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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가 밝힌 지난 1년의 이야기(인터뷰)

[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구르미 그린 달빛'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딱 1년이 걸렸어요. 김성윤 PD, 백상훈 PD, 임예진 작가, 출연진들과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세부에서 할까 합니다."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와 어렵사리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1번의 정중한 거절 후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 김민정 작가는 솔직한 속내를 전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말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에게 거듭된 인터뷰 요청을 했던 이유는 원작을 읽은 사람도 인정하는 뛰어난 각색 때문이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지난 18일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 만큼 이 말에 들어맞는 작품이 있을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첫 방송 시청률 8.3%로 시작해 단 3회 만에 시청률이 2배로 수직 상승하더니 7회엔 마의 시청률로 불리던 20%를 돌파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부분이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게 대본이었다. 풋풋했던 조선 청년들의 로맨스와 궁중 암투를 흥미롭게 끌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마지막까지 이끌었다.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Q:'구르미 그린 달빛'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방송 이후 어떤 하루를 보냈나.
김민정:
김성윤 PD에게 원작을 추천 받아 읽고, 방송을 끝낸것 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일단 잠을 실컷 잘 수 있어서 기쁘고, 19부 구성을 안해서 기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18회로 종영했다.) 아직 2~3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깨진다. 종방연 때 들으니 저 뿐 아니라 다른 스태프들도 똑같이 푹 자면 되는데 그렇게 깬다고 하더라. 너무 빡빡하게 지냈던 거다. 그래도 다시 잘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Q:1년의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김민정:
일단 뿌듯하다. 끝나는 날이 언제 올까, 오긴 올까 했는데 잘 마무리되서 기쁘다. 그리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공동 작업이었다. 대본 작업도 저와 윤예진 작가가 함께 고생했는데 저만 돋보이는거 같더라.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모두가 함께한 덕분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구르미 그린 달빛'의 인기가 이렇게 대단하리라곤 방송 전엔 다들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처음 시청률 20%를 돌파했을때 느낌이 어땠나.
김민정:
맞다.(웃음) 우리끼리 뭔가 기억했을때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춘 로맨스로 갔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했다. 밤샘 작업을 많이 하니까 새벽에 대본을 쓰고 있는데 시청률 기사를 문자로 보내줘서 알게 됐다. 기쁘면서도 겁이났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유지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감사했다.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Q:1년 프로젝트의 첫 단추는 각색 아닌가. 전작 '후아유-학교2015'와 '구르미 그린 달빛' 작업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었나.
김민정:
원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기획단계에 차이가 있다. 원작이 있다는 건 등장 인물, 배경 등 어느 정도의 판이 깔려진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거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역사 속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로 설정하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한자를 바꿔 병음은 같지만 다른 이름으로 했다. 그럼에도 라온이 내시가 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원작에서 가져왔다. 이런 부분들은 원작이 있는 장점이었다. 그렇지만 맨 처음부터 이야기 구조를 직접 짜는게 아니라 그 안에서 판을 맞춰가야 하는 어려움은 분명 있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있던 '구르미 그린 달빛' 집필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민정: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여러모로 저에게 도전이었다. 각색도, 사극도, 저에겐 모든게 처음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던 게 미니시리즈 첫 집필작이었던 '후아유'를 끝낸 후였다. 제 색깔이나 잘 하는 부분이 잡혔을 때엔 새로운 도전은 절대 못하겠다 싶었다. 한 번 해볼꺼면 지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지만 하게 됐다. 원작도 재밌었다. 원작이 가진 설정이 드라마적으로 설득해서 펴낼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지만 재밌다는 마음이 있었다.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Q: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김민정:
개인적으로 사건이 크게 벌어지거나 엄청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게 아니라 현실에서 감정으로 잔잔하고 세밀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후아유'도 그렇고 '구르미 그린 달빛'도 그렇고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극적이다.(웃음) 무리일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한 감정적으로 이해되게끔 풀어가려 노력했다.

Q:대본이 나오고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나. 생각했던 부분과 맞아떨어지던가.
김민정:
영의 박보검이나 라온의 김유정, 윤성의 진영 등 출연한 모두가 좋은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졌다. 주인공들이랑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주 만나 대본 리딩을 했다. 서로 편안하게 의견 주고받았다. 새벽에도 만나서 대본리딩을 했다. 각자 읽으면서 서로 생각하는 톤이 어느정도인지 얘기하고, 제가 어떤 느낌으로 쓴 신인지, 그 상황에서 어떤거라 말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여줬다.

