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인터뷰] 김소연, 연기는 두렵고 어렵고 하지만 고마운 것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김소연은 지난 8개월간 처절한 날들을 보냈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의 봉해령를 떠나보낸 심경으로 “매일이 살얼음판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니, 연기하는 동안 그 중압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소연은 극중 아들을 잃은 절절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이자, 시한부 남편과 새로운 사랑과의 갈등을 겪는 여자였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들이 몰아쳐도, 분명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극단의 감정선을 유지했다.

아들의 죽음, 남편의 불륜 목격, 시어머니의 냉대로 오열하며 눈물 마를 날 없었지만, 사랑에 빠진 여자의 달달한 눈빛도 표현해야 했다. 김소연은 고조된 감정을 끌고 가며, 자연스럽게 봉해령의 삶에 녹아들었다.

김소연은 ‘가화만사성’을 통해 데뷔 20여 년 차의 이유 있는 내공을 확인시켰다. 캐릭터의 처절한 삶에 녹아들어 치열한 연기 고민을 거듭한 김소연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또 한 번 집중했다.

Q: 마지막 촬영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김소연: 마지막까지 우는 신이라서 긴장도 됐고, 정말 끝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이필모 오빠랑 같이 찍었는데, 얼굴만 봐도 너무 슬퍼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마지막 촬영에서 이렇게 운 적은 처음이에요. 8개월이란 시간이 이런 관계를 만들어줬어요. 정말 펑펑 울었어요.

Q: 그만큼 봉해령 캐릭터에 감정 몰입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김소연: 이번 드라마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한 번은 감독님께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라고 한 적도 있어요. 촬영 때마다 감정 소비가 많아서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진짜 긴장의 연속으로 8개월이 매일매일 두려웠어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나’란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결국 이상우와 결혼을 암시하는 결말로 끝이 났다. 결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김소연: 아들을 죽인 서지건(이상우 분)이 결국은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는 그 사람이 몇 년간 지닌 멍에와 아픔도 이해가 됐어요. 결말 같은 경우는 김소연의 결말이 아니라 봉해령의 결말이라 존중해요. 물론 해령이의 홀로서기도 멋있을 수 있었지만, 전 작품을 하면서 늘 해령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편안한 일상을 누리길 원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모습이 보여 기뻤어요. 그 정도면 최선의 결말 아닐까요?(웃음)

Q: 아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소연: 제가 표현해야할 가장 큰 아픔이었죠.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와 제 주변의 어머니들을 참고했어요. 그리고 제가 조카 사랑이 남다른데, 너무 애틋한 뭔가가 있어요. 그 감정을 어떻게든 흡수해서 흉내라도 잘 내보자라는 마음이었어요. 초반에 감정을 잘 잡아두니까 서진이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울컥했어요. 막판에서는 실제처럼 상상하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제껏 캐릭터에 맞게 늘 상상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흡수가 됐어요. 대사를 하는데 정말 아들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Q: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해령을 두고 답답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어요.
김소연: 전 그런 흐름이 이해가 됐어요.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혼을 하게 되고, 새로운 사랑에 물들어갔을 때 전 남편이 시한부가 된 설정이잖아요. 연기를 하다보니 김소연인 저도 봉해령에 움직였어요. 이 여자가 왜 다 버리고 가는지 그저 답답하기보다는 남편에게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됐어요. 결국엔 내 아이의 아빠잖아요. 봉해령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더 어렸을 때였다면 분명 이해를 못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건 것들이 와닿더라고요.

Q: 연기적 고통을 안겨준 ‘가화만사성’이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소연: 폭발하는 연기를 하고 집에 가는 길이 진짜 행복했어요. ‘이래서 연기하나봐’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원 없이 감정을 분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유부녀 캐릭터는 보통 미혼인 여배우들이 부담을 느낀다, 당신도 고민이 있지 않았나요?
김소연: 처음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50부작이란 긴 호흡의 드라마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기혼이고 엄마인 캐릭터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과연 내가 엄마를 연기한 이후에도 다시 청춘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안일한 염려를 했죠. ‘가화만사성’을 찍고 나니까 그때 정말 제가 사치스러운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엄마’라는 이름 아래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걸 배우면서 제 생각도 당연히 바뀌었고요. 진짜 더 넓은 세상에서 연기할 준비가 됐어요.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가화만사성' 김소연(사진=나무엑터스 제공)

Q: 일상에서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나요.
김소연: 열심히 찍은 작품을 대중이 많이 못 보면 아쉬움이 들어요. 근데 ‘가화만사성’하면서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신다는 걸 체감했어요. 처음 보는 분들도 다가오셔서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되냐’ ‘그래서 이혼은 언제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셨어요(웃음).

Q: 출연이 뜸했던 예능프로그램에 최근 자주 얼굴을 비췄던 계기도 궁금해요.
김소연: ‘진짜사나이’로 조금 자신감이 붙었어요. ‘우리 결혼했어요’는 더 늦기 전에 예쁜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소속사의 권유와 제 의지가 더해져 출연한 건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작년에 예능 최우수상까지 받았는데 너무 큰 상이라 죄송했어요.

Q: 데뷔 20년이 지났는데, 김소연에게도 연기는 여전히 어렵나요.
김소연: 사실 데뷔 초에는 촬영장에 놀러가는 느낌이었어요. 연기를 모르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단 몇 분 찍으려고 많은 스태프들이 새벽부터 모인 걸 보고,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요. 내가 잘 못하면 이들의 노고가 다 날아간다란 책임감이 들었어요. 연기를 두렵고 어렵게 느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직도 연기가 어렵고 배우고 싶어요. 간혹 선생님들도 연기가 어렵다고 하시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란 생각에 정말 위안이 돼요.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