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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유, 세상의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인터뷰이로서 공유는 ‘즐겨찾기’하고 싶은 배우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공유는, 어떤 질문에도 허투루 대답하는 법이 없고,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 않으며, 또 의외로 진솔한 면이 있어서 대화에 치고받는 재미가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이 배우는,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고 박한데, 그러한 면모를 또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에 대화가 진행될수록 묻고 싶은 게 더 쌓이는 케이스다. 그래서다. 좀비재난블록버스터 ‘부산행’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름다움이란 주제로까지 뻗어간 이유는.

Q.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첫 공개된 후 2달 만에 정식으로 관객을 만났다.
공유: 한국 언론시사회 날, 드디어 숙제검사를 제대로 받는구나 싶었다. 칸에서 반응이 좋긴 했지만,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비경쟁부문) 초청작이라 관객들이 영화를 축제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분위가 컸다. 무엇보다 칸에서는 사람들이 색안경이 없는 걸로 느껴졌다. (팔짱을 끼며) ‘어떻게 만들었나 보자!’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칸과는 다른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평들은 좋아서 한시름 놨다.

Q. 그럼에도, 시사회 분위기가 다르긴 했을 거다.
공유: 칸 관객들이 동적이고 오락적인 부분에 열광했다면, 한국에서는 정서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Q. 가령, 어떤?
공유: 흔히 신파라고 하는 것들이 우리 영화에 분명히 있다. ‘상업영화에서 신파는 불가피한 정서일까.’ 연기하는 입장에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마 연상호 감독님은 나보다 더 많이 고민하셨을 거다. 실제로 감독님과 ‘부산행’을 찍으며 가장 많이 이야기 나눈 것도 신파적인 부분들이었다. 결과적으로 많이 덜어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면 분명 ‘마음에 안 든다. 사족이다’라는 의견과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의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후자였다. 이 정도 수위면 적절하다고 봤다. 연상호 감독님이 잘 절충했다고 생각한다.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Q. 말한 대로, 두 의견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공유: 사실 나 역시 신파를 안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가 오픈된 후 일각에서 나오는 신파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다. 85억이라는 큰 제작비의 영화, 게다가 실사 영화를 처음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을 거다. 그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을 테고. 그걸 너무 잘 알기에, 함께 기차를 탄 사람 입장에서는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애니메이션계에서 연상호 감독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봤나.
공유: ‘돼지의 왕’은 오래 전에 봤었다. 감독님과 ‘부산행’을 하기로 한 후에 ‘사이비’와 단편 ‘창’도 봤다.

Q. 어땠나.
공유: 피곤한 사람이구나, 싶었다.(웃음)

Q. 그래서 실제로 만나니까?
공유: 실없는 사람이군, 했다.(일동웃음) 만나기 전과 후의 느낌이 극과 극이었다. 함께 작품을 하고 난 지금은 ‘연상호라는 사람은 본인에게 있는 칼날을 숨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디펜스 아닌 디펜스를 형성해두는 느낌이랄까.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여린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다. 확실한 건, 작품을 통해 한 번씩 날카로움을 보이시는 것 같다.

Q. 그런 당신은 어떤 사람 같나.
공유: 나? 아, 잘 모르겠다.(웃음)

Q. 타인이 당신의 감정을 잘 눈치 채는 편인가.
공유: 글쎄. 나도 디펜스가 많다. 배우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직업이다. 그런 곳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쌓인 디펜스들이 많다. 어쩌면 그런 나의 성향 때문에 연상호 감독에게 더 호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Q. 연상호 감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공유: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예리하게 뭔가를 꿰뚫어보는 게 있다. 주차장에서 아내와 통화하는 신이 내 첫 촬영이었다. 그때 감독님이 ‘(공유가) 누구처럼 연기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디렉팅을 하려고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 첫 컷을 보고 그런 마음을 안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뭔가 울컥했다. 감독님이 ‘나라는 배우가 지니고 있는 고유함을 인정해 줬구나, 나의 고민을 알아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Q ‘부산행’ 촬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들었다.
공유: 우리가 67회 차에 끝냈다. ‘용의자’가 거의 100회 차였으니, 엄청 빨리 찍은 셈이다. 감독님이 회 차를 줄인 게 꽤 된다. 현장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었다. 4회 차를 잡아둔 씬을 2회 차 만에 끝내고 했으니까. 처음에는 불안했다. 컷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이 분이 대단한 건 알겠지만, 실사 입봉작이지 않나. 제작사에서도 나와서 “제작비 때문에 그래? 더 찍어!” 그러고. (일동웃음) 이런 현장은 정말 처음이었다. 감독님 덕분에 제작비가 꽤 많이 절감됐을 거다.

