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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人] NEW 장경익 대표 “‘분업·효율’보다, 돌아가더라도 ‘협업’이 좋다”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강남 언주로 두산빌딩 8층에 자리한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사무실에 들어서자,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된 방들과 낮은 파티션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을 허물고 직원 간의 거리를 좁혀 자유롭게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고 보니 NEW의 성장 원동력으로 평가받아온 것은 소통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기업문화가 아니었던가.

NEW가 출범한 건 2008년. 김우택 총괄대표는 직원 단 4명과 함께 삼성동의 작은 사무실에 NEW 간판을 달았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성장 속도는 무서웠다. 몸집은 작지만 효율이 좋은 작품, 스타파워나 자본이 아닌 콘텐츠에 집중하며 업계에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2013년은 NEW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선물을 안겼고, ‘신세계’가 관객들에게 “드루와”라 손짓하며 5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감시자들’(550만)·‘숨바꼭질’(560만)도 연이어 터졌다. 그해 NEW는 CJ-쇼박스-롯데를 제치고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배급사가 1년 농사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일대 파란이었고, 사건이었고, 놀라움이었다.

NEW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2014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NEW는 그해 ‘인간중독’, ‘패션왕’, ‘빅매치’ 등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1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해무’도 아쉽게 침몰하며 흥행에 쓴 맛을 봤다. 그러나 NEW는 뮤지컬·음반·드라마 사업에 진출하며 파이를 차근차근 넓혀갔다.

올해 NEW는 뜨거운 열기 속을 통과하는 중이다. 사전제작으로 내놓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38%라는 초대박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중국 대륙마저 집어삼켰다. 여름 시장에 내놓은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 ‘부산행’은 생소한 장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를 두고 장경익 영화사업부문 총괄 대표는 NEW의 시즌 2가 시작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Q. (장경익 대표의 사무실 한 벽에는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에 선 ‘부산행’ 배우와 제작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사진이 눈에 띄는 군요. 영화인으로서 저런 큰 무대를 밟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대에도 오르셨잖아요?
장경익:
그때 김기덕 감독님이 감독상을 받으면 단상에 혼자 올라가고, 황금사자상(대상)을 받으면 함께 올라가자고 했어요. 가장 큰 상인 황금사자상에 호명됐죠.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이번 ‘부산행’은 투자에서부터 오랜 시간 공들인 영화가 칸 초청으로까지 이어져서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경쟁부분 진출은 아니었지만 칸에서 가장 큰 극장에 올라간다는 게, 영화 한 편의 흥행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죠.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부산행’에 대한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연상호 감독에게 실사를 제안한 장본이시잖아요.
장경익:
연상호 감독은 ‘사이비’(NEW가 투자한 애니메이션) 때 처음 만났어요.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실사보다 더 짜임새 있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으면서 재미도 있다고 느꼈어요. 실사를 하더라도 잘 하겠다는 믿음이 들었죠. 그리고 ‘부산행’은 CG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잖아요. 애니메이션에 대한 경험이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생각했죠. ‘부산행’은 그런 기대를 200~300% 부응한 케이스죠.

Q. 올 여름 배급사 빅4(‘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의 경쟁이 치열했어요. 결과적으로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심심한 결말이라는 배부른 생각도 하게 됩니다.(웃음) 어쨌든 네 편 중, ‘부산행’은 개봉 시기를 가장 먼저 결정한 영화입니다. 경쟁작들의 상황을 보면서 개봉시기를 저울질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결정하고 달린 것은 자신감의 일환이었나요.
장경익:
자신감, 있었어요. 다만 연상호 감독이 영화 쪽에서는 유명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었어요. ‘부산행’을 제대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칸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감독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기회를 얻은 거죠. 칸에서 찬사를 가지고 올 수만 있다면 여름 시장에서 힘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과는 보다시피 기대 이상입니다.(웃음)

이동통신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장경익 대표는 이후 메가박스에 입사, 7년간 극장프로그래머로 활약했다. 아트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는, ‘무비온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예술성 높은 영화를 마케팅ㆍ배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30대 중반, 쇼박스와 메가박스를 이끌었던 김우택 대표의 제안으로 2008년 NEW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Q. 메가박스 프로그래밍 팀장을 지낸 경험이, 지금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장경익:
어릴 때부터 워낙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취향이라는 게 저를 굉장히 힘들게 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흥행이 될 영화가 달랐던 거죠. 그러다보니, 메가박스에 있을 때는 직원을 뽑아도 영화전공자는 안 뽑았어요. 대중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선호했죠. 조금 건방지게 말하면, 프로그래밍을 한참 잘 할 때는 포스터나 예고편만 봐도 ‘저거, 관객 얼마!’ 하는 예상이 맞아떨어졌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 영화 투자ㆍ배급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죠.

