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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팀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리고 사랑”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팀
▲가수 팀
이미지를 사고파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소구력이 보장된 캐릭터는 개인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자신의 셀링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콘텐츠 공급자로서 갖춰야 할 필수 덕목. 남들보다 잘 팔리는 이미지를, 남들보다 빠르게 점하기 위한 제작자들과 셀럽의 발길은 날마다 바쁘다.

가수 팀은 지난 2003년 데뷔와 동시에 ‘로맨틱 가이’로 여성 팬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 유순하고 잘생긴 팀의 외모는 데뷔곡 ‘사랑합니다’가 품은 순애보와 꼭 맞아 떨어졌고, 그래서 팀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로맨틱한 남성의 얼굴을 잃지 않아야 했다. 인기가 주춤할 때면 팀은 불안해했다. 혹,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자신이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팀은 당시 자신의 얼굴을 ‘가면’이라고 표현했다. 가면을 벗어 던진 지금, 그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는 한결 홀가분하다. 이제 팀은 가면을 향해 쏟아지는 공허한 애정이 아닌 영혼을 향한 진짜 사랑을 찾아 나선다.

Q. 홍보 담당자로부터 당신이 인터넷이나 TV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쉴 땐 뭘 해요?
팀: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TV를 안 보는 게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어요. 심지어 얼마 전까지 트와이스가 누군지도 몰라서 매니저에게 엄청 욕을 먹었어요. 얘는 왕 팬이거든요. (매니저: (볼멘 목소리로) 트와이스는 알아야지~!) 그래서 저는 헬스장에 안 다니면 큰일 나요. 그곳에서 사회의 업데이트를 받아요. 요즘 핫한 음악도 틀어주고 TV도 보여주고, 사람들을 만나서 소식을 듣기도 해요.

Q. 방송이나 기사는 어떻게 확인해요?
팀:
그렇지 않아도 TV를 하도 안 보니까 지난주에 케이블 채널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기에, 활동 시작하면 방송 모니터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냥 뒀어요. 그동안 팬카페에 팬들이 올려준 영상으로 모니터하고 기사 확인은 회사를 통해서 했어요.

▲가수 팀
▲가수 팀

Q.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가봅니다.
팀:
반응이 좋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너무 집중하면, 힘들어요. 저는 데뷔 초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케이스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인기와 사랑에 너무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팀의 정체성이 대중의 사랑에 엮여 있었다고 할까요. 인기가 떨어지면 제 가치가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을 것 같았어요, 사실.

Q. 팀의 정체성이 사람들의 사랑에 엮여 있었다고요?
팀:
데뷔 초 저에 대한 이미지는 귀공자, 황태자, 로맨티스트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저를 사랑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랫동안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애썼어요. 그 와중에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슬슬 일을 못하게 됐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음악은 여전히 사랑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Q. 지금은 어때요?
팀:
많이 나아졌습니다. 일 년 반전에 하와이에 한 달 정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제 정체성에 대한 싸움이 필요했거든요. 상담을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개인 시간을 통해서 치유 받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아까 했던 얘기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의 평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얼마나 가치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를 보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건 정~말 다르다는 거죠. 그걸 깨닫고 난 후부터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저의 다른 모습들을 다 보여주고 싶어요. 제겐 로맨틱하고 착한 면도 있어요. 하지만 엉뚱할 때도 있고 웃길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고, 심지어 싸가지가 없을 때도 있을 수 있어요. 다만 목적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죠. 기사나 댓글, 팀에 대한 평가를 보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외부의 평가에 상시 노출되는 연예인에게, 특히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팀:
다들 생각은 할 텐데 실천하는 게 어려워요. 저는 크리스천이고 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처음엔 갈 길을 못 찾았어요. (인기가 떨어지면서) 희망이 없어졌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신의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치유가 시작됐습니다.

▲가수 팀
▲가수 팀

Q. 인기에 대한 압박을 벗고 나니 뭐가 보이던가요. 무엇이 당신을 가치 있게 만들어줘요?
팀:
건물 하나를 세우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들이고 계획을 세우잖아요. 그런데 이 건물이 아무리 복잡하게 지어졌다고 한들 우리 몸만큼은 아니에요. 우리 몸, 호흡이 있고 영혼이 있는 몸은 어마어마하게 기적 같은 거예요. 그러면 이 몸은 과연 ‘우연’의 산물일까, 우리의 몸이 만들어진 게 실수일 수 있을까.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제 자신이 기적이라고 생각했고요, 그 다음엔 다른 사람에게서도 보였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Q. 내가 ‘어떤’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난 것 자체만으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말인가요.
팀:
예를 들어볼게요. ‘키 크고 잘 생겼어’라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자랑거리가 돼요. 키 커, 팔다리가 길고 얼굴이 잘생겼어…, 그런데 자기가 잘 해서 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 물론 손을 댄 것일 수도 있지만(일동 폭소). 이건 축복이지,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란 뜻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걸 중심으로 돌아가요. 더 잘사는 사람, 더 돈 많은 가족을 칭찬하죠. 전 그런 것에 값어치를 두면 희망이 없다고 봐요.

Q. 무엇이 칭찬받을만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팀: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알고 다른 사람들 또한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값어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Q. 당신은 지금 사랑이 넘쳐 보여요.
팀:
노력을 해야 해요. 사랑은 감정이 아니에요. 결심입니다. 내가 (사랑을) 느끼지 않더라도 결심하는 거예요. 가령 운전을 하다가 누군가 끼어들어서 기분이 나빠졌다고 해요. 그 때 ‘네가 잘못했어!’가 아니라 ‘뭔가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노력할 수 있는) ‘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아우~ 사랑이 넘치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노력해야 합니다. 때론 싸울 수도 있죠. 다만 중요한 건 다툼을 통해서 연합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트럼프냐, 힐러리냐. 미국이 난리였잖아요. 그런데 맹점은 대화를 못 나눈다는 겁니다. ‘너 트럼프 편이라며? 그럼 넌 인종차별주의자고 나치추종자야’라고 낙인찍어버리는 게 문제에요. 대화가 없는 거고 연합도 불가능해지죠.

