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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상욱, 물 흐르듯 해피엔딩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문구를 적었다. 만약 그가 경쟁과 적자생존이 판을 치는 이 곳 현대 사회에 태어났다면, 그의 묘비명은 이렇게 새겨졌을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내 이럴 줄은 몰랐다.”

배우 주상욱은 지난 18년간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면서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쫓기듯이 달리느라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도, 고민하고 도전할 여지도 부족했단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물 흐르듯 도달할, 찬란한 해피엔딩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에.

Q. 지난 22일 JTBC ‘판타스틱’이 종영했다.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이 있었는데, 작품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주상욱:
인생작이라… 내가 맡은 류해성이란 캐릭터가 참 재밌었다. 이런 캐릭터를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4부작 정도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16부작은 좀 짧지 않았나 싶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즐거웠다.

Q. 24부작으로 늘어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더 담고 싶나.
주상욱:
늘어나는 내용은 작가님이 써주셔야….(웃음) 류해성의 성장기라든가 소혜(김현주 분)와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소혜네 집안 식구들도 한 번 만나보고. 그분들과는 대본 연습 때 “안녕하세요”하고 쫑파티 때 ‘수고하셨습니다’한 게 전부다. 하하.

Q. ‘발연기’를 연기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코믹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주상욱:
배우들이 웃어서 NG가 난 적은 없었다. 우린 정말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감독님들이 굉장히 웃으시더라. 아무래도 2회에 나오는 ‘발연기’ 대본 연습 신이 보기에도 쇼킹하고 스태프들도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신선하고 재밌었다. 류해성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발연기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상황과 전혀 다른 감정을 꺼내니 괜찮더라. 많은 분들이 재밌어 해주셔서 다행이다.

Q. 마지막에 소혜의 사랑을 떠올리면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주상욱:
그러니까. 발연기만으로도 고민스러웠는데, 심지어 갑자기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나는 ‘잘하는 연기’를 표현했는데 보는 사람들은 ‘뭐야. 별론데?’라고 하면 어쩌나.(웃음) 부담이 많이 됐다. 류해성이 연기를 잘하게 되는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Q. 신인시절 생각은 안 나던가.
주상욱:
그 때 분명 발연기였을 텐데, 이상하게 그 때 생각은 잘 안 나더라. 그리고 류해성에게 발연기만큼 중요한 게 ‘허세’다. 비록 나는 허세를 부릴만한 위치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재밌었다. 내가 언제 또 허세를 부리면서 살아보겠나. 으핫핫.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허세, 부릴 만 했다. 펜트하우스, 슈퍼카 등 엄청난 재력가로 나오지 않았나.
주상욱:
실제의 나와는 많이 다르다.(웃음) 촬영하면서 놀랐던 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협찬 브랜드의 차를 타지 않나.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감독님이 ‘안 돼. 무슨 소리야’라면서 람보르기니를 딱 갖고 오더라. 쪼~금 놀랐다. 그렇게 살면 좋겠지. 으허허.

Q. 당신은 허세가 있는 편인가. 배우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허세가 필요할 것 같은데.
주상욱:
(허세가) 있어도 되는 직업이고, 오히려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실제 나와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허세를 잘 못 부리는 편이라 손해를 본 부분도 있다. 예전엔 마냥 솔직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말이 너무 많았다. 포장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인터뷰를 할 때도 좀 더 멋있게, 좀 더 진지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웃음) 그래, 난 너무 솔직했어~ 너무 대놓고 다 얘기하고.

Q. 팬들은 당신의 진솔한 면을 좋아하지 않을까.
주상욱:
글쎄. 포장을 좀 더 했어야 했다. 과하게 친절하거나 과하게 겸손했어야 하는데.(웃음)

Q. 하하. 지금부터 포장하면 되지 않겠나.
주상욱:
아유, 이제 와서 무슨 포장인가.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지 않나. 누군가는 나를 보고 ‘솔직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쟤는 왜 이렇게 건방져?’라고 생각할 수 도 있고. 기회가 있을 땐 허세를 즐길 수도 알아야 했는데 나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싶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아깝긴 하다. 허허허.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판타스틱’ 속 류해성은 보기 드문 순정남이었다. 실제 주상욱은 어떤가.
주상욱:
이런 걸 내 입으로 얘기하면… 으핫핫핫핫핫. 그런데 순정남 맞는 것 같다. 아, 이런 게 허세인가? (기자가 웃자) 웃기죠? 하지만 나는 내 여자만을 생각하며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아, 덥네.

Q. 동시에 기존의 실장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난 인물이기도 했다. 변신에 대한 갈망이 있나.
주상욱:
참~ 실장님 얘기 오래 들었다.(웃음) 돌이켜보면 그동안 거쳐 온 수많은 실장, 과장, 팀장, 사장 역할에 후회가 많이 남는다. 비슷한 연기, 비슷한 표정, 언제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습…. ‘실장 전문 배우’란 얘기도 그래서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다음 작품에서 또 실장님을 하게 된다고 해도 ‘쟤 또 실장님이야?’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나만의 실장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말, 혹시 전부 허세처럼 들리지 않나. 으핫핫핫핫.

