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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로그] 엄정화의 파격, 그리고 개척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엄정화(사진=tvN 개국 특집 축하쇼)
▲가수 엄정화(사진=tvN 개국 특집 축하쇼)

정확히 10년 전의 일이다. tvN의 개국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엄정화는 신곡 ‘컴 투 미(Come 2 me)’의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터넷은 즉각, 그리고 발칵 뒤집혔다. 안무와 의상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나이 먹고 이게 무슨 주책이냐는 조롱이 뒤섞여 나왔다.

엄정화가 지난 2006년 발표한 ‘컴 투 미’는 기실 성(性)에 대한 비유로 가득하다. 굳이 돌려서 표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너만 생각하면 왠지 나도 몰래 달아오른다”거나 “네가 날 만지면 나는 날아오른다”는 가사는 오르가즘에 도달한 여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연상시킨다. 엄정화는 속옷에 가까운 의상(tvN ‘개국 축하쇼’에서 입은 옷은 ‘진짜’ 속옷이었다)과 망사스타킹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남자 댄서들을 유혹한다. 아니, 유혹하듯 그들을 ‘가지고 논다.’

‘컴 투 미’에 대한 반발은 어쩌면 이 지점에서 생겼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섹스어필하는 여성. 이는 걸스데이, AOA, EXID 등 지난 10년 간 섹시 콘셉트로 인기를 얻은 걸그룹들이 보여준 것과는 거리가 먼 여성상이다. 엄정화가 시대를 앞서갔던 걸까, 아니면 가요계가 시대를 역행해 후퇴한 걸까. 어쨌든 분명한 건 어떤 콘셉트와 메시지-특히 강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내는 것일수록 더더욱-는 엄정화에게도 호락호락하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수 엄정화(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엄정화(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구운몽’의 주인공 양소유의 이름 ‘소유’는 장자의 핵심 사상인 ‘소요유’에서 유래한다.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유유자적 자유롭게 노닌다’라는 뜻이다. 엄정화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번 음반, 이번 무대에서 그녀는 다시 유유자적 자유롭게 노닐다 갈 것이다.” (조영철 프로듀서 SNS 中)

엄정화의 새 음반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조영철PD의 글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컴 투 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여가수를 향한, 30대를 향한, 혹은 30대 중반의 여가수를 향한 통념을 엄정화는 보기 좋게 걷어찼고, 그 탓에 불필요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엄정화는 또 한 번 섹시함으로 치장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와치 미 무브(Watch me move)’의 티저 영상에서는 고혹적으로 몸을 비틀고, ‘드리머(Dreamer)’에서는 야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시선을 끈다. 하지만 ‘와치 미 무브’의 매혹은 “난 다시 깨어나. 내가 움직이는 걸 봐(Watch me move)”라는 포고를 담고 있고, ‘드리머’의 화려함에는 일면의 서정성이 엿보인다. 요컨대 엄정화의 섹시는 말초신경을 향한 자극제가 아니라 스토리와 밀착한 콘셉트로서 작용한다.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엄정화의 컴백을 알리면서 “퀸(Queen)의 귀환”이라는 문구를 썼다. 그리고 이는 마치 ‘퀸’ 혹은 ‘레전드’ 정도의 수식어를 얻어야만 비로소 ‘소요유’가 가능해진다는 함의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레전드’나 ‘퀸’에 도달하기 위한 파격은 과연 얼마나 너그러이 받아들여지고 있나. 엄정화의 분투와 개척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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