좋은 영화일 수는 있으니, 상업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시나리오들이 있어요. 그럴 경우 제작비 등 여러 리스크 요인들을 줄이면서 모험적으로 기획을 하죠. 반면, 외형적으로 사이즈감이 보인다! 그러면 조금 더 도전적으로 가는 거고요. 물론 둘 다 시나리오가 좋다는 전제하에요.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부산행' 팀
▲칸국제영화제에서의 '부산행' 팀

Q. 지금은 어떤 영화들을 선호하시나요.
장경익:
영화에 대한 취향은 늘 바뀌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고전영화-아트영화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배급일을 하다 보니 돈 안 되는 영화가 싫어지는 거예요. 작품만 남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애썼던 사람들의 노력이 허물어지는 게 싫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산업적인 부분을 지탱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 라는 생각이 점차 들더군요. 지금은 NEW에서 만든 영화가 좋아요.(웃음) 애정인 거죠. 저희 회사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오버해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역시, 약간 정신 나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애정을 쏟는 편이죠.(웃음) ‘신세계’ 때는 편집본 보고 너무 반해서 “(영화) 죽이지 않냐?”고 말하며 사무실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웃음) 영화에 대한 직원들의 애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Q. 안 그래도 NEW 초창기 때부터 언급돼 온 성장비결 중 하나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신입사원도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따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조직이 굉장히 커졌어요. 그만큼 내부 소통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장경익:
맞아요. 저희가 초반에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가 “‘분업’과 ‘효율’보다는 멀리 돌아가더라도 ‘협업’이 좋다”였어요. 초반에 제가 팀장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설득을 하시려고 하느냐. 그냥 지시를 하시지”였어요. 직원들 입장에서는 주어지는 일만 하는 게 더 편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친구가 마음은 안 드는데 마냥 “예”라고 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럼 동의로 돌아설 때까지 설득을 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 시너지가 나니까요. 영화 사업부 직원들을 영화 고사현장부터 쫑파티까지 다 데리고 다닌 것도 그 이유였어요. 직접 현장을 느끼면 이 작품이 ‘그냥’ 작품이 아니라, ‘우리’ 작품이 되니까 플러스알파가 나오거든요.

지금은 솔직히 그렇게는 못해요. 아쉽죠. 그런 점에서 ‘부산행’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2013년부터 조직이 바뀌었어요. 팀장들이 본부장이 되고 차석들이 팀장이 됐죠. 외부에서 인력들도 들어왔는데, 이 체계가 2년 만에 자리를 잡은 느낌이 있어요. 저는 ‘부산행’을 그 결과물로 읽어요. 숫자라는 게 사실 그래요. 1000만 명과 900만 명이 수익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의미적으로는 달라요. 뭔가 조직적으로 ‘점프 업’ 되는 느낌이랄까. NEW의 시즌 2가 시작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NEW는 2008년, 영화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영역을 넓혀 음악, 뮤지컬, 부가판권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종합엔터테인먼트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이것은 초기 계획에 있었던 건가요.
장경익: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적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영화만 잘 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입니다. 하지만 ‘멋진 미디어 그룹으로 가겠다’는 것은 김우택 총괄대표님께서 원래부터 가지고 계셨던 생각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하나 천천히 해 나가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해 왔고요. 사실, 저희가 뭔가를 시작할 때 크게 일을 벌이지는 않거든요. 그냥 하나 해 보는 거예요.

Q. 그냥 하나 해 본 것들이 너무 스케일 크게 잘 되니까, 그런 느낌이…드라마 하나 했는데 그게 ‘태양의 후예’이지 않습니까. 뮤지컬 하나 했는데, 그게 ‘디셈버’였고요.(일동웃음)
장경익:
하하. 저희가 개인 비즈니스와는 다르게 회사가 들어가는 비즈니스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규모가 있는 선택들을 할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그게 잘 되면서, 커 보이는 느낌이 있는 거죠.

