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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하선, 망가짐을 준비하는 배우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배우 박하선의 돌아온 허당 매력에 시청자들마저 취했다. 박하선의 코믹하고 짠내 나는 연기는 직장인들의 월요병을 극복하게 하는 치료제가 됐다. 어딘 가 부족해도 사랑스러운 매력만큼은 충만했던 그녀에게 다양한 연령층이 응답했다.

tvN ‘혼술남녀’ 속 코믹한 연기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 박하선은 줄곧 진지했던 차분함을 벗어던지고, 로코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우스꽝스럽다가도 사뭇 진지한 감정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조율하는 힘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극중 노량진에 갓 입성한 공무원 입시학원 국어강사 박하나로 분한 박하선은 부족한 스펙에도 강의에 대한 열정과 따뜻한 마음씨로 이 시대의 미생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스마트폰에 대고 혼잣말을 하고, 진짜 문어요리 대신 문어맛 과자로 초라한 혼술을 즐기는 일상이지만, 웃음을 연발하는 삶의 유희를 보여줬다. 또 실연을 당한 슬픔을 화장지 살풀이 춤으로 신명나게 풀어내는 등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망가지고 싶다”며 시즌2를 갈망하는 박하선이다.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촬영에서 실제로 술을 마셨나.
박하선:
술이 질릴 정도다. 내 주량은 원래 한 병 정도인데 이제 2병도 마실 것 같다. 찍으면서 술이 늘 수밖에 없었다. 거품을 살려서 마셔야하니까 진짜 술을 마셨다. 초반에는 술을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졌는데, 나중에는 한두 잔에도 거뜬했다. 처음에는 무알콜 맥주로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세 캔을 연달아 마시니까 토를 했다. 무알콜 맥주는 달아서 그런지 배도 아프길래 이후 진짜 술을 먹기 시작했다.

Q: 시즌2 논의가 활발할 정도로 호응 속에 종영했다.
박하선:
아줌마 팬들도 많아서 놀랐다. 대게 직장 여성들이 많이 볼 줄 알았는데, 남녀노소 다양한 층에서 사랑해주셨다. 한 아줌마는 ‘왜 연장 안하고 16부로 끝내냐’며 아쉬워하셨다. 내 마음과 같은 말을 하시더라(웃음). 나 역시 제작진에게 연장하자고 했었다. 아무래도 시즌2를 위해 예정대로 종영하지 않았나 싶다.

Q: 시즌2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박하선:
학원을 옮기거나 박하나의 성공스토리로 시작하면 좋겠다. 이번에는 국어강사 이선재가 롤모델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내가 일타 강사가 돼야한다. 실제로 강의준비도 많이 하고 인강도 보고, 노량진에서 현장 공부도 했는데 그런 부분을 많이 담지 못했다. 그리고 좀 더 망가지고 센 캐릭터로 나와 걸걸하게 연기하고 싶다. 늘 제작진에게 ‘날 굴려달라’고 했다. 더 밑바닥까지 가는 망가짐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진정석(하석진 분)은 다른 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나와 사귀면서 헤어지는 에피소드도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민진웅, 황우슬혜 부부가 보여줄 이야기들도 훨씬 재밌게 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배우들이 여전히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술 사진을 보낸다. 다들 마지막이란 사실을 울적해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Q: 극중 공명, 하석진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호흡은 어땠는지.
박하선:
하석진이 연기한 진정석은 너무 싸가지가 없어 연기를 하면서도 화가 났다. 인생연기 만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얄밉게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 친해졌다. 공명과는 다소 편안하게 연기 했다. 실제 내 목소리 톤으로 말하고, 애교도 안 부려서 덜 욕을 먹을 수 있었다(웃음).

Q: 하석진과의 목마키스가 화제였다.
박하선:
목마키스는 액션신 느낌으로 찍어서 설렘이 하나도 없었다. 이 포즈 저 포즈로 찍었는데 막상 짧게 나와 아쉬웠다. 아, 그래도 마지막 키스신은 설렜다. 나름 공을 들여서 찍었다.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혼술남녀’는 온통 짠한 캐릭터다.
박하선:
진짜 그렇다. 나는 초반 짠함을 담당했다. 극중에서 반 지하 방이 비 때문에 물에 잠겼는데, 과거 한옥에 살았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 한옥집도 땅이 낮아 물이 고였다. 물을 실제로 퍼낸 경험이 있어서 그 때 시절이 생각나더라. 그렇지만, 아무래도 공명이가 마지막에 제일 짠했다. 정채연도 키에게 마음을 돌리고, 사랑받지 못한 채 홀로 남았다. 공명에게 ‘네가 제일 불쌍하다. 다른 드라마 가서는 꼭 2명한테 사랑받아라’고 말해줬다.

