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윤계상(사진=김재윤)

‘굿와이프’ 서중원으로 4개월을 살았던 윤계상은 자신에게 주어진 굿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서중원이란 꼭 맞는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치장한 윤계상은 전도연의 마음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좋은 작품에 윤계상의 굿 연기가 더해지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대중의 호평까지 자연히 따라왔다.

덕분에 그룹 god 멤버가 아닌 배우 윤계상으로 홀로서기 한 이후로, 대중의 호응을 가장 실감한 시간이 됐다.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던 윤계상이 ‘굿와이프’를 통해 다시 멀리, 오래 뛰어갈 에너지를 얻었다.

달달하고 젠틀했던 서중원이 멋있을 수 있던 이유, 그건 아마도 진짜 윤계상의 매력과 무관하지 않다.

Q: 전도연 씨는 마지막 촬영 날 펑펑 울었던데, 당신 기분은 어땠나.
윤계상: 제가 많이 울 줄 알았는데 도연 누나가 울었어요. 하하. 마지막 촬영 날 계속 울먹거리셨는데, 결국 엉엉 울더라고요. 배우들이 합도 좋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도연 누나가 우는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장이 좋았어요. 마지막을 다들 아쉬워했죠.

Q: ‘칸의 여왕’ 전도연과의 호흡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윤계상: 전혀요. 부담감보다는 함께하는 설렘과 기쁨이 컸어요. 배우들 사이에서 전도연이란 배우는 신의 경지잖아요. 다들 작품하길 희망하는 배우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저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윤계상(사진=김재윤)

Q: 유지태 씨는 당신을 두고 ‘좋은 마스크에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윤계상: 유지태 형은 칭찬을 잘해주시는 선비 같은 분이에요. 이태준의 안 좋은 모습만 쫙 빼면 유지태가 돼요. 정말 멋있고 젠틀하고, 다정한 남자의 끝판왕이죠. 남자의 향기가 거칠게 진한 게 아니라 굉장히 멋스러워요.

Q: ‘굿와이프’ 원작을 참고하고 서중원 캐릭터를 잡아갔나.
윤계상: 원작은 1편만 봤어요. 감독님이 2회부터는 똑같지 않으니까 보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국 정서에 맞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원작에 기대지 않고 6부까지 나온 대본을 보고 서중원 캐릭터를 잡았어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원작 한 번 보려고요. 그들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해요.

Q: 초반 서중원 캐릭터가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미 인지했던 부분인가.
윤계상: 초반에는 분량이 많이 안 나왔죠. 감독님께서 서중원은 중후반에 핵심적인 키를 가지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 역시 초반부터 부각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일단 이태준의 이야기가 나와야 서중원이 가진 냉정함과 세련된 매력이 드러날 수 있다고 봤거든요.

Q: 극중 김혜경, 즉 전도연을 향한 사랑꾼 면모가 발휘되면서 시청자들 마음이 당신에게 많이 기울기 시작했다.
윤계상: 전도연 배우와 멜로 호흡을 한 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절 되게 부러워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멋지고 잘해서는 아니고, 캐릭터를 잘 만난 덕에 사랑을 받았죠. 제 인생캐릭터라는 말들을 하는데 진짜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또 언제 이런 역할을 해보겠어요. 유지태 형도 서중원 캐릭터를 부러워했어요(웃음). 관심이 고마울 뿐이에요.

▲윤계상(사진=김재윤)

Q: 서중원과 윤계상은 얼마나 닮았나요.
윤계상: 서중원은 너무 완벽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하다고 하는 게 뭔가 낯 뜨거워요. 그래도 굳이 꼽아본다면, 사랑에 대한 망설임이 없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아요.

가정이 있는 여자에 올인한 서중원, 이혼하지 않고 자신에게 온 김혜경을 얼마나 이해했나.
윤계상: 아직 미혼이라 이해를 잘 못하겠더라. 주변에 기혼자들은 오히려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책임지는 것들에 대한 보호를 할 수 밖에 없어서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요. 전 결혼도 안하고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 감정은 잘 모르겠어요.

▲윤계상(사진=김재윤)

Q: 나나를 보며 과거의 윤계상이 떠올랐을 것 같은데.
윤계상: 나나한테는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다음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저도 첫 단추는 굉장히 잘 끼웠어요. 첫 영화가 ‘발레교습소’였는데, 상도 받고 그랬죠. 다음이 항상 문제더라고요. 배우로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선택이 필요하거든요. 다음 작품이 뭐든 더 큰 이슈를 받고 냉정한 잣대로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했어요. 일단 지금 너무 잘하고 있고요. 나나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돼요. 전도연의 기운을 받았으니, 배운 게 엄청 많을 거예요.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이 나나의 성공적인 데뷔를 다 축하하는 분위기였을 정도였으니까요.

Q: 정말 구멍 없는 명배우 어벤져스였다. ‘굿와이프’ 촬영장에도 NG가 존재했을지 의문이다.
윤계상: 저랑 김서형 씨가 많이 냈어요. 일명 ‘버퍼링 남매’였죠. 늘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게 저희 둘이었어요. 사건에 대한 개요를 말하는데, 저희도 잘 모르는 내용이니까 입에 대사가 안 붙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다들 감정 연기로 NG를 낸 적은 없어요. 촬영 감독님이 ‘연기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배우들이 각자의 배역에 맞게 잘 해준 것 같아요.

Q: 작품을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텐데.
윤계상: 배우가 작품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건 중요해요. 흥행을 위주로 하면 남는 게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영화로 기록하는 느낌이에요.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문제점, 사회의 무관심을 짚어주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작품 선정의 기준은 배우의 성장인 것 같아요. 작품 속 이야기와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보죠. 그동안 저는 잘 선택했다고 자부해요. 제가 했던 영화들을 보면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뚜렷해요. ‘풍산개’ ‘비스티보이즈’ ‘집행자’ 등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게 회자 될 거라 믿어요.

Q: 흥행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 건가.
윤계상: 평탄하게 가려면 타협이 필요해요. 그러다보니 슬럼프도 오더라고요. 사실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내가 잘 생각하는 게 맞나, 현실과 동 떨어진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런 면에서 ‘굿와이프’는 대중의 관심을 다시 찾게 해준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Q: tvN 시상식이 올해 처음 개최되는데, 수상을 예측한다면.
윤계상: 전도연, 유지태 씨의 수상을 기대합니다. 전 한 게 없어요. 아, ‘시그널’ 조진웅 형도 상을 타지 않을까요. 작품들이 굉장히 쟁장한데 팀별로 줬으면 좋겠네요. 시상식에 저도 불러줄까요? 구경이라도 가고 싶네요(일동웃음).

▲윤계상(사진=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