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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소희의 스물여섯, “겁쟁이는 되고 싶지 않아요”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어머나~! 과연 예쁘구나,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전 “Im so hot, 난 너무 매력 있고, 난 너무 예쁘다”고 당차게 노래 부르던 열일곱 소녀는 스물여섯이 된 지금 “제 부족함을 너무 잘 알아요”라고 자신을 조근조근 다그치는 여인이 됐다.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정상에 오르고, ‘국민 여동생’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후, 타지에서 외로움과 싸운 질곡의 시간들.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안소희는 몇 년 전부터 배우로서의 가능성은 타진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은 이제 그녀가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기도 하다. 그 견고함 앞에서 안소희는 조금 더 용감한 모험을 해 볼 생각이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그런 소희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미세한 감정이 곳곳에 흩뿌려진 작품이다.

Q. 10년 전, ‘뜨거운 것이 좋아’(2008)를 첫 공개하던 날의 안소희를 기억해요.
안소희:
앗! 그 자리에 계셨어요?

Q. 네. 그때는 ‘배우 소희’가 아니라 ‘원더걸스 소희’가 영화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현장에 취재진이 엄청 몰렸었죠. 많이 긴장될법한 자리였는데, 즐기는 듯한 인상이었어요.
안소희:
어릴 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연기에 대한 애정을 실질적으로 확인한 게 ‘뜨거운 것이 좋아’였죠. 너무 즐겁게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즐거워보였나 봐요.

Q. 다시 영화를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지난해 ‘부산행’에 이어 8개월 만에 ‘싱글라이더’로 돌아왔는데, 어때요? ‘부산행’ 때와는 또 느낌이 많이 다르죠?
안소희:
많이 달라요. ‘부산행’이 장르적 재미가 큰 영화라면, ‘싱글라이더’는 생각할 여지를 던지는 작품 같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많이 달랐죠.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영화 공개를 앞두고 조마조마 했겠네요.
안소희:
네. 언론시사회 때 엄청 떨었어요. 언론시사회만큼 조마조마했던 건 VIP 시사회. 제가 초대한 지인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도 됐죠.

Q. VIP시사회가 끝나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들이 날아들었을 텐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자는 뭐였어요?
안소희: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원더걸스 멤버들.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우리에게 너무 필요한 영화 같다”며 고마워하더라고요 혜림이는 울었대요. 지나가 많이 불쌍해서. 예은 언니는 또 보고 싶대요. 선미도 “너랑 둘이 가서 또 보고 싶다”고 했어요. 대기실에서 인사를 잠시 했는데, 예은 언니가 꼭 안아줘서 울컥했어요.

Q. 완성된 영화는 어땠어요? 상상했던 것과 비교해서요.
안소희:
제가 생각한 지나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는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완성본은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여러 의미에서 시원했어요. ‘와, 이제 정말 다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원섭섭했고, 호주의 풍광을 이주영 감독님이 너무 예쁘게 담아주셔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어요.

Q. “내가 생각한 지나를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고 했는데, 소희가 생각한 지나는 어땠어요?
안소희: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지나는 지극히 평범한 10대 생활을 한 21살 아이인데, 그런 지나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겠니?”라고요. 또래들과는 다른 성장과정을 보낸 제가 지나를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셨나 봐요. 그런데 저는 지나가 호주에서 보냈던 2년의 시간이 너무 와 닿았어요. 원더걸스 시절,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과 비슷한 지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상황은 다르지만 지나가 호주에서 느꼈을 외로움의 감정에 마음이 갔더라고요.

Q. 미국에 있으면서 뭐가 그렇게 외로웠어요?
안소희:
부모님 곁을 떠나 그렇게 먼 곳으로 간 건 처음이었어요. 그 거리만큼 뭔가 외로움이 배가 됐던 것 같아요. 멤버들이 함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죠. 만약 혼자 갔다면 3년도 견디지 못하고 돌아왔을 거예요. 같은 숙소에서 지내며 3년간 그렇게 의지했던 것 같아요.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소희에겐 멤버들이었다면, 지나가 의지한 건 뭐였을까요.
안소희: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 게 지나를 견디게 한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앞에 ‘짜잔’하고 나타나서 호주에서 열심히 저축한 돈도 자랑하고, 호주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야기 하고…그럴 날을 떠올리며 견디지 않았을까요. 분명 그 생각을 품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 버스를 타고 일터로 나갔을 거예요.

