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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하균, 지금 여기, 이곳에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영화 ‘올레’에서 신하균이 연기한 중필은 첫사랑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과거지향적인 남자다. 희망퇴직 권고를 받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은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에 저당 잡히고, 미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남자. 그런 중필과 다르게 실제의 신하균은 지금, 여기, 머물러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배우다. 행복한 신하균을 만났다.

Q. ‘올레’는 남자들의 로망을 건드리는 영화 같다.
신하균: 인정한다. 남자들의 솔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모습 등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옛 추억도 많이 떠오르더라. 이전에 해보지 않은 캐릭터였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Q. 남녀불문, 여행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판타지를 품게 한다.
신하균: 목적을 거기에 두고 한 적은 없지만, 떠나면서 ‘혹시’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여행이니까. 그러나 생각일 뿐, 별 일이 일어나진 않더라.(웃음)

Q. 영화에서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본 적 있나.
신하균: 20대 때는 너무 바빠서 여행을 못했다. 30대에 접어드니 친구들이 바빠지고. 이제서야 여행을 좀 가기 시작했다. 지인이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기도 하고, 장난감을 사러 일본에도 간다. 피규어 모으는 게 취미다.

Q. 피규어 수집에 돈을 꽤 쓰나보다.
신하균: 많이 쓴다. 웬만한 건 거의 다 있다. 최근엔 ‘빅밴’이라는 신제품에 꽂혀있다. 레고는 특히 예술이다. 그 작은 블록들이 쌓아서 아름다운 건물이 된다는 게, 참.(웃음) 레고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팬 분께서 선물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애들이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해 보니까 너무 매력적이더라. 안 되겠다 싶어서 시리즈로 사기 시작했다. 완성됐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레고 얘기 하는데, 참 해맑다.(웃음)
신하균: 하하하. 동생이 판교에서 떡볶이 집을 하는데, 내가 만든 레고를 인테리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 번 볼텐가?(신하균은 핸드폰에 저장 된 사진을 보여주면, 한창 레고 예찬론을 폈다)

Q. ‘올레’ 촬영 전에 제주도는 많이 가 봤나.
신하균: 우도만 가 봤었다.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Q. 청춘남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가 나름 신선했겠다.
신하균: 신선했다. 이번에 알았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막걸리 파티도 하고 친해진다고 들었다. 숙박비도 굉장히 싸더라. 그런 곳이 있구나, 깜짝 놀랐다. 나 젊었을 때는…이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나이 있어 보이는데(웃음), 아무튼 지금처럼 사람들이 제주도를 많이 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Q.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사는 40대 싱글남 중필과 실제의 신하균은 얼마나 닮았나.
신하균: 완전 다르다. 일단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혼자 산 적이 없다.

Q. 독립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할 것 아닌가.
신하균: 집 구조가 워낙 독립적으로 돼 있어서 딱히 불편할 건 없다. 내 공간에 대한 독립성은 보장되면서 밥은 또 쉽게 해결 할 수 있으니, 독립할 이유가 없다.(웃음)

Q. 영화에서 막걸리는 그렇게 마시던데, 실제로도 술자리가 많았다고.
신하균: 영화 자체가 친구들과 함께 여행가는 콘셉트다. 박희순 선배-오만석 씨와 일찍이 친분이 있었고, 술을 워낙 좋아해서 하루를 정리하면서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제주도 공기가 또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어졌다.(웃음)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박희순-오만석 씨와는 이전에도 술을 함께 나누는 사이였나.
신하균: 배우들끼리는 같은 작품을 안 해도 만나게 된다. 박희순 선배는 학교 선배다. 학번 차이가 꽤 돼서 학교에서는 못 봤고(웃음), 대학로 활동하면서 많이 만났다. 선배님이 극단 ‘목화’에 계셨는데, 선배님 공연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봤다. 만석 씨는 오며가며 한두 번 인사를 한 정도였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친해졌다.

Q. 당신도 극단생활 경험이 있는 걸로 안다.
신하균: 극단 ‘유’에 있었다. 장진 감독님의 연극 ‘택시 드리벌’, ‘박수칠 때 떠나라’ 등에 출연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영화를 하게 됐다. 98년도에 장진 감독님의 ‘기막힌 사나이’로 스크린 데뷔를 했고, ‘간첩 리철진’(99)도 함께 했다. 박찬욱 감독님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때부터 연극보다 영화를 주로 했다.