Q. 하지만 트럼프와 힐러리 중 한 사람은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준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하잖아요. 모든 일에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다보면 선(善)에 대한 기준이 흐릿해지지는 않을까요.
팀:
물론 살인은 살인이에요. 살인에 대한 가치 평가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사람을 먼저 보려고 하는 거죠. 행동을 보는 게 아니라. ‘나쁜 짓=벌 받아야해’가 아니라 상황을 알면 사람이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완전무결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가수 팀 '뷰티풀' 음반 커버(사진=에코글로벌그룹)
▲가수 팀 '뷰티풀' 음반 커버(사진=에코글로벌그룹)

Q. 신곡 ‘뷰티풀(Beutiful)’ 또한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입니다. 곡 소개에 ‘사랑은 함께 할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팀:
사랑을 혼자 할 수 있나요? 못하죠. (Q. 짝사랑은 어때요?) 짝사랑도 어쨌든 대상이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관계를 인정하고 환영한다는 의미에요. 저는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혼자라면 존재할 수없는 단어에요.

Q. 관계 자체가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는 이야기군요.
팀:
네. 설 연휴에 친 형네 집에 갔어요. 주차를 하려는데 관리 할아버지가 안 된다는 거예요. 언성이 높아졌죠. “설날인데 왜 이렇게 까다롭게 하세요?” “아니, 어린놈이 까다롭다니!” 그런데 집에 와 생각해보니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제가 그 분과의 관계를 환영하지 않고 무작정 틀렸다고 결정내린 거잖아요. 그래서 형수님과 같이 떡국을 가져다 드리기로 했어요. 처음엔 안 받으시더라고요. ‘내가 고작 주차 때문에 한 사람의 하루를 무너지게 해야 했었나?’ 후회가 밀려오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구의 생각이 옳은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어요. 15분 동안 사과한 끝에 결국 받아주셨어요. 할아버지에게 사과드린 건 저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에요. 다만 제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말이죠. 누군가는 옳고 누군가는 틀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걸 결정하는 기준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제겐 사람이 기준이에요.

Q.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당신이 상처받는 일이 생길수도 있어요. 모든 사람이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잖아요.
팀:
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넘친 상태에서 주면 상처가 안 돼요. 바라는 게 없으니까요. 저는 이미 사랑이 뭔지 체험했기 때문에 제가 받은 사랑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예요. 만약 할아버지가 저를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면, 한두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끝냈을 겁니다. 하지만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건 사람이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사과가 끝나고 나면 상대의 행동과 관계없이 감사함을 느껴요. 상처 없이 자유롭고, 행복하고, 감사해요. 내가 낮아졌는데 내가 감사해요.

▲가수 팀
▲가수 팀

Q.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은 신의 사랑인가요.
팀:
그렇죠.

Q. 팬들의 사랑은 어때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향해 보내주는 사랑, 그걸 받는 기분은 어떤가요.
팀:
기적 같은 사랑이에요. 매년 제 생일 파티를 챙겨준 게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저의 뭘 보고 그렇게 해주실까 싶기도 하고요.(웃음) 가수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일 텐데, 저는 공백이 길었으니 미안한 마음도 있고 책임감도 커요.

Q. 껄끄러운 이야기겠지만 공백기는 왜 길어진 거예요?
팀:
간단하게 얘기할 수는 없어요. 여러 가지 상황이 섞여있었죠. 당시 소속사와 저의 의견이 서로 달랐고 기대했던 부분 또한 달랐어요.

Q. 그 시간이 당신에겐 터닝포인트가 됐고요.
팀:
네. 하와이에 다녀온 게 가장 큰 터닝포인트 같아요. 그런데 삶이라는 게 어떻게 항상 ‘직방’으로만 갈 수 있겠어요. 우회전, 좌회전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작은 터닝포인트는 그 전에도 많았죠.

Q. 여러 번의 터닝 포인트를 거치면서, 처음 가수가 되고자 했을 때 당신이 꿨던 꿈과 지금 당신이 꾸는 꿈이 달라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팀:
유명해지는 거, 물론 좋죠. 감사하게도 저는 처음부터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그런데 ‘열심히=성공’이 아니더군요. 여름이 있듯이 겨울이 있고, 다시 봄으로 갈 수 있겠죠. 결국 타이밍 같아요. 다시 (인기가) 올라갈 지 안 갈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음악을 통해서 사랑을 전달하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처럼 깊이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인기가 한순간 확 많아지다보니까 그 인기에 너무 의지했던 면도 없잖아 있었고요.

Q. 인기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과거를 떠나보낸 지금은, 팀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무엇이 당신을 완성시켜주나요?
팀:
제가 누구인지는 이제 점점 알아가고 있어요. 저를 완성시켜주는 건… 자꾸 이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크리스천이니까요. 믿음을 통해 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 좋아하고 싫어지는 것들이 달라졌어요. 내가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겠죠. 그런데 사랑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불안을 채우기 위해서 뭔가를 좋아하는 일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령 예전엔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걸 굉장히 두려워했거든요. 지금도 (도전을) 아주 환영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두려움이 작아졌어요.

Q.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뭐예요?
팀: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 힘들어요. 무대에 서는 게 한편으로는 굉장히 재밌는데, 무대를 통해 관객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용기를 내면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두려움을 이겨내게 만들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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