Q. 소희도 미국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곤 했나요?
안소희:
안소희는 사실 아침형 인간은 아니라서요.(일동웃음) 새벽 5시에 버스를 타 본 적은 없지만, 그 시간에 스케줄 차량을 타 본 적은 많아요. 촬영하면서 그런 시각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Q. 원더걸스 시절, 안소희 특유의 뚱한 표정이 있었어요. 뭔가 우울함도 엿보였고요. 적극적으로 본인을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안소희:
제 모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우울한 분위기의 모습도 저고, 그와 다르게 무대에서 ‘어머나!’를 했던 밝은 모습도 저죠.(웃음) 제 성격이 외양적이지는 않아요. 전반적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크기는 해요.

Q. 이번에 공효진 씨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초반의 소희는 내가 불편할 정도로 행동을 조심했다”고요. 왜 그렇게 조심스러울까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타인에게 폐 끼치기 싫거나, 규정돼서 보이기 싫거나.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을 테고요.
안소희:
음. 저는 전자가 조금 더 커요. 팀 활동할 때는 혼자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번 작품도 그래요. 이병헌-공효진 두 선배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내가 괜히 선배님들에게 폐를 끼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Q. 초반엔 약간 주눅 들기도 했나요?
안소희:
그랬던 시간이 당연히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편해졌어요.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 주셨거든요. 이병헌 선배님과는 붙는 신이 특히 많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연기 잘 하는 선배와 1대 1로 붙어서 연기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 그건 없는 것과 큰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여러 의미에서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안소희:
맞아요. 저에겐 분명 좋은 기회였어요. 처음 만났을 때 이병헌 선배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선배고 경력이 더 많다 하더라도 우리는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다. 그러니 연기에 대해 너에게 ‘이건 이렇게 해, 이건 틀렸어’라는 말은 할 수 없고, 그러기도 싫다. 소희가 생각하는 게 있을 텐데, 생각하는 대로 표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선배님이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어요. “이 대사는 이런 걸 생각하고 한 거야?” “나는 이렇게 들리기도 하는데, 맞니?” “이런 방법은 어때? 우리 한번 이렇게도 해 볼래?”하는 과정을 통해 제가 스스로 많은 걸 느끼게 해 주셨죠.

Q. 실제로 경험한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나요?
안소희:
정말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다 생각해서 연기를 하세요.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면 저런 연기가 가능할까 신기했죠. 완벽주의자가 아닌가란 생각도 했는데,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면모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으세요. 선배님이 개그 욕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많으세요. 조금 당황스럽긴 했죠.(웃음)

Q. 안소희는 타인들로 하여금 뭘 입었을지를 궁금하게 하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죠. 그런데 우연히도 전작 ‘부산행’에서도 이번에도 거의 단벌이네요.
안소희:
하하하. 그래도 이번엔 하나 늘었어요. 처음 배낭 메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거든요. 그럼에도 거의 단벌인긴 하죠.(웃음)

Q. 지나 얼굴의 주근깨는 실제 본인 주근깨인가요?
안소희:
엇!!!(주변 스태프들을 두리번두리번 쳐다본 후)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는데, 저는 주근깨가 없어요. 그런데 많이 자연스러웠나 봐요. 많이들 진짜라고 보시더라고요. 영화에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나는 2년 동안 오렌지-포도농장을 다니며 고생을 했어요. 그렇게 일해서 1900불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었죠. 그 시간을 좀 담아보려고 주근깨 분장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무대 위에 올라갈 때는 뭔가 치장을 하잖아요? 두꺼운 메이크업과 의상 속에 진짜의 나를 숨길 수 있기도 하죠. 그와 다르게 연기는 카메라 앞에 민낯으로 서야 할 때가 많잖아요? 옷도 무대의상에 비하면 상당히 평범하고요. 초반에는 카메라 앞이 많이 낯설지 않았을까 싶어요.
안소희:
처음 연기할 때는 정말 어색했어요. ‘노바디’ 때는 속눈썹 세 개 붙이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는데, 연기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이래도 되나?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하기도 했어요.(웃음) 이젠 많이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작품마다 그 캐릭터가 돼서 표현을 하는 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맡은 캐릭터에 맞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거부반응이 전혀 없어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진아다운 게 뭘까. 더 덜어내야 하나? 주근깨를 더 그려야 하나?’ 그런 생각들로 카메라 앞에 섰어요.