Q. 연극에서는 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나.
신하균: 코미디? 1인 다역도 많이 했다. ‘택시 드리벌’ 때는 택시 손님으로 1인 5역을 했다. 그러고 보니, 거의 다 코미디였네.

Q. 코미디 연기는 어떤가. 편한 게 있나.
신하균: ‘편하다, 편하지 않다’ 와는 다른 문제다. 잘 해야 한다. 계산을 잘못하면 썰렁해 질 수 있으니까. 표현, 호흡 등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맞아 떨어져야하는 게 코미디다. 굉장히 어렵다.

Q. 그때 익힌 감각들이 당신에게 많은 자양분이 됐겠다.
신하균: 도움이 됐다. 희극 공연은 희열이 있다.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니까. 일반적인 정극은 남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체감이 잘 안 되거든. 그랬을 때 코미디는 소리가 바로 터지니까 ‘아, 이런 타이밍에서 웃는 구나’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매 공연마다 똑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같은 대사를 내뱉어도, 반응이 매번 다르다. 간발의 차이로 반응이 안 올 때도 있고. 그걸 느끼면서 감각을 알아나가게 된다.

Q. 배우 입장에서 관객 반응이 안 오면 어떤가.
신하균: 자책을 하지. 뭐가 잘못됐지? 뭐지? 고민도 하고.

Q. 중필을 연기하면서, 사랑에 서툴렀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신하균: 처음부터 연애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남자들은 특히 바보 같은 면이 있다. 나 역시 중필처럼 용기가 없어서 표현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표현은 안 하면서 상대가 알아 봐 주길 바랐던 것 같다.

Q. 남자들에게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신하균: 그냥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Q. 영화를 보면 40대 남자들도 놀 때는 10대 같더라.
신하균: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어릴 때 모습이 많이 나온다. 회사 다니는 친구도 있고, 학교 선생님인 친구도 있는데, 다들 그런 것 같다. 일하면서 만난 관계들을 대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다. 우리끼리 만나면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장난도 치고 그런다.

Q. 남자들도 결혼을 하면 좀 달라지긴 하던데.
신하균: 그런 게 있긴 하지.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들 사진을 그렇게 보여 준다. 그런데, 뭐. 결혼을 해도 술 한 잔 들어가면 다 똑같다.(일동웃음).

Q. 남자들끼리 모여 있는 자리에서 당신은 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신하균: 중간의 입장이다. 남자들이 모이면 꼭 싸우는 애들이 있거든. 싸우고 욕하고. 그런 애들 사이에서 중재를 하곤 한다. 학창시절의 나는 모범생도 날라리도 아니었다. 중간으로 가는 사람이었다. 눈에 안 띄려고 노력하는. 지금은 외향적이고 말수도 늘었는데, 예전엔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Q. 영화 ‘고지전’ 때는 산에서 살았다. 이번엔 바다다. 어디가 잘 맞나
신하균: 이제는 바다가 좋다. 물을 워낙 좋아한다. 지인들과 모여서 다이빙도 하고 그런다.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신하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아, 이전에 김고은-김동욱 씨와 함께 다이빙한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지.(김고은과의 열애설이 터지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다)
신하균: 하하. 맞다. 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Q. 모자이크 처리된 내 모습을 보는 건 어떻던가.
신하균: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다. 하하하.

Q. ‘올레’를 이야기 하면서 많은 이들이 ‘아재파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
신하균: 언젠가부터 ‘아재’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나는 내가 ‘아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재의 나이일 수 있지만, 철없는 아이 같은 구석이 내게 있다고 믿는다. 감독님도 영화를 찍으면서 청년이 모습을 많이 보여주길 원하셨다.

Q. ‘올레’라는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신하균: 각자 가고 있는 길이 꼭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자신의 올레길을 찾아보는 것이 행복이라는 걸 이야기 하는 영화다. 우리 사회가 너무 결과 중심적이다 보니, 누구나 같은 길을 가게끔 만드는 게 있다. 모두가 같은 걸 꿈꾸는 건 이상한 거 아닌가. 주위의 시선에 갇혀서 살지 말고, 본인이 진짜 원하는 올레길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 길에서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하면 또 어떤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지점들을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Q.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삶.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나?
신하균: 나름 내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큰 행복을 바라지는 않는다. 현재가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과거를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다가올 미래를 걱정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순간, 여기에서 최선을 다 해 즐거움을 찾자는 생각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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