Q:각색 과정에서 실제 역사적 인물을 허구의 인물로 바꾼 이유가 있을까.
김민정:
드라마적인 색깔을 입힐 수 있었다. 캐릭터 설정이 역사적 기반이 아니다보니 현대적인 색깔이 많다. 그래서 엔딩도 사극이지만 청춘으로서 영과 라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영과 라온의 결혼보다는 영의 곁에서 라온이 힘이 돼 주고, 라온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영의 모습이 청춘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라 판단했다.

Q: 그렇지만 정약용, 홍경래는 역사 속 실존 인물임에도 원작과 다름없이 등장한다.
김민정:
정약용은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는데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더라. 그런 재미를 살리고 싶었다. 홍경래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냐 말 것이냐 논의가 있었다. 홍경래란 이름이 주는 의미가 있지 않나. 그게 필요했다. 제 각색의 기준은 드라마적인 재미였다. 드라마적으로 살릴 부분은 살렸다. 대리청정이나 이런 부분은 실록에도 나왔고, 원작에선 한 줄 정도로 나온 에피소드를 새로 쓴 거다.

Q: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홍경래가 민주주의에 대해 설파한 부분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김민정:
알고 있다. 홍경래가 살아돌아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는 것은 기획 단계부터 정해진 부분이었다. 이영과 라온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기엔 홍경래를 과거의 사람으로만 남겨두기엔 힘이 부족했다. 또 역적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봉기를 한 인물로 영이 만들어갈 세상의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했다. 다만 분량에서 삭제된 측면도 있고, 기획 당시 의도만큼 살진 않아 아쉽긴 하다.

Q: '구르미 그린 달빛'이 당초 20회로 기획됐다가 18회가 된 것 때문에 그런가. 이후 다시 연장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18회를 고수하지 않았나.
김민정:
18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은 아직도 있다. 중반 부분에 늘어진다 평가 나온 부분을 이야기 당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저희끼리 말하긴 했다. 완급조절이 안됐던 것 같다.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Q:윤성의 죽음도 원작과 다르다.
김민정:
윤성은 처음부터 할아버지(김헌)와 관계 속에서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자랐다. 거기에다 할아버지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가장 아끼는 존재인 윤성을 잃고 나서야 김헌은 반성했다. 윤성은 라온을 사랑하는 감정을 할아버지를 막아내면서 끝냈다. 그런 부분들이 마지막회에 이야기가 몰리면서 윤성의 감정이 세밀하게 깔리지 못해서 아쉽게 느끼시는 분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진영이는 좋아했다. 촬영장에 자연 안개가 깔려서 진영이가 마지막 연기를 할 때 감정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하더라. 제 입장에서도 윤성이가 죽은 것에 대한 시청자들이 느끼는 아픔도 이해가 되고, 윤성이라는 역할에 대해 마지막 임팩트 있는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윤성이가 별다른 변화없이 끝내는 거 보다 강인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Q:소설과는 다른 드라마만의 '말맛'도 호평받았다. 매회 엔딩을 장식하는 대사로 박보검은 '엔딩요정'이란 별명까지 얻게됐다.
김민정:
사극이 처음이라 초반엔 대사를 쓰는게 너무 어려웠다. 하다보니 사극만이 할 수 있는 대사의 재미가 있더라. 현재의 남자가 하면 이상할 법한데, 왕세자가 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래서 맘껏 할 수 있는게 있었다. 명령조에 까칠하게 차가운 느낌을 살릴려고 가능한 짧게 힘주어서 문장을 썼다. 그게 재밌고 멋있게 나온거 같다. 보검씨가 연기를 잘했다.

Q:극 초반부에 비해 이야기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을 생각한다면 글을 쓰는 작가가 제일 속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민정:
중반부부터 쫓기긴 했다. 속상함보다는 '대본을 쫌 빨리 썼더라면' 하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배우들한테도. 충분히 대본을 다 뽑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엔 시간에 쫓겨서 그랬던게 있다. 미안했다. 모든 작가들이 그럴거다.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출처=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Q:'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친 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민정:
차기작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제가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하는 동안 올 한해 정말 좋은 드라마가 많이 했다. '시그널', '더블유', '또 오해영'같은 좋은 드라마를 전 하나도 못봤다. 이제야 다른 드라마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고 기뻐하고 있다. 많이 보면서 배우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거 같다. 좀 채워야 다른걸 할거 같다.

김소연 기자 sue12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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