Q. ‘싱글라이더’는 소희의 선택 인가요?
안소희:
네. 맞아요.

Q. 어때요? 과거엔 소속사에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었잖아요? 본인이 하고 싶어서 능동적으로 찾아 하는 것과, 타인에 의해 짜여진 계획대로 춤 연습을 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안소희:
JYP 오디션은 제가 선택해서 참여했어요. 음…그럼에도 그때는 박진영이라는 좋은 프로듀서가 계셨고, 그 분의 콘셉트에 맞춰서 했죠. 이제는 회사와 의견을 나누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제가 선택을 해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더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책임감도 더 느끼고요.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죠. 그러고 있어요.(웃음)

Q. 흥미롭게도 ‘뜨거운 것이 좋아’ 때 고등학생을 연기했어요. 그때 김민희가 연기한 이모 아미는 스물일곱이었죠. 당시 안소희 입장에서 바라 본 스물일곱의 인생이 있었을 텐데요, 지금 그 나이대가 됐어요.
안소희:
어머~ 그렇네요. 크~ 스물여섯!(웃음)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그때 막연하게 그렸던 스물여섯-스물일곱의 안소희와 그 나이가 된 지금의 안소희는 예측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아요?
안소희:
그러고 보니, 스물일곱 아미와 제금 제 상황이 비슷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 작가인 아미는 결혼과 자신의 일,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새롭게 등장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죠. 하지만 결국 본인이 진짜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새롭게 시작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지금의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가수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너무 힘든 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회가 없고요. 그걸 하고 이제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있어요.

Q. 팀을 떠나 배우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안소희: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기 때부터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했대요. 드라마 속 연기를 그렇게 따라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6살 나이차이가 나는 언니가 있는데, 언니 덕분에 또래 친구들보다 다양한 드라마ㆍ영화를 빨리 접할 수 있었어요. 흥미를 더 키운 거죠. 그러다가 가수의 기회가 먼저 찾아와서 ‘원더걸스’로 시작하게 됐는데, 연기에 대해 결정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통해서예요. ‘내가 현장을 즐기고 있구나. 좋아하는 구나.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는 아무래도 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가 원더걸스였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향을 하게 됐어요.

Q. JYP 오디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본 걸로 알아요.
안소희:
네. 비공개 오디션을 찾아가서 봤어요.

Q. 요즘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꿈에 도전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안소희: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비공개로 본 거지만, 그 친구들은 첫 시작부터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이 되는 거잖아요. 용감하다고 생각해요. 또 잘하고요. 그래서 멋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자주 봐요. 특히 ‘케이팝 스타’는 박진영 피디님이 나오니까 챙겨보죠.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안소희(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2007년 2월 원더걸스를 통해 데뷔했어요. 당시 안소희를 향해 이런 말들이 쏟아졌죠. “새로운 유형의 미인이 나타났다!”(웃음)
안소희:
(부끄러운 듯) 저, 미인 아닌데……(웃음)

Q. ‘쌍꺼풀 없는’ 연예인들이 지금은 많지만 그땐 드물었어요. 그 시작에 소희가 있었던 셈이죠. 본인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안소희:
사람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잖아요? 제 얼굴에도 그런 매력이 있다고 믿어요. 제 얼굴이 살려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지나가 그래서 도전을 한 거고요

Q. 일로 말고, 혼자 낯선 도시를 여행하기도 하나요?
안소희:
작년 가을에 베를린으로 화보촬영을 떠났어요. 끝나고 스태프들은 돌아가고 저 혼자 베를린에 남아 여행을 했어요. 낯선 도시 이곳저곳 정말 많이 걸었죠.

Q. 그렇게 혼자 여행하면 스스로를 평소보다 더 깊게 바라보게 되잖아요? 삶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요.
안소희:
네. 이런 시간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미국생활 이후 처음인 거죠. 낯선 도시를 걸으면서 ‘바쁘게 지내면서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너무 많이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것들이 생기고, 그로인해 겁쟁이가 되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는 많이 깨 보려고 해요. 정말 그럴 거예요.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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