Q. 그나저나, 아버지 역할이 벌써 네 번째다.
공유: 상상만으로 부성애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이전 작품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간접 경험이 그나마 도움이 됐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장가를 가야 겠구나’ 하기도 했다.(웃음) 실제로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결혼 생각을 종종 했는데, ‘부산행’은 또 다른 국면이었던 것 같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내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내가 옳고 그름을 아이한테 올바르게 제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깊게 하게 한 영화다. 그러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삶이 마냥 아름답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의 희망을 짓밟을 수도 없고.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Q. 이전에 한 문학평론가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평론가가 그런 말을 했다. “문학이라는 건 삶의 문제이고 비평이라는 건 그걸 읽어내는 일인데, 인생의 정말 중요한 한 부분을 내가 영영 모르고 글을 쓴다는 것도 어려운 문제”같다고.
공유: 공감하다. 우리도 그런 고민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건 결혼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일 뿐.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이. 그것이 연기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다.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Q. 용석 역의 김의성 씨가 “재난 상황을 만나면 얼마든지 절대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했다. 당신은 어떤 인간상을 보여주고 싶었나.
공유: 나 같은 인간상?(웃음)

Q. ‘나’라 함은 공유? 아니면 연기한 캐릭터 석우(공유)?
공유: 둘 다.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석우와 용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타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글쎄. 없다고 본다. 자기 살자고 바쁠 것 같거든. 나 역시 그런 상황이라면, 석우처럼 적당히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용석처럼 악랄하고 싶고 싶지 않다는 바람은 있다.

Q.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로 브라운관에 컴백한다. 한동안 영화에 주력했는데.
공유: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물리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까 자칫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마침 다양한 필모를 쌓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런 욕심을 부릴 수 있을 만큼의 좋은 인연들이 영화 쪽에서 계속 나타났다. 안 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영화만 3편 연달아 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고 지치는 지점이 있었다. 매너리즘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그때 ‘도깨비’를 만났다. 그러니까 도깨비’는 내가 두려워하고 기피했던 것에 대한 도전의 개념이다. 적절한 시기의 자기반성, 분위기 전환이 아닐까 기대한다.

Q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면?
공유: 좀 부정적인 게 있다.

Q 그런 느낌은 별로 안 드는데, 의외다.
공유: 아, 그런가. 나는 확실히 나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박한 게 있다. 그게 또 속이 편하다. 그런 감정이 절대적인 힘이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믿는 것 같다.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사진=NEW·매니지먼트 숲 제공)

Q. (다음 질문과 답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산행’이 말하고자 하는 세계는 절망일까. 그럼에도 희망일까.
공유: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견해인데, 선경(정유미)과 수안(김수안)는 희망을 암시하는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영화인 것 같다. 그 희망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내가 비관적인 편이라고 하지 않았나.(웃음)

Q 정말 그러네.(웃음)
공유: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눈엔 세상이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절대로. 그래서 어떠한 미화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Q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뭔가?
공유: 음…(아름다움이)있나?

Q (공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
공유: 아름다움이라는 게, 점점 이상(理想)이 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섭고 슬픈 거고.

Q 과거에는 당신에게도 있었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공유: 있었지. 그런데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옛날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어떤 미덕들이 이제는 뭔가 허구처럼, 이상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Q 왜 생각이 변한 건가.
공유: 모르겠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Q 아니, 일견 흥미롭다.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 건가, 무서운 건가.
공유: 둘 다다. 너무 마음이 아픈 거고. 그런 면에서 석우가 더욱 이해가 간다. 스스로 견고해 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버텨야 했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Q 현실이 강퍅해져도 버릴 수 없는 게 있지 않을까.
공유: 내 가족. 이런 질문에는 더 이상 특별한 걸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가족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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