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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X웨이브 리뷰]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99%의 남성들이 사라진 사회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바이러스가 어느 날 아침, 모든 남성을 빼앗아 간 상황을 상상해 보자. 친구와 연인, 아들, 아버지. 남성의 99%가 갑자기 죽는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고 슬프다.

웨이브에 상륙한 뉴질랜드 드라마 '크리머리: 라스트 맨'은 이 상상을 펼쳐 보여준다. 드라마는 바이러스로 전 세계의 99%의 남성이 죽고 여성들만 남게 된 세상을 그려냈다. 아들과 아버지는 격리를 당하고, 그들의 시체는 위험성 때문에 불태워진다.

8년 전 남성들에게만 치명적이었던 전염병 이후, 여성들은 새롭게 사회를 만든다. 여성들의 사회에서는 '웰니스'라는 기관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드라마는 그러한 세상 속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세 친구 알렉스, 핍, 제이미 우연히 살아있는 건장한 남성 바비를 만나 숨겨진 음모에 대해 파헤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들은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아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갖고 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자신들의 몸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인류는 곧 멸종된다. 이러한 운명 속에서 '웰니스'는 생리와 임신은 여성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고, 출산을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웰니스는 단순히 정자은행 관리를 넘어 정권까지 장악한다. 웰니스가 지배하는 이 사회 속 여성들은 임신의 기회를 간절히 바란다. 월경은 출산을 할 수 있는 몸이 된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조차 얼른 월경을 시작하고, 임신을 바란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세 친구들 제이미와 알렉스와 핍은 한 지붕 아래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동상이몽 그 자체다. 제이미는 바이러스로 남편과 아들을 잃고서는 정자를 추첨 받아 임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이미의 시누 알렉스는 웰니스의 사상에 반감을 가지고 매번 적대감을 드러낸다. 알렉스는 자신들의 사상에 반대하면 폭력적인 형벌을 가하는 웰니스가 모순적이며 잘못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핍은 웰니스가 바른 사상을 가지고, 여성들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웰니스에서 요직에 앉고 싶어 한다. 같은 사회 속에서도 이렇게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세 친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농장에서 함께 살아간다.

남성은 다 죽었다고 생각하던 세 친구 앞에 살아있는 남성이 나타난다. 남자의 이름은 바비. 바비는 세 친구에게 남성들이 살아있고, 사냥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한편 농장에 남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추적을 당하는 세 친구. 예기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된 세 친구는 과연 웰니스의 음모를 밝혀낼 수 있을까? 바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남성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을까?

드라마는 남성이 모두 사라지고, 여성들끼리의 사회, 가부장제를 모두 타파한 사회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권력은 비대칭적이다. 웰니스는 여성들에게 정자를 나누는 방식으로 복권을 선택해 추첨을 한다. 그들은 대외적으로 절차가 공정하고 확실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웰니스에 반항하면, '펌'이라는 자아가 없어지는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볼리스'라는 무기력해지는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단순히 웰니스에 저항하면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은 가부장제가 사라진 사회 속에서도 독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크리머리 : 라스트 맨'은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모순을 지적하고 풍자한다. 여기에 반복되는 소리들로 구성된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은 일품이다.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드라마 '크리머리 : 더 라스트 맨' 스틸컷(사진제공=웨이브)

뉴질랜드 드라마이지만, 주인공인 제이미, 알렉스, 핍은 모두 동양인 여성이다. 서구권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양인 여성 주연들은 남성이 다 사라진 사회에서 개성 강한 세 친구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낸다.

알렉스, 제이미, 핍을 맡은 앨리 쉬에, J.J. 퐁, 펄리나 라우는 '크리머리 : 라스트 맨' 작품 이전부터 다양성을 위해 직접 프로덕션을 차리고 작품을 제작해왔다고 한다. 스릴러, SF, 액션 다양한 장르를 코미디로 엮어, 동양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제이 라이언이 힘겹게 살아남은 남성 바비 역을 맡아 코믹한 매력을 발산했다. 뉴질랜드 드라마 '크리머리 : 라스트 맨'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민지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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