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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조, 민주홍의 셀프 메이드 인생길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래퍼 지조는 다양한 얼굴로 기억되고 있을 인물이다. 누군가에게는 프리스타일 랩의 최강자로, 누군가에게는 Mnet ‘쇼미더머니2’의 준우승자로, 누군가에게는 방송인 하하가 차린 연예 기획사의 전속 연예인으로, 누군가에게는 MBC ‘라디오스타’에 나왔다가 김구라에게 호되게 핀잔을 듣던 웬 웃긴 사내로.

인간 민주홍(지조의 본명)에게 지조는 어떤 얼굴로 기억될까. 어떤 얼굴로 기억되고 싶어 할까. 지조는 “민주홍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조의 인생길”이라고 말했다. 어떤 각도의 얼굴이 카메라에 나올지를 관할할 수는 없지만, 방송 출연을 선택한 것은 지조의 몫이다. 사람들의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들어줄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음반을 내고 말고를 결정한 것은 마찬가지로 지조의 몫이다. 매사에 만족할 수는 없어도 매사가 그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민주홍은 지금, 지조의 얼굴에 즐거운 미소를 그려 넣고 있다.

Q. MBC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Mnet ‘골든탬버린’, KBS2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는 등 꽤 공격적인 예능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콴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할 때부터 계획돼 있던 행보인가요.
지조:
방송에 대한 거부감은 처음부터 전혀 없었어요. 다만 김구라 씨가 저를 ‘라디오스타’에 추천해주시면서 갑작스럽게 방송 활동이 진행된 감은 있죠. 원래는 정규 음반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음반을 내고 나서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으니 우선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요.

Q. 스스로의 예능감에는 만족하는 편이고요?
지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이루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나이가 어리지는 않지만 조~금씩 천천~히. 이대로라면 마흔 살 정도에는 성공하지 않을까요.(웃음) 혹자는 래퍼가 예능 활동을 하는 걸 ‘외도’라고 보기도 하고 음악이 평가 절하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지만, 저만 잘하면 된다고 봅니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자. 듣고 즐기게 만들면 되니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예능 출연은 당신의 음악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함인가요.
지조:
TV에 나와서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는 것. 그건 방송 활동의 순기능 중 하나일 뿐이에요. 효과가 없어도 좋습니다. 제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제 음악을 모르는 상태에서 TV 속의 저를 보셔도 좋아요. 예능과 음악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예능 활동이 음악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제 음악의 인지도가 오르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저를 더 높이 쳐줄 수 있겠죠.

Q. 몇 달 전 ‘MC그리는 쇼미더머니5에 나가지 않았다’는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 있습니다. 매스미디어의 파워 아래서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반면 셀럽의 캐릭터나 이야기가 중요해진다고요. 음악인으로서 지금과 같은 시대를 맞는 자세가 궁금합니다.
지조: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기 때문에, 혹은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의 전속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출발선이 다르지 않냐. 물론 다릅니다. 그런데 그건, 거의 모든 세상사에 주효하게 적용되는 법칙 아닐까요. 게다가 유명세가 가져오는 역기능이 있을 겁니다. ‘리틀 비욘세’라는 수식어로 주목받은 어떤 가수에겐 ‘비욘세’가 굴레가 될 수 있겠죠. ‘하하 회사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린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불합리하다고 말하기에는 당사자가 겪는 고충이 분명 있을 겁니다.

Q. 당신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의 방영을 기다릴 때의 떨림과 녹음해둔 신곡의 발매를 기다릴 때의 떨림은 어떻게 다른가요.
지조:
음반을 내기 전에 순위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는 편이었어요. 경제적인 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니까요. 지금은 많이 내려놨습니다. 실패를 하도 많이 겪다 보니 무뎌졌다고나 할까요. 음반은 일종의 훈장 같은 겁니다. 제 영역을 쌓는다는 의미가 있죠. 다만 오랫동안 음반을 내지 못하면 죄책감이 들어요. 방송의 경우 ‘스케줄이 안 잡혀서 못 나가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합리화할 여지가 있는데 음반이 안 나오는 건 오롯이 제 책임이잖아요.