Q: 노량진 미생 ‘노그래’ 박하나가 공감된 지점은 어느 부분?
박하나:
초반에 굽신거릴 때는 허리가 다 아프더라. 을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본다. 배우인 나 역시 선택받는 입장이다. 2년간 쉬면서 ‘왜 선택받지 못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일이 없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문까지 돈다. 내가 중국에서만 일을 한다는 등 별 말들이 많았다. 슬럼프를 겪으며 나를 자책했더니 극중 자책하는 신이 공감됐다.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없나’라는 배고픔을 겪고 나니 ‘노그래’ 박하나가 이해되고 연기하는 내내 공감됐다. 2년을 쉬었던 게 도움이 된 거다. 그런 내가 너무 불쌍해서 괜찮다고 스스로 안아줬다.

Q: 박하나처럼 혼술을 즐기는 편인가.
박하선:
직장에 다니는 일반인 친구들은 낼 출근해야한다고 안 만나주고, 연예계 지인들은 스케줄 맞추기가 서로 어려우니 주로 혼자 마신다. 여행이나 쇼핑 패턴도 안 맞으니까,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연기할 때 공감이 됐다. 물론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친구를 만나야하는데, 혼자하다 보니 점점 만날 친구가 없더라. 그렇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정말 즐겁다. 나 혼자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홍콩, 마카오, 뉴욕, 두바이 등 7개국을 여행했다. 해외에서 혼자 여행할 때만큼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두 개 시키고 술도 시켜서 먹는다. 그 때는 내가 진정석이다(웃음). 물론 집에 있을 때는 박하나처럼 늘어진 옷 입고 머리 질끈 묶고 캔 맥주를 딴다.

Q: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갈 계획인가.
박하선:
포상휴가 정말 가고 싶었는데 ‘혼술남녀’로 베트남을 가게 됐다. 매니저가 못 가게 됐는데, 민교수(민진웅 분)가 자신이 대신 짐꾼을 해준다고 했다. 시즌2에는 시청률 6%로 가 넘어 모두 다 같이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

Q: 술을 즐기게 된 계기가 있나.
박하선:
2년 공백기에 술을 엄청 먹었다. 사실 ‘하이킥’때 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당시 8개월간 힘들게 촬영했는데 끝이 나니 허무했다. 그 감정을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주목 받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 어디 하소연하면 배부른 소리였다. 갈 데는 없고, 집에 부모님이 계시니까 막걸리 음료나 캔 맥주를 방에서 많이 마셨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니까. 어느 날은 이쪽 친구를 만났는데 내게 ‘안타깝다’는 말을 하더라. 걱정해주는 모든 이야기도 상처로 돌아왔다. 배우는 술을 먹고 감정을 알아야 연기할 때 풍부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혼술을 즐긴다.

Q: 공백기 2년 동안 꽤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슬럼프 겪고 나니 좀 심정이 달라졌나.
박하선:
내 단점과 현장에서 했던 일들을 반성했다. 왜 늘 똑 같은 연기가 나올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더 세심하게 연구해서 믿고 보는,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

Q: ‘혼술남녀’로 슬럼프가 치유된 것 같은 모습이다.
박하선:
그렇다. 정말 힐링 하려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정극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재밌는 드라마로 하고 싶었다. 마지막 촬영 날 아쉬움에 울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끝나기 3주전부터 많이 우울했다. 배우들과도 뒤늦게 친해졌다. 이제 막 친해졌는데 헤어지는 거라 다들 아쉬워했다.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박하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 많다.
박하선:
너무 감사하다. 물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더 최선을 다해 나오고 싶다. ‘하이킥’은 시트콤 성격이었으나, 정극으로 인정받아 기쁘다. 긴 터널을 뚫고 빛을 보게 된 기분이다. 사실 시청자들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관대하게 호응해주시고 드라마를 사랑해주셨다.

Q: 배우들에 의하면 당신이 현장에서는 꽤 얌전하다고 하더라.
박하선:
나이가 들면서 낯도 가리게 된다. 2년 만에 현장에 오니까 내가 누나이고, 언니라서 막 까불 수가 없더라. 연기할 때 너무 친해지면 스스로 민망해한다. 먼저 다다가고 조금 더 사람들을 챙기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Q: 그럼 망가지는 연기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은데.
박하선:
내가 (연예계에서) 빈틈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망가져야 사는 것 같다. 워낙 예쁜 같은 분들이 많다. ‘내가 안 꾸며서 그렇지 꾸미면 예쁠 거야’라는 판타지를 주고 싶다. 그래서 메이크업도 화려하게 하지 않는 편이다. 극중에서 팩하는 장면도 진짜 민낯이다. 감독님이 얼굴이 (술기운에) 너무 빨갛게 변하니까 걱정할 정도였다.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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