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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프로듀스101’ 한동철 국장의 실언이 치명적인 이유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프로듀스101' 출연 연습생 (사진=CJ E&M)
▲'프로듀스101' 출연 연습생 (사진=CJ E&M)

101명의 소녀들이 등장해 “나를 뽑아 달라(Pick me)”고 노래한다. 시청자들에게 “국민 프로듀서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며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지난 4월 막을 내린 Mnet ‘프로듀스101’의 한 장면이다.

한동철 Mnet 국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101’의 인기 요인을 설명하던 도중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누리꾼들이 비난이 빗발치자 Mnet 측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는 표현을 하기위해 사용한 단어가 본래의 의도와 무관하게 큰 오해를 만들었다”면서 “매우 당황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치명적인 것은 한동철 국장의 발언이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프로듀스101’은 사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로 가득한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검증’을 미끼삼아 소녀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그들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시청자들의 투표권은 권리가 아닌 권력이었다. ‘심판’을 가능케 하는 권력.

5회 분에서 전파를 탄 몰래카메라가 대표적인 예다. 수 천 만 원 대를 호가하는 카메라를 제작진의 실수로 망가뜨린 뒤, 연습생들에게 “함께 책임을 져 달라”고 부탁한 ‘의리 테스트’말이다. 스태프의 잘못을 덮어주자니 회사에서 잘릴까봐 무섭고, 모르는 척 하자니 국민 프로듀서들의 심판이 두렵다. “내 실수라고 말하겠다”면서도 소녀들은 열에 아홉 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에겐 ‘생존’이 달린 위기였다. 하지만 제작진에겐 쇼의 일부였을 뿐이다.

(출처=CJ E&M)
(출처=CJ E&M)

한동철 국장이 성(性)적인 맥락에서 ‘야동’ 운운한 것은 아닐 테다.(만약 그랬다면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여동생 같고 조카 같은” 소녀들에게 극도의 압박을 가하고 이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행태는 그 어떤 포르노보다 선정적이다. Mnet이 말한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는 이러한 자극성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결국 한동철 국장의 실언은 앞서 제기된 ‘프로듀스101’의 문제점과 어우러지며 더욱 큰 치명타를 남긴 셈이다.

Mnet은 지난주에만 두 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제작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참가자들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아마 내년 1월 남자판 ‘프로듀스101’를 론칭할 때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동철 국장의 인터뷰가 공개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작진의 진정성을 믿어줄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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