Q. 음반이 내 통제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면 성적에 대한 압박이 더욱 클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
지조:
성적이라는 게, 음악의 완성도에 의해서 갈리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방송은 상황에 대한 변명이 어렵습니다. 지금이야 방송 분량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이제 시작 단계인데 뭘’ 정도의 변명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 방송을 하면 할수록 부담은 더욱 커질 겁니다. 반면 음악은 하면 할수록 무뎌지고 내공이 생겨요. 10번 냈는데 10번 다 차트 인에 실패한다, 그럼 무뎌집니다.(웃음) ‘그래도 난 계속 음반을 낼 거니까’, ‘나는 음악인이니까’ 라는 마인드가 저변에 깔려 있으니 가능한 일 같아요.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어떤 뮤지션은 실패가 거듭될수록 성공에만 목매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과는 정 반대에요.
지조:
성적에 대한 압박, 저에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곡을 만들고 활동을 하면서 (성공에 대한 부담을)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져요. 잘 되면 좋죠. 하지만 ‘잘 돼야 해’라는 생각은, 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부정적인 생각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아요. 제가 많이 망해봐서 아는데(웃음), 성공에 초점을 맞춘 노래는 듣는 사람에게도 잘 와 닿지 않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음악 못합니다.

Q. 부정적인 생각은 없을수록 좋다, 이건 음악에만 해당되는 태도인가요. 아니면 긍정적인 성향을 타고나신 건가요.
지조:
긍정적인 태도를 지향하지만 쉽지만은 않아요. 온갖 지침서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들, 읽으면 모두 옳은 얘기인 것 같은데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잖아요. 혹자는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사람은 스스로를 최대한 단련하라고 하죠. 결국 각자 사는 방식에 맞춘 처방전인 것 같습니다.

Q. 당신은 긍정적으로 사는 쪽을 택했고요.
지조:
음악을 할 때 만큼은요. 스스로를 다그치고 보채면 음악이 빨리 나오긴 해요.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느낌이 분명 납니다. 그러나 설렘과 재미를 느끼면서 작업을 하다보면 저조차 놀랄만한 결과물이 나와요. ‘어떤 성적을 내야겠다’, ‘누구보다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가면 음악이 퇴색되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해야 오래할 수 있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지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지난 2013년 내놓은 ‘준비된 사수’는 가장 최근 발매한 ‘다이너마이트 소녀’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무엇에 의한 변화인가요.
지조:
곡을 낼 때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발매하진 않아요. 소설책 한 권처럼 흐름이 맞아떨어진다던지 한 명의 프로듀서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는 편은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제 음악은 잡지 같은 스타일이에요. ‘준비된 사수’는 센 음악이 하고 싶어서 냈던 노래예요. 제 원래 스타일은 ‘다이너마이트 소녀’와 같은 가볍고 재밌는 쪽에 가깝고요.

Q. 상반기에 나올 정규 음반의 테마는 무엇인가요.
지조:
제 얘기에요. 소시민적인 이야기. 평범한 차를 타고 다니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는, 아직 독립하지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제 이야기요. 아버지 얘기는 노래로 쓴 적이 있는 데 엄마 얘기를 한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냉장고’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내가 엄마를 위해 냉장고를 채워준 적이 없었구나. 서랍에 수건, 양말이 왜 항상 가득 차 있었는지 이제야 알겠네. 그런 내용이에요. 음반명은 ‘캠프파이어’입니다. 불앞에 서면 마음이 열리는 것처럼 제 얘기를 털어놓겠다는 거죠.

Q. 프리스타일 랩으로 힙합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팬들이 지금의 지조를 어떻게 볼지 궁금한데요.
지조:
응원해줘요. 글쎄요. ‘나만 아는 가수’가 유명세를 타면 괜한 배신감이 든다고들 하는데, 그런 감정을 느낄지는 모르겠네요.(웃음) 프리스타일 대회에서부터 투게더 브라더스를 거쳐 지금까지 5-6년, 서로의 성장에 감동하면서 함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어린 시절 농구대장 이상민을 좋아했는데 그 분이 지금은 감독을 하고 계시잖아요. 같이 커간다는 감동이 있죠. 저도 그렇게 팬들 곁에 남고 싶고, 그들 또한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제 곁에 남아줄 것 같아요. 음악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Q. ‘지조’라는 이름으로 내는 첫 정규 음반입니다. 인간 민주홍에게 지조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지조: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걸 만들고 있는 게 지조에요. 제가 타고난 것들 혹은 부모님이 해야 한다고 했던 것들, 예를 들면 ‘담배 피지 마’, ‘술 먹지 마’, ‘대학은 나와야지’라고 해서 따랐던 것들은 민주홍의 삶이에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들, 술도 마시고 여자도 만나고 음반도 내는 일들은 저의 선택이고 지조의 인생길인 거죠. 선천적인 걸 넘어서 제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이 지조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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