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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춘몽’ 이주영, 시(時) 같은 배우의 출현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각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보인다. 중저음으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귀 옆으로 단정하게 넘긴 짧은 머리가, 단아한 외모와 충동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지 못했던 이미지의 배우가 나타났다”더니, 그 말 정녕 맞구나, 인터뷰 내내 생각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호러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통해 활동해온 이주영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각별했다. 개막작인 장률 감독의 ‘춘몽’을 비롯, 또 다른 출연작 ‘꿈의 제인’ ‘누에치던 방’으로도 부산에 초청 받았으니 말이다. 이주영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손사래 치지만, 운이라는 건 결국 준비된 자만이 회수할 수 있는 열매임을 잘 알고 있다.

“시예요, 언니가.” 영화 ‘춘몽’에서 한예리를 향해 외쳤던 이주영을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시 같은 배우의 출현이다. 시처럼, 다양한 분위기와 의미로 읽힐 이주영을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만났다.

Q. 배우 이주영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걸크러쉬’ ‘보이쉬’더라고요. 공감해요?
이주영:
제가 좀 그래요. 예쁘게 치장하는 걸 좀 간지러워 해요. 지금은 영화제 일정 소화하느라 이렇게 메이크업 단정하게 하고 있는데, 낯설어요. 내추럴하고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Q. ‘춘몽’의 주영도 그렇고,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푸딩, 준비 중인 드라마 ‘역도 요정 김복주’에서 맡은 이선옥 모두 톰보이 캐릭터에요. 원래 그런 캐릭터였을까요, 이주영에게 맡겨지면서 그렇게 바뀌는 걸까요?
이주영:
음. 저에게 있는 면모가 조금 가미된 것 같기는 해요.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역도하는 3인방으로 등장하는데, 두 명이 시끌벅적한 여대생이라면 저는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이에요. 제 캐릭터가 가미된 것 같아요.

Q. 혹시 여고 나왔나요?
이주영:
하하. 아니요. 남녀공학이었어요. 많이들 물어보세요. 여고 나왔으면 여자 후배들에게 인기 많았을 것 같다고요.(웃음) 그건 아니에요.

Q. 이주영하면 또 하나 딸려오는 게 ‘인스타그램’이더군요. 찾아봤어요. 여자 팬들의 응원이 엄청나던데요?
이주영:
누군가가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말씀처럼 여자 팬 분들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고요. 음…저는 그게 좋은데.(웃음)

Q. 그럼요. 여배우에게, 여자 팬이 많다는 건 플러스죠. 여자가 여자에게 사랑받는 게 더 힘들거든요. 부산영화제 첫날은 어떻게 보냈어요?
이주영:
되게 정신없었어요. 오자마자 기자회견 하고, 기자회견 끝나고 바로 레드카펫 하고, 개막식 하고. 이상했어요. 제가 3년 연속 부산영화제에 왔는데, 재작년에는 관객으로, 작년에는 ‘전학생’이라는 단편을 들고 왔어요. 신기한 게, 2년 전에 ‘내년에는 단편을 들고라도 영화제에 오게 해 주세요’ 했는데, 정말 단편으로 작년에 왔어요. 작년에는 또 ‘내년에는 장편 작업으로 오게 해 주세요’ 했는데 장편도 모자라 개막작으로 오게 됐고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Q. 관객→단편→장편+개막작, 단계 단계를 밟았네요.
이주영:
그런데 기분이 막 좋은 게 아니라, 뭔가 이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한참을 멍했던 것 같아요. 멍하게 부산에 내려와서, 멍하게 기자회견 하고, 멍하게 레드카펫 밟고…개막식 끝나고 “자, 개막작이 상영됩니다 ”하고 트레일러가 올라갈 때야 비로소 실감이 나더라고요. 내 작품이 개막작으로 왔구나. 와~아.

Q. 지금 속도, 조금 겁나지는 않아요?
이주영:
갈 길이 먼 걸요. 이제야 출발선에 선 느낌이에요.

Q. ‘춘몽’ 출연 전부터 장률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고요.
이주영:
네. 장률 감독님과의 인연은 2013년도 부산평화영화제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감독님이 심사위원이셨는데, 제가 출연한 단편 ‘자매별곡’을 좋게 보셨나 봐요. 따로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친구 같은 연을 이어왔어요. 나이차이가 많긴 하지만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만나면 너무 즐겁더라고요. 이상하게, 그렇게 만나면서도 감독님이 날 작품에 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Q.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 멋져요.
이주영:
그죠? 만나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를 감독님과 본 기억이 나네요. 감독님 통해서 좋은 영화인들과 함께 술도 마시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감독님이 ‘춘몽’을 준비하고 있다며 함께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하자”는 말씀에 “뭐라도 하겠습니다” 했죠.

