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답하라') 택이로 대세 반열에 올라선 박보검이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으로 그 기반을 완전히 굳혔다. 그 스스로도 "안전을 위해 이전처럼 팬들에게 인사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 '미담 자판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보검에 대한 훈훈한 일화들까지 쏟아지면서 '신드롬'이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로 들썩이는 이런 상황에 23세 청년 박보검은 우쭐하기 보단 침착하려 노력했다. 1시간 여의 인터뷰는 "감사하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의 연속이었다.
Q:어떤가. 이젠 '구르미 그린 달빛'이 끝났다는 느낌이 드는가.
박보검:세부로 휴가도 다녀오고, 유정이나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가 뜨는 걸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Q:진부하지만 종영 소감을 말해준다면.
박보검:이번 작품을 통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제대로된 첫 사극 도전이었고, 주연으로 극을 끌고 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선배들과 함께했던 사람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다시 이영을 한다면 좀 더 탄탄하게 기초를 쌓은 다음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Q: 영화 '명량'을 통해 사극을 해보지 않았나. 그럼에도 '구르미'를 첫 사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
박보검: '명량'에서는 대사가 짧았다. '장군님, 저도 이 배에 태워주십시오' 이 정도다. 사극 말투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말투부터 시작해서 제가 액션을 취하는게 많고 뭔가 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정도 많이 들었다.(웃음)
Q: '응답하라'을 마친 후 첫 주인공이었다.
박보검:처음 캐스팅됐을땐 주연 이라는 두글자가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이 커졌다. 그러다가 '응답하라'할때 신원호 PD님이 방송 하루 전 날 "잘되고 안되고 떠나 모두가 주연, 주인공"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으로 캐스팅됐다고 모두를 이끌고 나가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힘과 힘이 더해지고, 저혼자 잘한다고 해서 잘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걸 깨닫고 부담감을 덜어냈다.
Q: 그런 부담감을 떨쳐낸 결정적인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건가.
박보검: 촬영을 하고, 대본리딩을 하면서 조금씩 잡혔다. 이영 캐릭터 맡았을때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됐다.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했는데 한분씩 캐스팅 될 때마다 '구르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담감이 커지더라. 그래서인지 제 자신에 있어서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았다. 흔들림도 있고,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지도 않고 만족하지도 못했다. 몇 신도 재촬영했다. 근데 촬영하면서 연출자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작가님이랑 대본리딩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게 됐다.
Q:소속사 선배인 송중기도 도움을 줬다고 하던데.
박보검:이영에 빠져있지 못할 때 "자신감 갖고 하라고. 네가 하는게 정답"이라 하더라. 임주환 형의 조언도 도움이 많이 됐다. 형이 사극을 많이 해봐서 옷 맵시를 다듬는 법. 망건과 눈썹의 거리, 뒷머리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모니터도 세세하게 해줬다. 차태현 선배도 1회 카메오 감사했다.
Q:'구르미' 이후 '이전보다 박보검이 이건 확실히 달라졌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박보검: 대사를 요리하는 법을 배운거 같다. 대사의 맛이나 늬앙스 느낌들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들 말이다. 사극하면서 선배들 보면서 사극할때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유의해야 하는지 포인트 캐치한거 같다.
Q: 가장 고민됐던 대사와 장면은 무엇이었나
박보검:선배님들과 판전에서 하는 대사는 숙지하기가 버겁기도 했다. 아직까진 '내가 부족하구나'를 느끼기도 했다. 라온이와 알콩달콩하는 장면 중에선 '반갑다, 멍멍아', 그리고 '불허한다'도 잘못하면 안들릴꺼 같더라. 연습을 많이해서 PD님 맘에 들때까지 촬영했다.
Q: 김유정과 로맨스 연기는 어땠나.
박보검: 대본에 그려진 그 상황에 집중했다. 대본에 영과 라온이 워낙 알콩달콩한 모습이 잘 그려져서 보면서 저도 설렜다. 그리고 유정이가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행복하게 연기했다. 제가 놓치는 것도 유정이가 코치해 주기도 하고, 조언해주기도 하고. 그 순간 만큼은 라온이 저는 이영으로 로맨스에 가까워지려고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한거 같다.
Q:'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라온아', '응답하라1988'에서는 '덕선아'하는 한 마디에 여심이 흔들렸다. 단지 이름을 불러준 것 뿐인데, 스스로 왜 이런것 같나.
박보검:어떤 역할을 누가 맡더라도 다 그럴거 같다. KBS2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 봤을때 저도 설렜다. 남자로 봐도 멋있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게 설레는거 아닌가.
Q: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도 '이영이다, 내 이름' 이걸 꼽은 건가.
박보검:그렇다. 궁에선 모두 세자라고 하고, 이름 불러주는 사람이 없지 않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라온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을 부르는 게 설렘을 줬다. 이름을 불러주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름 불러주니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는 시도 있지 않나. 그래서 현장에서 스태프 이름을 익히려 노력하는 편이다. 저도 제 이름 자부심을 갖는다. 좋아하고.
Q: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곤 하지만 박보검에 대한 인기는 엄청나다.
박보검:상상도 못했다. '구르미'를 시청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했다. 공약도 먼산처럼 느껴졌다. '설마 넘겠어' 하고, 소망으로 던진 공약이었는데 7회만에 이뤄진것도 영광이고 감사했다. 시청률 떠나 즐겁게 촬영했다. 피부 트러블이 생겨도 메이크업 실장님이 가려주시고, 조명 감독님이 조명을 더 주시고, CG팀에서 지워주시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촬영했다. 그래서 설레고 기뻤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다. 시청률이 높게 나왔을때 스태프들이 좋아하셔서 더 즐겁게 촬영했다.
Q:인기와 함께 미담도 자꾸 나오고 있다.
박보검:미담을 듣기 위해 행동한 건 나쁜거다. 그냥 저대로 24살 무사히 성장해 온 거에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지금처럼 똑같이 마음을 잃지 않고 중심 잡고 선하게 살려 한다.
②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