Q. 선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제작비는 물론 마케팅도 거의 영화적인 스케일이었잖아요. 영화 쪽에서 쓰는 전략을 구사했단 말이죠. 때문에 많은 이들의 우려가 따랐던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죠.
장경익:
사실 이전에도 드라마에 대한 제안은 있었어요. 수익구조가 보이지 않으니까 못했을 뿐. 그런데 ‘태양의 후예’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태양의 후예’는 중국 세일즈가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에 시작 됐어요. 중국 선판매로 48억의 기반이 생기니까 계산이 나오는 거예요. ‘그럼 방송국 방영권 얼마, 간접광고(PPL) 얼마, 일본 등 해외 시장 판매로 얼마를 충원하면 손해는 안 보겠다’ 하는 계산이요. 그 다음 수익은 작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고요.

저희가 장점인 건, 사전 제작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거예요. 저희는 모든 영화를 사전 제작하니까요.(일동웃음) 드라마 제작자와 방송국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게, 사전제작 부분인데, 사전제작만 해 온 저희 입장에서는 ‘왜 힘들어 하지?’라는 생각도 살짝 들긴 했죠. 결과물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Q 이쯤에서 드라마 수익배분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태양의 후예’에 대한 수익배분율은 NEW와 KBS가 ‘6대 4’인 걸로 알아요. 그동안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외주제작사가 만든 저작권이 방송사에 귀속되는 일도 허다했고요. 이러한 관행을 드라마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깨뜨린 셈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송사가 오랜 시간 군림해 온 저작권 독점 체제와 갑을 관계를 NEW가 무너뜨렸다’고 희망적으로 평가하더군요.
장경익:
최근에 MBC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런 말을 했어요. “창작자-제작자들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고요. 영화 쪽은 제작사에 돌아가는 배분율이 커요. 아주 크죠.(웃음) 한국영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투자-배급 쪽에서는 불만일 수 있는 제작지분이 크기 때문일 수 있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있는 거죠. 그 믿음이 이 일을 계속 하게 하는 힘이 되죠. 그런데 드라마 쪽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일단, 방송국이 쥐고 있는 힘이 너무 크죠. 영화 업계처럼은 아니더라도 창작자-제작자의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드라마에도 많은 인재들이 몰릴 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NEW가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많은 인터뷰에서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더군요. 선입견 없이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장경익:
초반에는 저희가 ‘영화의 신’인 줄 알았어요.(웃음) 하는 작품마다 너무 잘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와, 오만해 질 때쯤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구나’ 했죠. 덕분에 이제는 한 작품이 잘 돼도 다음을 걱정하게 되고,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하죠.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KBS)

그런데 드라마 쪽을 가보니까,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웃음) 특히 모 방송국 모 부장님은 첫 자세(비스듬히 앉으며)가 이거였어요. “뉴가 뭐하는 회사에요? 드라마,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하면 예산 30%는 깎을 수 있는데” 하시더라고요. 결국 그 곳과는 작업을 안 했어요. 당장의 제 기분이 좋고/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런 마인드를 지니고 이는 사람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나아가기 힘들겠다는 판단 때문이에요. 반면 KBS 담당자는 ‘태양의 후예’에 대해 진짜 애정을 지니고 접근하더라고요. 사실 조건은 KBS가 조금 나빴어요.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죠.

Q. 결국은 사람이군요.
장경익:
그럼요. 이 기나긴 길을 가는데 있어서 누구의 손을 잡고 가느냐에 따라서 결과물도 달라지고, 가는 길도 달라지잖아요. 그 선택은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지난해 중국 화책미디어그룹과 중국 합자법인인 ‘화책합신’을 설립, 드라마·영화 콘텐츠 분야의 협업을 시작했죠. 올해가 그런 성과가 가시화 되는 원년이라고 봐야 할까요.
장경익:
올해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은데, 영화 쪽 시장으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은 캐스팅이 너무 중요해요. 그런데 영화 편수에 비해 흥행을 담보 할 수 있는 배우는 극히 제한적이에요. 중국 엔터 시장 자체가 성장한 게 얼마 안 되거든요. 지금 나머지는 확정이 거의 됐는데, 캐스팅 정리가 안 됐어요. ‘올해 안 하면 죽는다’는 생각은 없으니까, 최선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Q. 최근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중국 시장에 대한 뒤숭숭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류 제동 걸기’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국내 업계의 민감한 반응이라는 해석도 있죠.
장경익:
중국시장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달라요. 알 수 없죠. ‘모른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상당히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 중국이든 일본이든 어느 나라든 정치적 변수로 인해 요동칠 일이 앞으로 많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시장이 역시 가장 중요하죠.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드라마를 만들다보면 해외 마켓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봐요. 우리가 걱정한다고 사드가 풀리거나, 중국 시장이 열리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맞다’ ‘중국 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잡지 않는 게 맞다’ 라는 생각을 하죠. 저희가 중국 때문에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요.

