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인터뷰] 두 얼굴의 정채연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십대 소녀 정채연. 어느 날 부모님에게 고한다.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어. 그 때까지는 나를 내버려둬 줬으면 좋겠어.” 걱정하실 부모님을 위해 이렇게 덧붙였단다. “스물다섯 살이 되면 어떻게든 내 밥벌이는 내가 알아서 할게.” 이 황당무계한 포고가 설득력을 얻었던 것은 정채연이 그동안 보여줬던 ‘악바리’ 근성 덕분이었다. “수학만큼은 놓고 싶지 않았다”던 그는 연습생이 된 후에도 학교 공부와 데뷔 준비를 병행했고, 데뷔한 후에는 대학 진학의 목표를 이루고자 수시 원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고운 얼굴과 나긋한 말씨. 하지만 그것이 정채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참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느낌”을 ‘성장’이라고 명명하고,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을 “재밌다”고 말할 만큼 단단한 여인. 그러니 첫인상만으로 정채연을 판단하지 마시길. 아마 당신은 강철 같은 정채연의 심지에 혀를 내두르게 되리라.

Q. 어떻게 지내요? 잠잘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정채연:
예전에는 정말 그랬는데 요즘엔 좀 나아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혼술남녀’ 촬영에 들어갈 때만큼은 재밌었어요. 선배님들과 스태프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고요. 이상한 말이지만, 힘이 들면서도 힘이 났어요.

Q.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정채연: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시선에 대한 걱정이 좀 있었어요.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도 많았고요. 저는 연기 레슨을 받고 싶었는데 소속사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더 배워야 해요. 이번엔 제가 잘한 게 아니라 주변 분들이 잘 만들어주셨어요.

Q. 연기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정채연:
처음 꿈이 배우였어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선생님도 하고 싶고 판사도 하고 싶고…. 그런데 모든 직업군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심지어 공부도 잘했다면서요.
정채연:
수학만 잘했어요.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고요.(웃음) 중학교 때는 공부를 정말 못했거든요, 받아쓰기에서 20점 받을 정도로! 하하. 예고에 진학했는데, 대학에 가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그리고 학교에 저를 안 좋게 보던 친구가 있더라고요. 싸우기보다는 성적으로 이기고 싶었어요. 반에서 6등까지 올라갔죠.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욕심이 많은 편인가 봐요.
정채연: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하면서 살자는 주의에요. 부모님에게도 “25세가 될 때까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게. 내버려뒀으면 좋겠어”라고 얘기했을 정도로요. (Q. 25세가 되면 어쩌려고 했는데요?) 그 때까지 뭔가 되어 있지 못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든 어떻게든 밥벌이는 알아서 하겠다고 했죠. 지금도 그래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하려다 보니 힘들기도 했는데 그 안에서 재미도 많이 찾았어요.

Q. 아까 대학 욕심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입시를 준비해볼 생각은 없어요?
정채연:
사실 작년에 다이아로 데뷔했을 때도 수시를 쓰긴 했어요. 스케줄 때문에 시험장에는 아예 못 갔지만요. 올해에도 부모님은 대학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약간 다툼이 있었어요. 저는 ‘지금 스케줄로 시험 보러 갈 수는 있을까? 합격을 해도 출석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현장에서 공부가 되는 것도 있고요. 저도 입시 준비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만약 저 때문에 다른 입시생이 떨어졌는데 막상 제가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면, 참 별로일 것 같더군요.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 때에는 꼭 가고 싶습니다.

Q. 대학 진학을 준비했지만 결국 시험도 보지 못했고 배우를 꿈꿨는데 가수가 됐습니다. 늘 목표하던 바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왔는데 두렵진 않았나요.
정채연:
제가 선택한 길이니 후회는 없어요. 회사에서도 늘 제 의견을 먼저 물어보거든요.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은 없어요.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재밌어요. 만약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평생 연기를 못할 수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나중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열심히 준비하고 싶긴 한데요, 배우에 대한 욕심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비웠어요.

