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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원 “얘기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아름답다고”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없어져야 마땅한 기자의 고질적인 선입견 중 하나는 역경을 겪은 이들에 대한 것이다. 과거의 상처가 그들에게 흔적을 남겼으리라, 그 흔적은 필시 어둡게 나타나리라. 그러나 가수 진원은 사진 촬영부터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오해는 마시길. 그의 말은 충분히 진실했으며 그래서 기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뷔작인 Mnet ‘성교육닷컴’이나 히트곡 ‘고칠게’, 재기의 발판이 된 Mnet ‘슈퍼스타K 2016(이하 슈스케)’ 등 진원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의 깨끗한 미소와 순한 농담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막중한 책임처럼 느껴진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참으로 진원다운 것이었다.

Q.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큰일입니다. 유쾌한 성격이군요.
진원:
발라드만 부르니까 제가 소심한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소심해요, 뒤끝 있고. 하하하. 웃긴 이미지면 안 되는데 큰일 났네. 처음엔 소속사에서도 ‘너 이제 서른 살인데 자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니까요? (웃음)

Q. 서른 살. 나이가 주는 책임감이 있나요.
진원: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나이 뒤에 ‘0’이 들어가는 게 다시 시작점에 선 느낌이라 좋아요. 남자는 서른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스무 살을 맞이할 때는 어땠어요?
진원:
어른에게만 허락되는 일들을 다 할 수 있겠다는, 철없는 생각이 컸죠. 지금은 지난 9년 동안 겪어온 일들이 있으니 좀 더 책임감이 생겼고요.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9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데요?
진원:
방황을 많이 했어요. 가끔씩 음반을 내면서 진원이 계속 노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방황과 자책이 많았죠. 스스로를 혹사시키기도 하고.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잖아요. 미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죠. 그 사이 Mnet ‘슈퍼스타K 2016’에서 연락을 받으면서 물꼬가 터졌고요.

Q. 계속해서 음반을 냈다면 방황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진원:
음반은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낸 거고, 스물한 살부터 일곱 때까지는 엄청나게 방황했어요. 방송은 끊겼지, 광고 미팅이나 드라마 촬영을 해도 내가 보이지는 않지. 힘들었죠.

Q. 아까 적은 나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또래보다는 사회 경험을 일찍 한 편 아닌가요? 그것도 매우 격정적인.
진원:
그냥 어린 시절에 멈춰있었던 것 같아요. 이쪽 바닥의 사회만 경험하다보니까, 이 곳 외의 세상은, 설령 그것이 아주 자그마한 사회일지라도 잘 몰랐던 거죠. 심지어 스무 살이 지나갈 무렵까지 어떻게 은행 업무를 보는지도 몰랐어요. 전 소속사와 갈등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를 알아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술 담배도 많이 하고 밤도 새고. 몸을 많이 혹사시켰죠. 그러다 보니 노래가 안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렸을 때의 자신감, 자존감이 점점 없어지더군요.

Q. 무엇에 대해 그렇게 자책했는데요?
진원:
‘내가 왜 안 됐을까. 나의 문제인가, 소속사의 문제인가’를 시작으로 쓸 데 없는 생각이 커졌어요. 술을 마시면 남 탓을 그렇게 많이 했죠. ‘나한텐 문제가 없어’, 배부른 소리나 해대고. 2~3년 동안은 아예 노래와 담을 쌓고 살았어요. 어느 날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데 하나도 안 불러지는 거예요. 저음이나 고음도 안 되고 생각했던 테크닉도 안 나오고. ‘큰일 났다. 나는 노래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정신을 차린 겁니다. 망치로 머리를 탕 맞은 것처럼.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저라면 ‘노래가 안 되네? 그럼 포기하자’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당신은 그 순간에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군요.
진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 자신에게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항상 ‘나는 끝까지 노래하면서 살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대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게 참 싫었어요. 그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Q. 그러면 이제 ‘내가 왜 안 됐을까’ 하는 고민은….
진원:
전혀 없어요. 모든 게 제 잘못이었어요. 전 소속사와 갈등 때문에 안 좋은 상황에 빠졌지만, 그 시간동안 제가 저를 보호하고 업그레이드를 시켰다면 새로운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었겠죠. 저는 너무 자책만 하면서 살았던 거예요.