Q. 어른과 말이 잘 통하나 봐요.
이주영:
장률 감독님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좋은 분이세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인품도 너무 훌륭하시고, 따뜻하세요. 영화감독 장률도 좋지만, 인간 장률도 너무 좋으세요.

Q. 장률 감독님은 배우 본연의 모습을 작품에 녹이는 연출가죠. 이주영의 모습도 많은 부분 차용하셨을 것 같아요.
이주영:
맞아요. 주영 캐릭터에는 실제의 제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어요. 일단 주영이 타는 스쿠터, 제 거예요.(웃음) 촬영장에 그걸 타고 출퇴근했어요. 감독님이 저의 많은 모습을 담아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춘몽’은 꿈같은 영화인데, 주영 역시 꿈같은 느낌이 있어요.
이주영:
네. 기습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있죠. 극 전반에 튀지 않게 녹아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Q. ‘춘몽’에는 장률 감독님 외에 세 분의 감독님(양익준, 윤종빈, 박정범)이 더 있죠. 언제 이주영을 캐스팅할지 모를, 잠정적 미래의 감독들과 연기한 셈이에요.(웃음)
이주영:
하하. 거짓말이 아니라 ‘이렇게 연이 닿았으니, 나중에 나를 불러 주겠지?’ 하는 건 없었어요. 배우로서도 훌륭한 분들이라 많이 배웠죠. 아, 이런 일은 있어요. 윤종빈 감독님이 지금 ‘공작’을 준비하시는데, ‘춘몽’이 끝나고 ‘공작’ 오디션을 봤어요.

Q. 윤 감독님 앞에서 직접 오디션을 봤나요?
주영:
아니요. 감독님은 뵙지 못했어요. 조연출 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과 작업한 건 안다. ‘공작’을 준비 중인데 오디션 한 번 보자”고. 그래서 봤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어요.(웃음) 칼 같이. 윤종빈 감독님은 제가 오디션 본 걸 아시는지는 모르겠어요. 떨어지고 나서 연락드리는 것도 웃기잖아요. 이번에 부산에 안 오셔서 아직 못 물어봤어요.

Q. 올해 부산영화제에 ‘춘몽’ 외에도, ‘꿈의 제인’(CGV아트하우스상, 올해의 남녀배우상, 3관왕)과 ‘누에치던 방’으로도 초청됐어요.
이주영:
진짜 운이 좋다니까요. ‘꿈의 제인’은 아직 못 봤어요. 가출 팸 중에 한 명으로 등장하는데 굉장히 비극적인 캐릭터에요. 영화가 뭐랄까. 회색빛이에요. 분위기가 좀 어두워서 힘들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구)교환 오빠의 경우 캐릭터가 워낙 어려워서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 어제 오찬 자리가 간단하게 있었는데, 강수연 선배님께서 ‘꿈의 제인’을 잘 봤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어요.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부산에서는 못보고, 서울에서 보게 될 것 같아요.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경희대 연극영화과 출신이죠?
이주영:
네. 그런데 입학 때는 연기과로 들어간 게 아니에요. 제가 입시체육을 잠시 했어요. 그런데 웃기게도 체육실기가 아니라 논술로 체육과에 갔어요. 논술 특기로요. 수능을 볼 필요도 없었죠. 그렇게 들어가서 잠시 방황했어요. 친구들은 교직으로 빠지거나, 실기를 해서 선수가 되는데, 저는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게 없는 거예요. 미래설계라는 게 없었죠. 그러다가 1학년 때 연극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그게 제 숨통을 틔게 해 주더라고요.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학년 때 연극과로 전과를 했어요. 그렇게 연기를 하게 된 거죠.

Q. 이전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던 건가요?
이주영:
그런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기억을 되짚어보니까 중학교 1학년 때 JYP엔터테인먼트에 연기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더라고요.

Q. JYP요?
이주영:
네. 하하. 당시 ‘외과의사 봉달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이요원 선배가 엄마에게 화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오디션에서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Q. 오디션은 JYP만 봤어요?
이주영:
한두 군데 더 봤을 거예요. 그런데 그땐 ‘이걸 해야 해!’ 정도는 아니었어요.

