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1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이유는 죽음을 맞고, 이준기는 그를 평생 그리워만 한다. 명백한 새드엔딩이되, 결말을 살짝 열어놨다.
그동안 낮은 시청률과 상반되는 높은 화제성을 보임에 따라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는 그 자체로 관심을 받았다. 특히, 골수팬들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 대한 응원을 꾸준히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 회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다. 포털사이트 댓글과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애청자들이 아쉬움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의도치 않은 화제를 흩뿌리고 있었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20회에서 저지른 실수, 무엇이었을까.
◇ 기-승-전-'I 브랜드'? PPL의 역습
사극 특성상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는 PPL이 배제됐었다. 과거 한 사극이 햄 브랜드의 이름을 푸줏간 간판으로 내걸었던 '무리수'적인 설정이 아니고서야 사극에서의 PPL은 힘들다. 최근 타임워프 사극이 증가한 것도 PPL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타임워프 장르를 십분 이용해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마지막 회를 PPL로 물들였다.
고려시대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현실로 돌아온 고하진(해수/아이유 분). 화장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그답게 화장품 홍보 일을 하게 된다. 바로 고하진 역을 맡은 아이유가 선전하는 I 브랜드다. 고려 인물 최지몽(김성균 분)을 현대시대에서 만나게 된 고하진은 "이 장미향은 뭐죠?"라는 그의 질문에 곧바로 I 브랜드의 세럼 제품을 꺼낸다. 제품을 설명함과 동시에 고하진의 머릿속에선 고려 시대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잠깐 두통이 오지만 프로페셔널한 고하진은 이에 개의치 않고 "고려시대에도 BB크림 비슷한 게 있었던 것 아시냐"며 BB크림 제품 설명에 나선다. 그 순간 자신이 4황자 왕소(광종/이준기 분) 흉터를 직접 만든 BB크림으로 감춰주던 기억이 난다. 이어지는 두통에 휴식을 취하려 고려 풍속도가 모인 전시관에 간 그는 고려에서의 기억을 모두 떠올린다. 개연성을 한 스푼 얹어주기 위해 "꿈이 아니었어"라는 대사도 한 번 읊어준다. PPL이 없었다면 고하진은 영영 해수로서의 삶을 기억하지 못했을 거다. 이 모든 이야기는 PPL을 위해 진행된 것이었냐는 착각마저 들게하는 'PPL의 마법'이었다.
◇ 불친절 엔딩…그래서 왕소와 해수는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마지막 회는 다른 의미로 '역대급'인 회차가 됐다. 마지막 회임에도 남녀 주인공의 대면 장면이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 과거에서도, 현재로 넘어왔을 때도 해수와 왕소는 전혀 마주치지 못했다. 이 무슨 장난의 운명, 운명의 장난인가.
두 사람은 스쳐가는 장면조차도 없었고 결국 만나게 된다는 암시도 없었다. 왕소가 홀로 남은 궁에서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다. 나의 수야"라고 말한 것 외에는. 하지만 이것 외에는 두 사람이 현실에서 만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SNS 및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BB크림 소개할 시간에 왕소의 환생 모습이라도 비쳐주지 그랬냐"는 등 불만을 쏟아냈다.
열린 결말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여는 것까진 좋다. 덕분에 여운은 더해지나, 너무 열어놓은 결말에 시청자 원성은 자자하다. 특히나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처럼 극의 대부분이 비극적으로 흘러간 작품의 경우 열린 결말은 때때로 허무함을 주곤 한다. 이야기의 끝과 두 사람의 결말을 시청자 스스로가 매듭지어야 하는 것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게 대다수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 원작과 너무도 달라진 결말…원래 엔딩은?
수작이라는 평을 항상 듣곤 하는 '보보경심' 원작의 결말은 어땠을까. 일단, 여주인공이 과거시대에서 죽음을 맞은 뒤 현실로 돌아오는 것까진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와 일치한다. 원작의 여주인공 약희는 현실로 돌아오지만 과거의 기억이 모두 살아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남자주인공을 현실세계에서 운명처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환생한 남자주인공이 약희를 못 알아보는 건 당연지사다. 결국 약희는 애처롭게도 눈물만 흘린다. 아련함과 애틋함이 잘 살아났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어떻게 다를까.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일단 해수가 현실세계의 고하진으로 잘 돌아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PPL이 몰아친 뒤 고려 풍속도 전시관에서 자신이 과거 겪은 일들이 그림으로 남겨진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모든 기억이 돌아온 것이다. 물론, 두 사람만의 일과 해수 개인이 겪은 일이 어찌해서 그림으로 완벽히 남았는지에 대한 지적은 넘어가야 한다.
또한 멋들어진 왕소 초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설명글을 보며 고하진은 해수로서의 자신을 자각한다. 고려에서의 생활을 모두 기억해낸 그는 광종(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궁에서 쓸쓸한 뒷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을 본 뒤 "혼자 둬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나서, 화면은 바로 고려시대로 넘어간다. 현실에서 두 사람은 일말의 만남도 없다. 비극이면 비극이고, 둘이 다시 만났을 거라는 상상을 펼친다면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다. 불친절한 제작진이지만 한 가지 아량을 베풀긴 했다. 바로 왕소의 마지막 대사다.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다. 나의 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