Q. 다이아 데뷔를 시작으로 ‘프로듀스101’, 아이오아이 활동, 드라마와 예능까지,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지금의 속도가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았어요?
정채연:
너무 많은 일이 있었죠. 다른 사람들이 1년 마다 계단 하나를 올라간다고 치면, 저는 두 달에 계단 하나를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일들이 들이닥치다 보니까 충분히 준비해서 나올 시간이 없었어요. 연습 기간도 짧았고 실력을 다질 여유도 없었죠. 스스로를 위해 배우고 다지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정채연에게 '엔딩 요정'이라는 별명을 안겨 준 '다시 만난 세계' 마지막 장면(사진=Mnet '프로듀스101')
▲정채연에게 '엔딩 요정'이라는 별명을 안겨 준 '다시 만난 세계' 마지막 장면(사진=Mnet '프로듀스101')

Q.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정채연:
Mnet ‘프로듀스101’의 유명한 엔딩 장면(‘다시 만난 세계’ 커버 무대), 사실 우연히 얻어걸린 거예요. ‘끝났다’는 생각에 고개를 든 거고, ‘앗 참! 웃어야지’ 하면서 웃은 건데 방송에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녹화 당시에는) 그게 화제가 될 줄 정말 몰랐어요. 정식 데뷔를 했을 때에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처음부터 보여줄 카드가 없었던 셈이죠. 무대에서 늘 웃었던 것도 계산에 의한 게 아니라 ‘그냥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Q. 아까 배우고 다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을 만큼 바쁠 지도 몰라요.
정채연: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그동안 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드렸고 그 모습을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거든요. 지금도 우선 정채연이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려고 하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실력을 더 다지고 마음의 성찰을 하려고요.(웃음)

Q. ‘멘탈’이 강한 편인가 봐요.
정채연:
사람들 앞에서는 잘 울지 않는데 멤버들이나 친한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많이 울어요. 자존감도 낮고 마음도 약해요. 많은 일이 쏟아지다 보니까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가끔 ‘나는 왜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나를 사랑해주시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 그러다가 ‘나는 또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까지 가요. 그러다가도 ‘눈앞에 있는 일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추스르고.

Q. 상념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터득했어요?
정채연:
예전에는 친한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서 울고 털어냈었는데 이젠 점점 얘기할 시간도 없어서 (마음속에) 박혀놓고만 있어요. 그런데 그 때 오히려 더욱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참을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자괴감도 사라지고요. 무엇보다 제가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프로듀스101’을 시작으로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고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그 분들에게 보답하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지 않으시고요?
정채연:
어머니는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처음부터 ‘나는 1위 가수가 될 거야’라는 꿈을 가진 아이였다면 제가 힘들어할 때 ‘정신 차려!’라고 채찍질하셨을 텐데, 저는 재밌게 살고 싶다고 했던 애잖아요. 예전엔 음악 방송에서 제 모습을 보는 재미로 사셨는데, 요즘에는 제가 바빠지면서 연락도 자주 못 드리니 속상해하시기도 해요.

Q. 1위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지만, 1위를 목표 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팬들이나 소속사 직원 등 채연 양을 1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잖아요. 당신의 꿈과 사람들의 목표 사이에서 혼란스럽지는 않았어요?
정채연:
‘프로듀스101’을 하면서 욕심을 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화(禍)를 부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즐겁다’는 마음으로 촬영을 하면 화면에도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와서 보기 좋은데, ‘카메라가 어디에 있지?’라는 걸 계산하고 의도적으로 표정을 지으면 제가 보기에도 부자연스럽더라고요. 그게 별로였어요. 그래서 성적에 대한 욕심은 버리기로 했고요, 대신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욕심이 생깁니다.

Q.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뭐예요?
정채연:
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행복해지고 싶고요.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언젠가는 꼭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