Q. 그게 당신 탓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게, 정형화된 실장님의 모습에 대한 제작진과 시청자의 기대도 크지 않았나. 변화를 향한 당신의 욕구와 사람들의 기대가 충돌하면 어떤 선택을 할 텐가.
주상욱:
그게 내가 지금까지 했던 실수였다. 사람들이 바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원하는 이미지만 보여줄 필요는 없었던 거다. 오히려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버릴 수 있는 나만의 실장님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게 연기력이고 신인 배우와 중견 배우의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젠 다르게 고민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회의하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전형적인 카메라 워크가 있다. 저 쪽에서 풀 샷 가고 가운데에 이동차를 놔서 양 옆 사람들을 찍고. 하지만 이젠 일부러라도 다르게 고민해서 다르게 보여줄 것 같다. 이 테이블 위에 앉아 있는 한이 있더라도!(일동 폭소) 예전엔 생각은 했으나 보여줄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생겼다. 오기가 생긴 거다.

Q. 전작 ‘화려한 유혹’이 50부작이었는데 쉴 틈 없이 ‘판타스틱’에 들어왔다.
주상욱:
나는 늘 바로 차기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배우에겐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가 겹치고 식상할 수도 있겠더라. 데뷔 초엔 급한 마음에, 욕심에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독이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판타스틱’ 류해성은 ‘화려한 유혹’의 진형우와는 굉장히 다른 인물이다.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맡게 됐다.

Q. 피곤하진 않았나.
주상욱:
역대 작품 중 가장 힘들지 않은 작품이었다. 잠도 많이 자면서 촬영했다. 감독님이 스태프와 배우들의 컨디션을 굉장히 잘 챙겨주셨다. 감독님께서 나를 또 찾는다면 대본을 보지 않고도 합류하고 싶다. 작품 제목 정도만 알려주신다면 바로 달려가겠다(웃음)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예능 출연 계획은 없나.
주상욱:
고정 출연은 어렵겠지만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게스트 출연은 늘 열려 있다. 요즘엔 드라마 촬영 때문에 TV를 거의 못 봤다. 아! ‘미운 우리 새끼’는 재밌더라. 예전 우리 어머니 생각도 나고. 그리고 우리 음악대장(‘복면가왕’ 하현우)님! 매주 본방을 기다리면서 ‘오늘은 우리 대장님이 무슨 노래를 할까’ 궁금해 했다. 음악대장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보고 느낀 바가 굉장히 많다. 나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어야겠다, 그게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Q. 가수의 특별함이 음색, 음역대, 성량 등에서 비롯된다면, 배우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주상욱:
우선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도 있어야 할 거다. 가령 키가 190cm가 되는 것도 배우에겐 특별함이 될 수 있다. 혹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조각 같은 외모가 특별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연기력 쪽으로 특화된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창정 선배님이나 이범수 형님처럼 진지함과 코믹을 넘나드는 분들, 특별하지 않나.

Q. 코믹 연기에 있어서 당신의 특별함을 보여주기 좋은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촬영 중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주상욱:
절반은 애드리브다. 처음에는 살짝 시도했는데 감독님이 별 말씀 안 하신다, 그러면 창석이 형(조재현 분)이랑 둘이서 난리가 나는 거다.(웃음) 감독님도 처음에는 우리가 하는 걸 끝까지 봐주시다가 나중에는 ‘컷!’ 하시더라. 하하.

Q. 혹시 ‘로코로코 멜로멜로’는…
주상욱:
아, 그건 대본에 있었다. (Q. 그 때 몸동작은 어떻게 탄생했나) 그건 대본을 보면서 연구한 거다. 작가님이 이 대사를 왜 썼을까 고민하고 잘 표현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지. 그런 점에 있어서 해야 할 것이 많았던 작품이고, 더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Q. ‘왜 썼을까’ 고민했던 장면이나 대사 중 가장 강력하게 당신을 설득한 것은 무엇이었나.
주상욱:
작품 전체가 그랬다. 실제로 이 작품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소혜와 소혜를 사랑하는 류해성.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사실 힘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불행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항상 떠들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불행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신선했다. 드라마 설정이나 상황 자체는 최악인데 그걸 밝게 버무린 작가님도 참 대단하신 분이다.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도 대단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극한의 바닥이고 최악의 상황인데.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주상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죽음을 생각하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 사이에는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할 텐데, 혹시 작품을 하면서 죽음 혹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도 하던가.
주상욱:
아직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과거 KBS2 ‘남자의 자격’에 출연할 당시 호스피스를 방문해서 환자 분들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은 있었다. ‘판타스틱’ 홍준기(김태훈 분)가 늘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웰다잉을 준비하고 결국 파티까지 하면서 세상을 뜨지 않나. 거기 계신 분들이 실제 그렇더라. 나는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고. 환자 분들마다 사연이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다. 그런데 그 분들 앞에서 울지 말라는 당부를 굉장히 강하게 들었다.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당시의 경험 덕분에 홍준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소혜 같은 과정을 겪었기에 준기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도 많다.
주상욱:
작품을 시작하기 전 감독님과 작가님이 “희망의 메시지를 줄 거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실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뿌듯하다. 사실 마지막 회 대본을 받았을 당시 소혜가 죽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작가님은 분명 살아 있을 거라고 했는데! 배우들 모두 놀랐다더라. 그러다가 1년 후의 이야기가 나오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다행이지. 아우, 그런데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 게 무섭다. 실례가 될 것 같기도 하고.

Q. 당신의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주상욱:
김창완 선배님은 평생 한 번도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신 적이 없다더라. 병원에 안 가니 병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가 안 좋아도 ‘괜찮아지겠지’ 하면 괜찮아 지는 삶이다. 내가 그 경지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물론 아무 대책 혹은 계획 없이 살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틀에 박혀서 쫓기듯 살고 싶지는 않다. 계획,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여유 있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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