Q. 방황의 시기가 있었기에 음악이 주는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진원:
우선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예전에는 부르기만 하면 술술 잘 불러지니, 노래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노래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졌어요.

Q. 음악에 대한 절박함이 음악을 즐기지 못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나요.
진원:
그렇지는 않아요. 시간이 갈수록 가사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파고들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 과정이 피곤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뭔가를 표현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치열함, 절박함조차도 즐김의 한 과정이 된 거죠.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신곡 ‘소 뷰티풀(So Beautiful)’에는 어떤 감정을 담고 싶었나요.
진원:
살다 보면 스트레스에 찌드는 일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힘들고 지칠 땐 눈을 감고 내 목소리 한 번 들어보세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Q. 당신이 힘들었을 때 가장 큰 위로가 된 것은 무엇이었는데요?
진원:
(잠시 침묵) 잘 모르겠어요. 뭐가 위로가 됐지? 그냥 저는… 흘러간 거 같아요. 힘들면 힘든 대로. 위로를 받는다? 글쎄요. 내가 가사를 써놓고 나는 왜…. (웃음)

Q. 어떤 뮤지션들은 ‘내가 타인에게 위로 받은 경험이 있기에 나도 내 노래로 위로를 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진원:
아! 제 노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서 위로를 얻었던 것 같아요. 방황하던 시기에도 저를 알아봐주시던 팬 분들, ‘고칠게’를 기억하고 계속 노래해달라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고칠게’ 덕분에 노래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것 같네요. 저는 제가 그저 흘러간 줄 알았는데….

Q. 내 오래된 노래를 기억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무척이나 뭉클한 일일 것 같습니다.
진원:
그냥 제 목소리만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인 거잖아요. 숫자가 많지는 않아도 ‘어딘가 에서는 내 노래를 듣고 내 목소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더군요.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고칠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진원이 아닌 노래 자체만을 사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떤 뮤지션은 노래 속에 자신을 투영시키기도 하죠. 노래만으로 사랑 받는 것과 노래 속의 내 모습이 사랑받는 것 중 어느 쪽이 당신을 더욱 기쁘게 하나요.
진원:
노래에 제가 묻어나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저는 실제의 저와 다른 성격을 노래로 들려드리는 것 또한 좋습니다. 진짜 예술인이고 싶은 바람이랄까요.

Q. ‘소 뷰티풀’은 어때요? 당신이 많이 묻어나는 노래 같은데.
진원:
네. 제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평소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마치 알고 있는 듯이 위로를 해줬던 것 같아요. 내 코가 석잔데 내가 누구를 위로를 하냐 싶기도 하지만,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서든 달래주려고 했어요.

Q. ‘나도 힘든데 내가 누구를 위로하냐’고 말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처럼 힘들어 본 사람이 해주는 위로가 더욱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진원:
아! 그러네. 위로는 지식의 양과는 관계없는 거니까요.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늘 말해주는 게 있어요. ‘네게는 이런 장점이 있다. 그러니 작은 일 때문에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단점 보다는 장점을 봐주는 게 좋잖아요. 그렇게 힘을 주려고 했어요, 뭣도 없는 주제에.(웃음)

Q. 다른 사람 장점에는 후하면서 스스로의 장점에는 너무 박한 것 같습니다.
진원:
모르겠어요, 하하하. 그냥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게 싫어요. 제가 더 답답하고요. 그래서 때로는 오버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쨌든 힘든 삶에 응원을 더해주기 위해서 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하하.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진원(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당신의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진원:
글쎄요. 힘들었지만 평생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순간만이 행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지금 매니저와 투닥거리는 거나 기자님과 인터뷰하는 것, 흘러가듯 지내는 삶 자체가 행복입니다. 글쎄요. 언젠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커다란 뭔가가 생긴다면, ‘아! 그 땐 정말 좋았어’ 하고 떠올릴 수 있겠죠?

Q. 무엇이 ‘아, 좋았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데요?
진원:
원하는 걸 얻었을 때? 지금의 일을 계속 해나가기를 가장 간절하게 원해요. 무대에도 서고 연기도 하고, 그러다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매니저들과 장난도 치고. 이동하면서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 졸릴 때 자는 거… 그런 일들이 저는 무척 재밌어요.

Q.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각오를 듣고 싶어요.
진원:
노래하는 진원, 연기하는 진원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 특히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더 좋은 노래, 재밌는 연기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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