Q. 전력투구하지는 않았네요?
이주영:
제가 뭐 하나에 꽂히면 일단 저지르는 걸 좋아해요. ‘해 보고, 아니면 말지!’ 이런 경향이 조금 있어요. 그때 그렇게 떨어진 후, 연기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대학에서 다시 기회를 만난 거죠.

Q. 연기는 이주영에게 우연인 동시에 필연이네요.
이주영:
하하. 학교 다니면서, 선배들 졸업영화에 하나 둘 출연했어요. 연극도 많이 했어요. 매력이 다르긴 한데, 영화 현장이 제겐 더 재미있더라고요. 학교에서 몇 작품 찍다가 외부 작품들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오디션도 보고…그렇게 차차 작품을 했던 것 같아요.

Q.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주영의 매력이 뭐라고 하던가요?
이주영: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어요. ‘보지 못했던 이미지’라고…(말하다가 수줍어하며) 그런데 그건 모든 배우가 듣는 말이긴 할 거예요. 하하하.

Q. 모든 배우가 듣는 말이긴요. 어딘가에서 봤던 이미지의 배우도 얼마나 많은데요.(웃음)
이주영:
감사하죠. 톰보이스럽다거나, 보이쉬하다는 말씀이 저는 싫지 않아요. 제가 꾸며서 만든 이미지가 아니니까요. 저를 있는 그대로 그렇게 봐 주신 것이니, 나쁘지 않아요. 다만, 배우로서 한 가지 모습에 머물러 있으면 언젠가 질리실 거 아니에요. 내 본연의 모습을 버리지 않으면서, ‘이주영에게 저런 면도 있어?’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에요, 제겐.

Q. 각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이는 거 알아요? 많은 변신이 가능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어요.
이주영:
남성 위주의 영화들이 지금 많잖아요? 영화 시장에 여배우들이 설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많아지리라 믿어요. 여배우들이 무리로 나와서 고군분투 하는 영화를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Q. 최근, 소속사(YNK엔터테인먼트)도 찾았더군요.
이주영:
회사가 급하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한계선까지 혼자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조금 더 자유롭게 말이죠. 그런데 그 한계선이 드라마를 하면서 찾아오더라고요. 드라마 캐스팅이 됐는데, 이건 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회사의 역할은 배우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딱 좋은 타이밍에 연락이 왔어요. 사실 미팅을 한 후, 몇 시간 후에 바로 계약서를…(웃음) 급하게 체결했다는 생각은 안 해요. 빨리 결정했다고 해서 신중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좋은 느낌이 있어서였죠. 회사에서도 저를 빨리 서포트 해 주고 싶어 하셨고요. 여러 가지 상황이 서로에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주영(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만나자마자, 이렇게 부산영화제 개막식에도 오고. 기운이 맞는 거죠.
이주영: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Q.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외에 잡혀 있는 계획이 있나요?
이주영:
촬영 스케줄이 촘촘해서, 당분간 드라마 촬영에 전력투구 하지 않을까 싶어요. 11월 첫 방영이니까, 12월~내년 1월까지는 아마 ‘역도요정 김복주’에 집중할 것 같아요.

Q. 역도 부원 역할인데, 체중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인가요?
이주영:
계속 찌우라고 하세요. 그런데 운동하는 장면이 워낙 많아서 살이 쉽게 안 올라오네요. 밤샘 촬영도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낮은 체급에는 제 몸무게와 비슷한 선수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드라마 준비하면서 올림픽 영상도 찾아봤는데, 단단하고 여린 역도 선수가 실제로 많았어요.

Q. 웹드라마와는 체감도가 확연히 다를 거예요. 장담하건대, 12월이나 내년 1월이 되면 이주영의 많은 것들이 달려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주영:
그럴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려고요.

Q. 2016년이 아직 3~4개월이나 남았고, 드라마 방영이 시작도 안 됐지만, 그럼에도 올해 이룬 결심이 많잖아요?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요, 2016년이.
이주영:
올해는 저에게 시작부터 특별했어요. 일단 독립을 했어요. 작년 12월 30일에 집으로부터 독립해서 나왔거든요. 본가는 수원이에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일단 의미가 있어요. 그와 맞물려서 올해 초부터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춘몽’도 4월에 찍고 말이죠. 시작부터 마법 같은 일들의 연속인데, 마무리까지 쭉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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