E&M) ‘덕혜옹주’(롯데) ‘터널’(쇼박스)이 각 배급사들의 대표선수로 라운드에 오르는데,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부산행’의 여러 이슈로 인해 극장가가 일찍이 뜨겁다 못해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 ‘부산행’, 놀라운 감염속도가 몰고 올 파장

먼 훗날, 2016년 극장가를 논하는데 ‘부산행’은 빠지지 않고 등장할 주요 작품이 될게다. 개봉 전에는 변칙개봉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더니, 개봉 후에는 깜짝 놀랄 흥행 돌풍으로 다른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부산행’의 질주를 바라보는 경쟁사들의 마음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 ‘부산행’에 임하는 NEW를 보면 이 표현이 ‘딱’ 떠오른다. 근 1년 간 NEW의 영화 배급 성적은 C학점에 가까웠다. 배급한 영화들이 줄줄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전국에 송송커플 신도롬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꺼져가던 주가가 급등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NEW의 주력상품은 영화다. 영화의 부진은 NEW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영화 흥행이 목마른 NEW는 결국 ‘부산행’ 변칙개봉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영화는 ‘유료 시사’란 이름으로 개봉도 하기 전에 상영을 감행, 지난 15~17일 주말 동안 56만 여명의 관객수를 미리 챙겼다. ‘부산행’의 변칙개봉으로 상영할 기회를 빼앗긴 영화들이 생겼다. ‘불공정행위’라는 비난이 일어난 이유다. 반칙은 또 다른 반칙을 부르는 법이다. ‘부산행’이 개봉 직전 주말 유료시사회를 결정하자, 개봉 첫 주말 상영관을 빼앗기게 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나우 유 씨 미 2’가 개봉 전 유료시사회로 맞불을 놨다. ‘부산행’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울상이 된 영화가 한 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여름 극장가는 철저하게 자본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 결과적으로 ‘부산행’의 미리 치고 나가는 전략은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흥행에 불씨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 ‘부산행’은 개봉 5일 만인 지난 24일, 누적관객수 531만 5602명을 열차에 태우며 각종 흥행 신기록에 깃발을 꽂고 있는 중이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일일 최다 관객수, 최단 기간 500만 돌파 등 최고-최단-최다 등의 단어가 ‘부산행’을 수식한다. 변칙개봉이 오점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 파급력은 영화 자체가 지닌 힘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게 맞다. 과연, ‘부산행’의 흥행 종착역은 어디일까.

# 리암 니슨도 지키지 못한 ‘인천상륙작전’? 의외의 복병 되나

오는 27일 개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인천상륙작전’은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올 여름 극장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왜? ‘오락적 재미만큼은 보여주리라’는 예측이 여러 부분에서 부서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상륙작전’의 분위기는 좋았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출연시킨 엄청난 섭외력에, 거대 배급력을 가진 CJ의 작품인데다가, 국영방송 KBS까지 투자자로 나섰다는 사실이 더해져 영화의 흥행을 밝히는 듯 했다. ‘영화가 심하게 나쁘지만 않으면, 500만 관객은 거뜬할 것’이라는 짐작이 따랐다.

그런데 ‘아뿔싸’다. ‘영화가 심하게 나쁘지 않으면’ 이라는 가정에 ‘인천상륙작전’이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는 형국. 공개된 ‘인천상륙작전’을 두고 누군가는 ‘2시간 짜리 대한뉴스’라 했고, 누군가는 ‘반공영화의 귀환’ 이라 했고, 누군가는 ‘국뽕영화’라고 했다. 혹평이 커질수록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고 있는 상황. 물론 결과를 미리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평단의 평가와 흥행이 반비례 하는 경우는 수두룩했으니까. 그래서다. ‘인천상륙작전’을 변수라고 하는 것은. CJ 입장에서는 자신했던 영화가 변수가 된 것 자체가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 ‘덕혜옹주’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인천상륙작전’을 향한 혹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덕혜옹주’다. 당초 ‘덕혜옹주’는 8월 3일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펼쳤다. 그런데 ‘부산행’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인천상륙작전’이 한주 앞에 버티고 있자, 갑작스럽게 8월 10일 개봉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8월 10일은 쇼박스가 배급하는 ‘터널’과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의 ‘국가대표2’가 일찍이 개봉을 확정한 날로, ‘덕혜옹주’의 기습 침투는 한국 영화들간의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의 언론 시사회 이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뚜껑을 연 ‘인천상륙작전’의 작전이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쏟아지자, 롯데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결국 롯데는 본래 내보내기로 했던 3일로 개봉일을 최종 고지한 상황. 롯데가 밝힌 개봉 변경 이유는 “많은 수의 한국영화가 개봉하는 여름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상생과 더불어 과도한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혹평이 개봉일 변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의 다급함에도 이유는 있다. 롯데는 2014년 손예진 주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침체기를 거듭해왔다. 롯데로서는 텐트폴 영화인 ‘덕혜옹주’마저 무너지면 여러모로 난처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시각적 볼거리를 내세운 여름 영화들 틈에서 ‘덕혜옹주’는 오롯이 드라마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개봉일을 두고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했을 마음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답지 못했다. 시쳇말로, 개봉일을 두고 ‘간을 본 것’은 두고두고 업계에 전설로 남을 일이다.

# ‘터널’의 경쟁상대는, 어쩌면 DC 히어로들

‘부산행’의 변칙개봉+신드롬, 의외의 변수로 떠오른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의 오락가락하는 개봉일 변경 속에서 쇼박스가 배급하는 ‘터널’은 차곡차곡 개봉일을 향해 내딛는 중이다. ‘부산행’의 신드롬이 거세긴 하지만, 지난해 ‘베테랑’의 열기 속에서 ‘암살’을 출격시켜 1000만 관객을 모은 쇼박스 입장에서는 그리 마음 졸일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터널’이 개봉하는 8월 10일은 ‘부산행’이 개봉 3주차에 접어드는 시기로 흥행세가 한 풀 꺾일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터널’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것은 ‘인천상륙작전’일 텐데, 앞에서 언급했듯 영화 만듦새로 인해 변수로 떠오른 상황. 같은 날 개봉하는 ‘국가대표2’와 한주 앞서 나서는 ‘덕혜옹주’의 경우 장르상으로 크게 겹치지 않기에, ‘터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렇다면 ‘터널’의 진짜 경쟁자는 할리우드 영화, 그러니까 용병일 수 있다. 특히 8월 3일 개봉하는 DC 히어로 무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파급력이 감지되지 않기에 더욱 무서운 존재다. 비록 올 상반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DC지만, 그래도 DC는 DC다. 조커(자레드 레토), 할리 퀸(마고 로비), 데드샷(윌 스미스) 등 만화 속 캐릭터들이 대거 출동하는 만큼, 기대감도 상당한 분위기. 이들의 활약에 따라 ‘터널’은 물론 ‘덕혜옹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올 여름 극장가는 혼돈의 도가니가 따로 없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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