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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트그레이 “이대로 함께, 오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민트그레이(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밴드 민트그레이와 인터뷰가 있던 날의 일이다. 사진 촬영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소속사 관계자가 두 개의 우산을 가져왔고 멤버들은 그 중 하나를 기자에게 다시 건넸다. 촬영을 마치고 장소를 옮기는 길, 네 명의 멤버가 우산 하나에 꾸깃꾸깃 몸을 구겨 넣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 요상하게 웃긴 친구들.” 관계자는 민트그레이를 이렇게 소개했다. 과연. 이들의 매력은 참으로 오묘했다. 수줍고 진지하면서도, 질문 두어 개마다 농담을 한마디씩 덧붙이곤 했다. 미묘한 언밸런스는 지난달 30일 발매된 신곡 ‘화이트아웃(White out)’에서도 포착된다. ‘떼창’을 유발하는 후렴구, 일견 희망적이기까지 한 멜로디 안에 우울증의 경험을 녹였다. 요상하게 매력적인, 민트그레이의 세계로 초대한다.

Q. 3년 전 그린플러그드 그랜드 페스티벌에서 민트그레이의 공연을 관람한 적 있다. 처절한 감성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음반은 분위기가 다르다.
이화용:
가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슬프고 처절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주제 또한 사랑 노래를 벗어나 사회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다.

Q. 예전 음악을 좋아하던 팬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을 것 같다.
정재훈:
변화를 반가워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이미 떠나신 분들도 있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이 음악이 록에서 댄스로 변한 건 아니니까 (팬들의 저항이) 크진 않다. 오히려 변화 하지 않고 똑같은 음악만 하면 더 쉽게 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트그레이 정재훈(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 정재훈(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사람들의 평가에는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송지훈:
‘살 빼라’는 말에는 받는다.(웃음) 거만하게 보일까봐 걱정이긴 한데, 사실 크게 나쁜 말은 못 들었던 것 같다.
정재훈: 나쁜 말은… 다른 밴드와 비슷하다는 얘기? 우리도 그걸 탈피하려고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외에 블로그에 포스팅되는 글은 다 보고 있다. 우리를 어떻게 무대 아래에서 보고 있는지 모니터하면서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 나가고 있다.

Q. 평론가들의 이야기는 어떤가. 예전에 네이버 이주의 발견에 민트그레이의 음반이 소개된 적 있지 않나.
송지훈:
‘차가운 세계’를 내놓았을 때였다. ‘귀를 사로잡는다’는 얘기가 있더라. 크~ 역시!
정재훈: 앞으로도 많은 평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좋은 말이 됐든 쓴 소리가 됐든 앞으로 나오는 노래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지 우리도 궁금하고.
송지훈: 사실 평론가들의 평가도 개인의 취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급을 해주는 건 감사한데 굳이 영향을 받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정재훈: 휘둘리진 않는 것 같다. 수용 가능한 여지가 있다면 고쳐 나가겠지만 ‘음악 스타일을 바꿔라’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지 않나.

Q. 곧 새 싱글이 발매될 텐데 기대하고 있는 바가 있나. 듣고 싶은 말이 있다거나 음원 차트에서 성과를 거둔다거나.(인터뷰는 음반이 발표되기 전에 진행됐다.)
정재훈:
솔직하게 말하자면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과 같은 이변은 없을 것 같다. 하하. 원하는 바이긴 하지만 우리가 대중적인 트렌드에 가까운 팀은 아니지 않나. 아까도 말했듯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우리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그래서 예전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새 음반을 어떻게 들어줄까, 그것이 가장 기대된다.
한병문: 나는 팀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음원 발매를 기다리는 것이다. 네 명의 색깔이 들어간 첫 음반인 셈인데 기존 팬들의 반응이 어떨지 떨리고 겁난다. 인디 음악이 주류로 올라가는 길리 열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내 합류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화용: 안 좋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한병문: 그러면 계약 해지를…. 농담입니다. 하하하.

▲민트그레이 한병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 한병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새 멤버 한병문은 팀에 잘 적응하고 있나.
한병문:
우선 민트그레이의 색깔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 색깔을 더하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예전 색깔 그대로 가져가려고도 했고. 연주는 ‘아이 디든트 노우(I didn't know)’부터 계속 했는데, 그 땐 민트그레이를 쫓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민트그레이의 1/4을 안고 가지 않나 생각한다.

Q. 밖에서 본 민트그레이와 직접 경험한 민트그레이는 어떻게 다른가.
한병문:
사실 예전에는 민트그레이를 잘 몰랐다. 밴드 자체에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는데 우연히 민트그레이의 이름과 음악을 접했다. 러프하고 터프한 면이 많지만 그 알맹이에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더라. 민트그레이의 일원으로 지내면서 느낀 건 이 친구들이 굉장히 인간적이라는 거다. 뮤지션 중에는 모난 사람, 겉멋만 든 사람도 있는데 민트그레이는 옆집 사는 친구들 같다.

