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최초의 사극 크리처물이라는 의의를 가진 ‘물괴’가 결정적인 한방 없는 무난한 추석용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모티프를 바탕으로 허종호 감독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영화다. 때문에 ‘물괴’라는 존재가 극중 어떻게 쓰이는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종 22년, 위약한 임금(박희순 분)과 역모를 꿈꾸는 신하들이 조정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물괴’는 중종을 흔들기 위한 상상의 동물 혹은 실제 백성들을 해치는 의문의 존재의 역할을 한다.
시골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유유자적 사는 가족 윤겸(김명민 분)ㆍ성한(김인권 분)ㆍ명(혜리 분)은 어느 날, 물괴를 처치해 달라는 중종의 명령을 전달 받고 물괴를 찾으러 나선다. 중종을 내치고 집권하려고 마음먹은 신하 심운(이경영 분)과 진용(박성웅 분) 역시 물괴를 잡는다는 명목 아래 도성에 자신들의 사병을 들여와 이들과 함께 물괴를 쫓는다. 영화는 심운이 재난(물괴의 등장)을 정치에 이용하는 모습과 진짜 물괴가 나타나는 것을 상징적인 의미로 결합, 투 트랙으로 나누면서 서사의 풍성함을 더한다.
자세히 다뤄지진 않지만 악역으로 등장하는 심운에겐 나름대로 욕심과 명분이 있다. 백성이 무서워하는 건 물괴가 아니라 보위만 지키려고 하는 무능한 중종이라는 것.
여기에 맞서는 윤겸은 ‘충’을 강조하지만 그 외엔 미덕이 없는 캐릭터다. 소신은 있으나 행동엔 이유가 없어 1차원적인 인물로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시대 배경적으로 주군-신하 관계보다 더한 당위는 없겠지만, 심운이 왕을 비판하고 나선 이상 윤겸의 고민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윤겸은 이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공감되거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전무해 감정이입하며 따라가며 볼 인물이 없는 가운데, 그나마 전사를 가지고 있는 물괴에게 초점을 맞출 수는 있다. 갑자기 등장하는 관리인 할아버지와의 관계성부터 등장 배경까지 어느 정도 사연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다만 주인공들은 물괴를 그저 그런 악역으로밖에 활용하지 못 한다.
물괴의 비주얼적인 부분 또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몸집과 위협적인 발톱을 가지고 있는 물괴는 해태와 킹콩을 닮아 사극에 어울리는 외형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한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해서인지 2D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괴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으로 죽음을 맞은 시체들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 분장과 더미들을 사용했으나 모두 ‘가짜’처럼 보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적인 서사 구성이 나쁘지는 않지만, 결말에 다다를수록 이야기는 주체하지 못 하고 흔들린다. 특히 물괴와 직접 승부를 내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는 장면이나 울부짖는 모습 등은 긴장감은커녕 실소를 터지게 만든다. 명과 허 선전관(최우식 분)이 ‘썸’을 타는 모습과 마지막 그들의 해맑은 웃음은 관객들을 무안하게 한다.
‘물괴’에서 ‘열일’ 한 것은 액션신을 담아낸 카메라 감독과 음악 감독이다. 액션신을 촬영한 카메라는 인물들이 아닌 그들이 활용하는 칼이나 활 등의 방향을 빠르게 따라가며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신이 등장할 때마다 모그의 음향 효과가 부분 부분을 가득 채운다.
한편, ‘물괴’는 '성난 변호사'의 허종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인천상륙작전’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오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