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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의 음악본능] 욕망이 있다면 지금 실천하라

[배순탁 음악평론가]

‘음악 본능’이라는 책이 있다. 부제가 말해주듯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여기서 잠깐, ‘과학’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 일으키는 분들이 있다는 거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학창 시절,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아니 공부를 죽어라 했는데도 경우에 따라 점수가 떨어졌던 과목이 두 개 있었으니, 그게 바로 수학과 물리였다. 따라서 이런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건 다음과 같은 의미가 된다. 기실 이 책은 과학의 외피를 두른 에세이에 가깝다는 것이다. “뇌가 음악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라는 표지의 문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 그건 내가 최근에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보통 우리는 음악적인 재능을 천부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도 그랬다. 기타를 10년 넘게 쳤으면서도 실력이 늘지 않자 재능 부족을 이유로 포기해버렸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되돌아보건대, 나에게 부족했던 건 재능 이전에 꾸준함이 아니었나 싶다. 간단하게, 반복의 미학에 헌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능의 또 다른 이름, 그건 다름 아닌 꾸준한 자세일 테니까.

‘음악 본능’의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가 건드리는 핵심도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그는 설령 재능이 없다고 느낄지라도 그게 음악을 관둘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가 거론하는 인물이 바로 모차르트다. 모차르트가 누군가. 음악적 재능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유일무이한 초사이어인급 천재 뮤지션 아닌가. 그는 인용 자료를 바탕으로 모차르트가 음악적으로 탁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부단한 훈련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재능의 탈신화화를 ‘어느 정도는’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저자가 예외적인 음악가들의 성취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모차르트까지 갈 것도 없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등의 환상적인 음악을 듣고는, 재능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요컨대,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위대한 뮤지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밴드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조명을 내리쬐어야 한다.”고.

이와 관련 저자는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고 있다. “한편에 불안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직업 음악가가 있고, 다른 편에 음악적 열등감에 짓눌린 일반인이 있다면, 이 양극단 사이에 널찍한 공간이 있다. 이리저리 따질 것 없이 그냥 음악을 사랑하라. 높은 봉우리는 넓은 산자락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그것이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만약 음악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하라. 그리고 부디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 관두지 말기를 바란다. 나 역시 드럼을 배운지 이제 막 1달이 되었다. 내 자신에게 약속하건대, 이번만큼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이라는 넓은 산자락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그 날을 꿈꾸면서.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모던 팝 스토리’ 번역, SNS 냉면왕)

배순탁 음악평론가 great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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