Q. 얼마 전 ‘씨네스테이션Q’라는 이름으로 극장산업에 진출했습니다. 중저예산 영화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대호’ ‘부산행’ ‘판도라’와 같은 규모가 큰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인가요? 100억 원대 영화가 흥행 마진을 남기려면 스크린 확보가 필요하고, 아무래도 극장을 보유한 곳이 유리하니까요.
장경익:
투자배급적인 입장에서 극장이 필요해서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게 목적이었다면 적어도 메가박스 이상의 체인은 있어야죠. 비즈니스적인 이유야 있죠. 투자배급업은 골국이 큽니다. 잘 될 때는 크게 터지지만, 반대일 때는 또 엄청 큰 손실을 보죠. 투자배급이 영화 산업 안에서 리스크가 큰 분야라면, 극장업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요. 말씀드렸듯 저희 회사는 미디어 그룹으로 가는 게 목표입니다. 긴 여정이죠. 그 긴 여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맞춰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금 당장 극장을 수백 개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우리 체력이 되는 선에서 하나씩 하나씩 가져갈 계획이에요. 그러다보면 투자배급 쪽에도 도움이 되는 때도 오긴 하겠죠. 그리고 저는 한 번도 극장이 없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웃음)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콘텐츠의 힘을 믿으시는 건가요?
장경익:
네. 물론 극장이 있으면 편할 수는 있죠. 하지만 극장은 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플랫폼은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 나갈 거예요. 그런데 극장은 콘텐츠가 없으면 버틸 수 없죠. 그리고 좋은 콘텐츠가 있으며 극장은 틀어줍니다. 저희가 벌써 1000만 영화를 3개째 하고 있는데, 이 짧은 역사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극장 없이도 투자배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경험으로 보여 준 거죠.

Q. 콘텐츠를 만들어갈 때 특히 중요시 여기는 건 어떤 건가요.
장경익:
초기에는 회사가 작다보니 신인감독들과 작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감독이 약하니까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중요시하는 인식이 깔렸어요. 시나리오가 좋다면, 감독과 배우는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더 선호하기도 해요. 영화 외적인 부분을 잘 마케팅하고, 그 안에서 배우가 연기만 잘 해주면, 충분히 폭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저희는 제작자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감독이 신인인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죠. 베테랑 제작자가 붙어서 도와준다면, 신인이 가져갈 수 있는 초반의 실수들을 좀 잡아줄 수 있거든요.

Q. 준비 중인 라인업 중에 특별히 기대하는 작품이 있나요.
장경익:
아, 이건 하면 안 돼!(일동웃음) 차별이라서. 큰 영화들 위주로 말씀드리면, 연말에 개봉하는 ‘더 킹’(조인성 정우성 주연) 기대하고 있고요, 사실 그보다 더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건 ‘판도라’(김명민 감날길 주연)에요. 저희가 굉장히 오랜 시간 준비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작품이에요. 저희가 꼭 해야만 하는 영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원전을 다룬 재난영화인데 우리가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많거든요. 시나리오 검토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영화 중 하나에요.

Q. 만장일치로 통과 된 작품은 몇 편인가요?
장경익:
‘변호인’ 그리고 ‘판도라’. 딱 두 편이네요.

Q. 오, 만장일치는 정말 어렵군요.
장경익:
네.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부산행’은 반대가 몇 있었어요. 좀비라는 장르물에 대한 생소함과, 시나리오의 속도감이 빠르다는 게 이유였을 거예요.

Q. 회사의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장경익:
빠르죠. 계기들이 있어요. 200만 영화가 첫 계기였고, 이후 300만, 500만… 그리고 첫 1000만 영화(‘7번방의 선물’)가 나왔죠. 이게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1000만 영화는 업계에서만 알던 저희 회사를, 일반 관객들도 알게 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두 번째 1000만 영화인 ‘변호인’의 경우에는 작품적으로도 여러 의미가 있었어요. 이후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다가 ‘부산행’을 만났는데, ‘부산행’은 우리가 기획을 해서 1000만 영화를 만드는 시기가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회사가 성장을 하고, 상장도 하고, 여러 계열사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아, 이렇게 하다보면 우리가 꿈꾸는 멋진 미디어 그룹을 정말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죠.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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