Q. 음반 이야기를 해보자. ‘메신저(Messenger)’는 팬레터 한 통에서 시작된 노래라고 들었다.
송지훈:
우리가 팀을 결성한지 5년이 됐는데 속도가 좀 더디다. 올라가는 게 보이지 않고…. 그 와중에 이 편지를 받은 거다. (휴대전화를 꺼내 팬의 선물을 보여준 뒤) “민트그레이의 음악 덕분에 힘든 날을 버틸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 편지를 받고 많은 힘을 얻었다.

Q. 얼마 전 만난 한 뮤지션은 위로를 받는다는 팬을 보면 정말 기특하고 예쁘지만, 위로를 전해주는 게 음악의 목표는 아니라고 하더라.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지점 같다.
송지훈: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람들을 위로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쓰진 않지만, 내가 진심으로 쓰면 듣고 보는 사람 또한 진심으로 받아들여줄 것 같다. 서로의 진심이 통했을 때 이런 편지가 오는 거고. 고맙다.

▲민트그레이 송지훈(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 송지훈(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화이트아웃’은 송지훈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고 들었다. 유쾌한 내용이 아닌데 얘기를 꺼내는 게 꺼려지진 않았나.
송지훈:
예전에 우울증 비슷한 게 있었다. 물론 지금은 괜찮다! 다만 (우울증이) 흉이나 치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일단 꺼내놓으면 듣는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썼던 가사 중에 내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사로 쓰는 거다.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좋다.

Q. 가사 표현이 흥미롭다. 이런 어조의 곡은 으레 ‘힘내’는 이야기로 귀결되기 마련인데 ‘화이트아웃’은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지 않다.
송지훈:
팀을 결성하고 5년 째 음악을 하고 있는데 멤버가 나갈 때도 있고 기복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가 있다. 그 때가 마치 방향이 보이지 않는 ‘화이트아웃’처럼 느껴지더라. 그렇게 탄생한 곡이다. ‘힘내’라는 말은 아니어도 ‘너도 이러지 않니?’라는 이야기 정도는 우리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Q. 여러분을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언가.
한병문:
돈이다. 푸하하.
이화용: 아니지~! 합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다들 그렇죠? 공연 스케줄이 많을 때가 기분이 좋다. 아이돌 그룹처럼 하루에 3~4개의 스케줄을 했으면 좋겠다. 많이 굴려 달라.
한병문: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부모님에게 원하는 만큼 해드리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게 될 때가 한 달에 한 번씩은 생긴다. 그 때가 우울하고…. 행복할 때는 연주를 하면서 다 같이 하나의 지점으로 빠져 들어가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찰나가 정말 짜릿하다.

Q. 만약 ‘화이트아웃’에 뒷이야기를 덧붙인다면 여러분 각자 어떤 메시지를 더하고 싶나.
송지훈:
꼭 뒷이야기를 덧붙여야 하나. 이 곡은 여운이 포인트인데.(웃음)

▲민트그레이 이화용(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 이화용(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서 여러분이 ‘화이트아웃’에 처한다면 그 땐 어떻게 할 건가.
한병문:
나는 정말로 음반 작업을 할 때 몸이 굉장히 안 좋았다. 멤버들은 몰랐겠지만, 진짜다. 하루는 화용, 재용과 술을 마시다가 일어났는데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이면서 자빠질 뻔한 적이 있다. 그 때 화용이가 나를 잡아줬다. 좀 멋지게 얘기하자면… ‘내가 힘들 때 멤버들을 잡고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으하하하. (일동 손발 오그라드는) 아니, 내가 아픈 티를 많이 안 내는데 그 땐 정말 그랬다.
송지훈: 가사에 “어지럽고 길이 안 보이지 않는데 굳이 길을 찾지 않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화이트아웃’의 상황마저도 즐기는 거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화이트아웃마저) 그냥 받아들여야지’라는 자세다.

Q. 다른 멤버들은 곡을 받고 어땠나. 송지훈이 의도하는 바를 금방 이해할 수 있었나.
송지훈:
멤버들이 좋은 게, 가사를 쓰면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뒤에 자기 것을 만든다. 느낌의 차이인데,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연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재훈: 가사를 읽고 느끼는 것과 글을 쓴 사람의 속마음을 듣고 이해하는 것은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 지훈이가 생각했던 상황이나 분위기를 우리도 온전히 공유했기에 하나의 음악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병문: 사실 밴드에겐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다. 모든 밴드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우린 그걸 보컬이 쓰고 있다. 만약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갖고 있다면 밴드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음악 하는 밴드가 있다면, 나는 감히 그 팀은 가짜라고 말하고 싶다.

▲민트그레이(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민트그레이(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민트그레이로 활동한 지 벌써 5년이다. 앞으로 5년 후의 민트그레이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정재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 밴드’, 글래스톤베리에 서다”는 기사가 났으면 좋겠다.
한병문: 5년 뒤에 네 사람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가 유명세를 얻지 못해도 괜찮다. 엄청나게 돈을 벌지 못해도 된다. 다만 내가 민트그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같이 있는 모습이 굉장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께,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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