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지난 2일 열린 ‘2016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6 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을 꼽으라면, 위즈 칼리파와 관객들이 함께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을 부르던 때를 말하겠다. 이날 수많은 시상자들이 ‘아무 말’에 가까운 표현으로 ‘커넥션’을 강조했지만, 진정한 ‘연결’은 엠넷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첨단 기술이 아닌 음악 그 자체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초 제작진이 의도한 ‘커넥션’은 관객들의 ‘떼창’이 아니었다. 엠넷은 걸그룹 소녀시대 태연에게 ‘시 유 어게인’의 후렴구를 부르게 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사전 기자간담회 당시 “위즈 칼리파와 국내 가수의 합동 무대가 준비됐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시상식 당일에는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위즈 칼리파와 태연의 뒷모습이 나란히 담긴 사진을 송출하기도 했다. “잠시 후, ‘2016 MAMA’에서 공개됩니다”는 자막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합동 무대는 최종 불발됐다. 제작진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위즈 칼리파가 SNS에 태연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말했다. “태연이 우리의 무대에 불참하게 된 사실은 나 또한 예상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거절을 실패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The fact that Taeyeon back out of our performance caught me off guard too but never accept rejection as failure.)
마치 태연이 합동 무대를 거절했다는 뉘앙스에 일부 팬들은 태연을 향한 조롱 섞인 글을 남겼다. 심지어 태연의 SNS에 몰려가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태연은 장문의 글을 통해 전후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공연을 위한 MR(반주)이 아닌 보컬이 함께 녹음된 AR만 준비됐다는 것이다.
태연의 설명으로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위즈 칼리파는 이후에도 “그녀(태연)가 전날 밤 병원에 가고 싶다고 요구했다. 연습은 했다. 그런데 나와 서기로 했던 무대가 아닌, 다른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태연은 SNS를 통해 당시 자신은 위즈 칼리파를 기다리다가 호텔로 돌아갔다고 얘기했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것인지는 몰라도 두 아티스트 사이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양 측 의견을 조율했어야할 제작진은 5일 현재까지 “정황을 파악 중”이라는 말 외에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약 1000명의 스태프들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준비”하는 행사라더니, 돌발 상황에 대한 수습과 설명은 부족하다. 아티스트와 관객들,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 또한 마찬가지다.
이날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 시상자로 나선 배우 박기웅은 “방송 직전까지 실시간으로 전 세계 팬 분들의 투표를 받았다. 대단한 ‘커넥션’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MAMA’가 진정한 ‘커넥션’을 이뤄내려면 내부적인 소통부터 원활히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